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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생존 수형인 박화춘 할머니, 재심 무죄

등록 2022.12.06 16:5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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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4-1형사부, 검찰 합동수행단 재심 공판

박 할머니, 74년 동안 자식에게도 피해 사실 숨겨

검찰 "할머니 죄 없다…맘 편히 사시라" 무죄 구형

오영훈 제주지사 "억울한 4·3 피해 없도록 하겠다"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제주4·3 생존 수형인 박화춘(96) 할머니가 6일 오후 제주지방법원에서 74년 전 받은 군사재판과 관련해 진술하고 있다. 2022.12.06. oyj4343@newsis.com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제주4·3 생존 수형인 박화춘(96) 할머니가 6일 오후 제주지방법원에서 74년 전 받은 군사재판과 관련해 진술하고 있다. 2022.12.06. [email protected]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제주4·3 생존 수형인 박화춘(95) 할머니의 명예가 회복됐다. 74년 전 군경에게 모진 고문을 당하고 불법 군사재판에 회부돼 억울한 옥살이를 보냈지만, 무죄 선고를 받은 후 고맙다는 소감을 전했다.

제주지방법원 제4-1 형사부(부장판사 장찬수)는 6일 오후 제주4·3 당시 내란죄 등으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은 박 할머니에 대한 재심을 열고 무죄를 선고했다.

박 할머니는 제주4·3 광풍이 불던 1948년 12월께 내란죄로 불법 군사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박 할머니는 서귀포시 강정동 일대에서 주민들이 군경에 의해 연행되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후 동굴, 밭 등에서 숨어지내다 군경에 의해 발각돼 인근 경찰지서로 연행됐다.

이 곳에서 박 할머니는 천장에 매달리는 고문을 당하는 등 군경으로부터 자백을 강요받았고, 결국 '무장대에게 쌀을 줬다'는 거짓말을 했다. 군경은 이를 토대로 박 할머니를 내란죄로 재판에 넘겼다. 박 할머니는 징역 1년형을 선고받고 수형소에 수감됐다.

출소한 박 할머니는 70여 년 동안 4·3 피해 사실을 자녀들에게조차 숨기고 살아왔다. 혹시라도 이러한 내용이 알려지게 되면 연좌제에 의해 자녀들이 피해를 볼까봐 우려해서다. 그러다 올해 4월 아들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4·3 수형 사실을 털어놨고, 검찰의 제주4·3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수행단)에게도 알려졌다.

수행단은 박 할머니가 제주4·3 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은 점 등 4·3 특별법에 따른 재심 요건은 갖추지 못했지만, 정당한 체포 사유와 영장 없이 불법으로 연행된 점 등을 들어 재심을 청구했다.

수행단 소속 변진환 검사는 이날 "희생자에 한해 우선적으로 직권재심을 청구하는데, 피고인은 연세가 많아 신속히 명예를 회복할 필요가 있어 형사소송법에 따라 재심을 청구했다"며 "보리쌀 두되를 무장대에 준 건 허위진술로 보이며, 불법수사에 의한 것으로 증거 능력이 없다"고 재판부에 무죄 선고를 요청했다.

제주 출신인 변 검사는 이날 박 할머니에게 제주 사투리로 "할머니 잘못한 거 어수다(없습니다)"며 "걱정하지 맙서, 맘편히 가지시고 오래 사십서(사십시요)"라고 위로했다.

박 할머니는 이날 법정에서 "아이들에게 창피해서 말하지 않았다. 나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고생한다. 고맙습니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부는 박 할머니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오늘 판결로 옛날 옥살이한 것 다 해결됐다"고 위로했다.

박 할머니 재심을 방청한 오영훈 제주지사는 소감을 전해달라는 재판부 요청에 "단 한분도 제주4·3으로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피력했다.

제주4·3 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은 수형인 중 재심을 통해 무죄 선고가 내려진 사례는 박 할머니가 처음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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