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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우크라 지원 공언해놓고 실행 미적미적…시간이 없다" NYT

등록 2022.06.15 10: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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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우호적인 사민당 소속 숄츠 총리

"시대전환" 선언해놓고도 이핑계저핑계 지원 늦춰

[베를린=AP/뉴시스]지난 1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총리실에서 올라프 숄츠 총리가 주간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05.14.

[베를린=AP/뉴시스]지난 1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총리실에서 올라프 숄츠 총리가 주간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05.14.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향해 "줄타기하지 말라"고 대놓고 비난한 적이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 서유럽국 중 러시아와 가장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던 독일이 태도를 바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공언해놓고 실제 행동에 옮기지 않고 있는 것을 꼬집은 발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독일 총리가 푸틴을 막겠다고 약속하고 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필자는 독일 정치에 대해 주로 글을 쓰는 야고다 마리닉이다. 다음은 기고문 전문.

베를린-전쟁의 나날이 하루하루 지나간다.

블라디미르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을 때 독일은 이를 제대로 인식한 듯했다. 며칠 안돼 의회가 러시아 제재에 동의했고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약속했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이를 러시아의 침공 이전과 이전이 달라지는 분수령이라는 뜻으로 "시대전환(Zeitwende)"이라고 말했다. 그는 열정적 연설에서 "푸틴과 같은 전쟁광"이 날뛰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쟁지역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는다는 금기가 깨졌고 신중하다는 독일의 성격도 변했다. 눈깜박할 사이에 독일이 영원히 달라진 듯했다.

100일 이상이 지난 지금 상황이 달라졌다.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은 비록 규모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잔혹하게 진행중이다. 병원을 공격하고 여성을 성폭행하고, 학살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독일의 중화기는 몇달전에 공급하기로 약속했지만 아직 전달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의 석유와 천연가스는 금수되기는 커녕 몇 년 동안에 걸쳐 차츰 줄어들 예정이다. 독일은 유럽연합(EU)이 단합하도록 추진했지만 일부 성공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전쟁 능력에 타격을 가하지 못하고 있다. 행동할 것이라는 약속이 몇달 동안 계속된 망설임과 지연속에 스러지고 있다.

숄츠 총리에게 큰 책임이 있다. 푸틴의 살인적인 군국주의를 막기 위한 도덕적, 전략적 노력으로 독일을 이끄는 대신, 전쟁 초기 강력한 발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아무 일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의 우유부단함이 낳은 결과는 정치적 실패를 넘는다. 러시아 전쟁에 반대하는 결의를 약화시켜 잔혹행위와 폭력의 길이 계속되도록 열어준 셈이다.

분명 독일도 우크라이나에 일부 지원을 했다. 그러나 당초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며 숄츠 총리는 자신의 부작위를 이런 저런 말의 장막으로 가리고 있다. 탱크, 곡사포, 대공무기 체계 등의 무기 지원을 늦추는 것에 대한 정부의 설명은 독일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또 탱크는 우크라이나가 사용하려면 너무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며 지원의사 철회를 시사하고 있다. 올라프 총리는 이런 사안들을 명백히 하는 대신 군사적 상황 악화가 핵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물론 우크라이나 동맹들 모두가 가진 우려다. 그러나 그걸 이유로 꼼짝않고 있는 건 독일 뿐이다.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지원을 하기를 꺼리는 정부의 핑계는 고매하지도 않을 뿐더러 속셈이 뻔하다. 숄츠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의 다수당인 사회민주당은 러시아에 오래도록 양보해온 역사를 가지고 있다. 몇 주가 지나면서 숄츠 총리가 주저하는 이유가 바로 이같은 역사적 연원, 나아가 그에 길들어진 때문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최근까지 러시아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의 임금을 받았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 겸 사회민주당 지도자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냉전시대 탈출을 모색한 평화운동의 그늘에서 성장한 많은 사회민주당의 늙은 의원들이 친러시아적이다. 노르트 스트림 2 가스 파이프라인을 취소하는 것에 반대했고 전반적으로 러시아를 징벌하길 꺼린 젊은 의원들도 그리 선명하지 않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전쟁을 벌이는 때 독일 총리가 러시아와 복잡하게 얽힌 당에 소속돼 있다는 점은 불행한 일이다. 연립정부에 가담한 자민당과 녹색당 등 두 정당은 그런 문제가 없다. 녹색당이 특히 그렇다. 사민당과 마찬가지로 평화주의 반전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는 녹색당이지만 과거 파괴적인 유고슬라비아 전쟁 등을 경험하면서 평화를 평화적 수단으로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녹색당의 대러 강경 입장은 힘들게 얻은 지혜의 결과다.

대중이 원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안날레나 베어복, 로베르트 하벡 등 녹색당 지도자들은 특히 제재와 무기 지원을 지지하고 있으며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가장 인기있는 정치인이다. 핵전쟁과 경제악화에 대한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많은 독일인들이 푸틴의 행동을 분명하게 거부해야 한다고 믿는다. 전쟁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타격을 받지만 독일인들은 지도자들이 도덕적 지침을 제시하길 바라며 정의의 이름으로 희생을 감수할 각오가 돼 있다. 그런데도 숄츠 총리는 정당과 본능에 눌려 국민들에게 아무것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솔츠총리는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 모른다. 최근 2차례의 주선거에서 사민당 지지가 하락했다. 16년 동안 집권하지 못한 제1야당 기민당이 가장 큰 이익을 봤고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다. 언론을 잘 활용하는 기민당 지도자는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났다. 이 기민한 홍보활동으로 지난달 말에야 키이우를 방문했던 숄츠 총리가 할 일을 안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화시켰다.

숄츠 총리만 타격을 받은 것이 아니다. 젤렌스키를 포함한 동맹들이 독일의 국제법 지지와 자유세계에 대한 헌신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무슨 뜻인지 알 것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음으로써 숄츠 총리는 푸틴이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독재적 환상을 유지시키고 있다. 정부의 지연 정책은 평화의 이름 아래 행해지고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연장시키고 더 많이 파괴되도록 하고 있다.

변화의 조짐이 일부 있다. 이달초 우크라이나에 대공방어시스템과 추적 레이더를 지원하겠다고 한 약속은 아직 날자를 밝히진 않은 상태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한걸음 나아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너무 지체되고 있다. 매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전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마침내 피해를 입으며 지쳐가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강력하고 영향력이 큰 독일이 지체하면 할수록 푸틴은 더 많은 파괴를 자행할 것이다. 더 이상 지연할 시간이 없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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