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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WBC 참패' 뒤 피어난 영건들, 잘 키워봅시다

등록 2023.05.19 10:4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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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WBC 참패' 뒤 피어난 영건들, 잘 키워봅시다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한창 달아오르고 있는 올해 KBO리그를 지켜보는 재미 중 하나는 영건들의 패기 넘치는 역투다.

역대급 영건 풍년이란 표현이 무리가 아닐 정도로 올해 프로야구는 젊은 투수들의 호투를 쉽게 볼 수 있다. 아직 어린 티를 벗지 못한 앳된 얼굴로 마운드에서 씩씩하게 싸움을 이어나가는 모습에는 흐뭇함을 넘어 때로 감탄도 나온다.

KBO리그에 공식적인 시속 160㎞의 시대를 연 2년 차 신예 문동주(20·한화 이글스)는 물론이고 능수능란한 피칭으로 선발 한 축을 책임지고 있는 루키 윤영철(19·KIA 타이거즈)의 쾌투는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두산 베어스 김동주(21), NC 다이노스 이용준(21), SSG 랜더스 송영진(19)도 이에 질세라 존재감 넘치는 호투를 펼치고 있다.

배짱 넘치는 피칭으로 불펜에서 힘을 보태는 젊은 피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필승조로 올라선 김서현(19·한화), 박명근(19·LG 트윈스), 이로운(19·SSG 랜더스), 최지민(20·KIA 타이거즈)은 가장 주목 받기 어렵다는 불펜 보직에서도 밝게 빛나고 있다.

이처럼 여느 때보다 두드러지는 젊은 투수들의 활약에 반가운 기분이 드는 것은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충격 탓일 수 있다.

지난 3월 열린 WBC에서 한국 대표팀은 세계의 벽을 확인했다.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수모를 당한 가운데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허물어진 마운드는 그야말로 처참할 정도였다.

한 일본 매체는 "지난 시즌 KBO리그 평균자책점 10위권에 든 한국 선수는 3명뿐이었다"고 지적했다. 선발 한 자리를 책임질 수 있는 확실한 투수가 적다는 점을 짚으며 "각 구단이 선발 로테이션에 넣을 수 있는 외국인 선수 영입에 혈안이 돼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야말로 '뼈를 때리는' 팩트였다.

WBC에서 빈약한 한국의 마운드는 일본의 투수진과 극명한 대비를 이뤄 더 초라해 보였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견고한 마운드로 국제무대를 접수했다.

메이저리그 슈퍼스타인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는 차치하고도 사사키 로키(22·지바롯데 말린스), 야마모토 요시노부(25·오릭스 버펄로스), 토고 쇼세이(22·요미우리 자이언츠), 다카하시 히로토(21·주니치 드래건스) 등 강속구를 손쉽게 뿌리면서 제구까지 되는 탄탄한 일본 투수진에 부러움을 지나 주눅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아픈 현실을 마주한 뒤 등장한 루키들을 통해 맞는 새 바람은 그래서 더 신선하다. 우리에게도 희망이 남아있다는 위로를 받는 기분마저 든다.

중요한 건 지금 당장보다 앞으로다. 이 바람이 잠시 스쳐가는 데 그치지 않으려면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남다른 떡잎을 드러낸 투수들도 이에 안주하지 않고 한 단계씩 더 올라가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앞으로 닥쳐올 수없이 많은 고비에도 주저앉지 않고 이겨낼 끈질긴 근성도 필수다. 사회적 지탄을 받을 만한 일탈 없이 꾸준히 커리어를 쌓아나갈 수 있는 자기관리와 정신력도 당연히 갖춰야 할 요소다.

아울러 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북돋워줄 구단들의 노력도 동반돼야 하는 부분이다.

지금은 새싹이지만 언젠가 KBO리그를 지탱할 거목이 될 재목들이다. KBO리그 흥행은 물론 국제무대 경쟁력까지 책임져 줄 수 있는 키플레이어들임에 틀림없다.

이에 한국 야구의 미래와 직결될 이들의 성장을 잘 지켜보면서 응원해줄 팬들의 따뜻한 시선은 필수 자양분일 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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