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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대책에도 더 커진 신용차이.....자금시장 찬바람 여전

등록 2022.11.29 15:3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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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채 3년물 발행금리 5.35%로 내려

신용스프레드 173.6bp…13년 7개월래 최고

CP 금리 전날 5.51% 마감…46거래일째 상승

국채 금리 안정…단기자금 시장은 어려움 여전

[세종=뉴시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자금시장의 '블랙홀'로 지목된 한국전력공사채의 발행금리가 5% 초반대로 내려오는 등 경색된 단기 자금시장이 한숨 돌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기업들의 자금조달 환경을 보여주는 신용스프레드는 더 벌어지고 있고, 돈줄이 급한 기업들이 기업어음(CP) 시장으로 몰리면서 CP 금리도 46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의 5조원 규모 추가 캐피털콜 등 2차 유동성 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에선 아직 온기를 느끼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대책이 단기자금 시장 유동성이 경색된 국면에서 급한 불을 끄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등 시장 심리를 달래는 효과는 있지만, 단기자금 시장의 '돈맥경화' 현상이 풀리기 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기업들의 자금조달 환경을 보여주는 신용스프레드가 더 악화되고 있다. 전날 우량등급 회사채(AA-등급) 3년물 금리가 연 5.405%를 기록하면서 국고채 3년물과 회사채 3년물 간 차이인 '신용스프레드'가 173.6bp(1bp=0.01%포인트)로 벌어졌다. 이는 2009년 4월 27일(177bp) 이후 13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과거 장기평균(2012~2021년중 43bp)과 코로나19 위기시 고점(78bp)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신용스프레드는 국고채와 회사채 사이 금리 격차로 이 수치가 커지면 시장이 회사채 투자 위험을 높게 본다는 것을 뜻한다. 그만큼 기업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신용스프레드는 주요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부각된 6월 중순 이후 매우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단기자금시장의 '바로미터'인 91일 만기 CP금리도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고 있는 경색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CP 91일물 금리는 전날 5.51%에 마감하는 등 지난 9월 22일부터 46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경신해 오고 있다. 돈줄이 급한 기업들이 CP 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영향이다. 

회사채 시장 위축에 따른 은행 대출 수요가 늘어나면서 지난달 기업대출 금리도 9년 8개월 만에 5%를 돌파하는 등 자금경색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은에 따르면 10월 전체 기업대출 금리는 5.27%로 전월(4.66%) 대비 0.61%포인트 올랐다. 2012년 9월(5.3%) 이후 10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1998년 1월(2.46%포인트) 이후 24년 9개월 만에 최고 상승폭을 보였다.

반면 자금시장의 '블랙홀'로 지목된 한국전력공사채의 발행금리는 5% 초반으로 내려가는 단기 자금시장이 한숨 돌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28일 실시된 한국전력공사채(한전채) 발행 입찰에서 2년물과 3년물이 각각 5.34%, 5.35%에 낙찰돼 각각 3300억원, 1600억원 어치 발행됐다.

직전인 22일 발행된 한전채 2~3년물 금리가 각각 5.6%, 5.65% 였던 것과 비교해 낮아진 수치다. 한전채 금리는 지난 8일 2~3년물이 각각 5.99%에 발행돼 6%를 돌파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었다. 6% 돌파를 목전에 두고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전채 금리는 올 초만 해도 3년물(1월) 금리가 2.33%,  2년물(3월) 금리가 2.73%로 2%대에 불과했다. 이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올해 6월 2년물과 3년물이 각각 4.08%, 4.35%로 4%를 넘어서더니 고공행진을 지속해 왔다.

앞서 정부는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12월 국고채 발행물량을 9조5000억원에서 3조8000억원으로 대폭 줄이기로 했다. 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 등 공공기관이 은행권과 협조 등을 통해 채권발행 물량을 축소하고, 시기를 분산하거나 은행대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건설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프로그램도 이번주 부터 매입을 개시한다.

또 채안펀드에 5조원 규모의 추가 캐피탈콜도 실시한다. 부동산 PF·건설업 관련 비우량 회사채, 신용등급이 낮은 A2등급 기업어음(CP) 등에 대한 추가 지원방안도 강구한다. 한은도 채안펀드 2차 캐피털콜 출자 금융회사에 대해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출자금의 50% 이내로 최대 2조50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을 앞두고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자금조달 우려 확산, 단기금융시장 경색 심화 가능성에 대응한 조치로 풀이된다"며 "최근 국내 채권시장은 지난달 23일 대책 이후 회사채금리 지속 하락 등 시장 불안이 조금씩 진정되는 모습이나, 단기자금시장은 어려움이 잔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경기 부진, 연말 자금수급 변화 등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상존한다"며 "정책지원으로 당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해갈 수 있으나, 단기자금시장에 가시적인 성과가 확인되기 까지는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금리인상 사이클 후반부 인식이 강화되면서 국내 여건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어 역대 최악으로 흘러갔던 채권투자 심리는 바닥을 딛고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며 "국채금리는 하락했지만, 단기자금시장 불안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데 12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 경계 심리가 이어지면서 채권 금리가 소폭 오름세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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