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노인돌봄④]김용익 "우리 인구 절반의 문제…발상 전환해야"
"노인과 돌봄 제공할 가족, 두 당사자의 문제"
"장기요양보험 시행 후 돌봄 개념 정립 없어"
"탈시설·가족 핵심…이대론 '불효자' 죄책감만"
"돌봄 인프라 투자, 고용·소비 통해 세금 회수"
"지금 대책 짜도 10~20년…발걸음 빨리 떼야"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김용익 돌봄과미래 재단 이사장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소재 돌봄과미래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01.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노인 돌봄의 문제는 노인뿐만 아니라 가족의 문제이기도 한데, 한국 인구의 절반이 당면한 문제다. 먹구름이 끼어 있는데 대책은 제대로 안 돼있다. 정말 심각하고 시급하다."
김용익 재단법인 돌봄과미래 이사장은 국내 보건·의료 정책 분야의 산증인이다. 90년대부터 의료보험 통합, 의약분업을 주도했고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전신인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 위원장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역임했고 지난해에는 돌봄과미래를 발족에 힘썼다.
올해 한국 나이로 72세인 김 이사장이 여전히 현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지역사회 돌봄 체계의 필요성을 설파하는 이유는 노인 돌봄이 단순히 노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을 포함한 전 국민의 문제라는 생각 때문이다.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소재 돌봄과미래 사무실에서 만난 김 이사장은 누구나 노인 돌봄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며 해결책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 돌봄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로 심각한가.
"초고령 사회가 된다, 노인 인구가 20%를 넘어간다 이런 얘기는 틀에 박힌 소리다. 노인 인구가 증가해도 생산가능인구가 동시에 늘어나면 문제가 없는데 우리나라는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데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다. 돌볼 사람이나 돈을 댈 사람이 없는데 노인 인구는 늘어나는 게 문제다."
-현재 노인 돌봄은 주로 가족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0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15.7%, 45~64세는 32.4%다. 이게 무슨 의미냐면 돌봄을 받는 연령대와 제공해야 하는 연령대, 즉 돌봄 문제의 두 당사자라는 의미다. 이 두 연령대 비율이 전체의 48.1%다. 이 비율이 2030년에는 57.2%, 2040년에는 63.1%다.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고 노인을 모셔야 할 가족들까지 합쳐서 한국 인구 절반의 문제라고 이해해야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노인 돌봄 시스템은 어떻게 보나.
"이미 인구의 절반이 노인 돌봄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대책이 구체적이지 못하다. 이 대책은 마련하고 시행을 하기까지 10~20년이 필요한데 매우 지체된 상태다. 지금은 시급한 게 아니라 이미 너무 늦었다. 한국의 거의 모든 가정에 노인 돌봄 문제의 먹구름이 끼어있는데 대책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건 심각하다."
[서울=뉴시스] 김용익 재단법인 돌봄과미래 이사장이 지난 20일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발췌한 자료. 노인과 돌봄을 제공할 가족 연령대 비율이 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돌봄과미래 제공) 2023.01.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 사회에서 노인 돌봄 논의가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나라에서 노인 돌봄 문제에 대해 개념적으로 진전이 없었다는 점을 꼽고 싶다. 2008년에 장기요양보험이 시작했는데 그 이후 15년 동안 이것(장기요양보험)만 하고 다른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개념 정립이 안 돼 있다. 내가 건보공단 이사장을 하면서 통합 돌봄 얘기를 하고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서 시범 사업을 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쉽게 말하면 걱정만 하고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노인 돌봄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지역사회 통합 돌봄 문제는 대대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노인이나 장애인이 자기가 살던 집에서 오래 살아야 한다. 의사, 간호사,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가 집으로 방문을 하면 와상환자가 병원이나 시설에 가지 않고 집에 있을 수 있다. 문제는 가족들이 노인 돌봄 부담을 못 견디는 건데 탈가족화를 해줘야 한다. 탈시설, 탈가족화 시스템을 나라에서 짜줘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을 위해서는 막대한 인프라가 필요할 것 같다.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다녀오듯이 노인들도 아침, 저녁으로 왔다 갔다 할 수 있으려면 데이케어센터를 어린이집이나 교회 수준인 5만개 정도 세워야 한다. 데이케어센터를 가지 못할 정도면 방문 요원이 와야 하는데, 노인들이 집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다 받으려면 전문 인력이 한 50만 명쯤 필요하다. 그러니까 데이케어센터 5만개, 방문 전문 인력 50만 명 정도는 확보해야 전국의 노인 돌봄 문제가 풀린다. 이런 걸 안 하고 걱정만 하고 있으면 해결이 안 된다. 자식들 입장에서는 불효자가 됐다는 죄책감만 가득하다. 이건 나라가 할 짓이 아니다."
-시설 돌봄도 필요한 부분일 텐데.
"당연히 시설에 들어가야 할 경우가 있다. 다만 그 전제는 노인의 기능을 복구시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고 빨리 퇴원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한 번 입소를 하면 거기서 돌아가시는 시스템인데 이건 잘못된 것이다. 시설의 질을 높여 치료를 받고 나오고 최대한 집에 있게 하고, 호스피스도 집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사회가 노인 재가 돌봄 시스템을 짜줘야 한다."
-관건은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재원 마련인데.
"상식적으로 전 국민 돌봄 보장 시스템을 만들려면 수십조원이 들 것 같다. 그런데 이 예산을 한 번에 다 쓰는 게 아니라 10년, 20년에 걸쳐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하면 선순환이 생긴다. 예를 들어 노인을 위한 집 개조, 복지용구 공급, 센터 건설, 전문 인력 채용을 하면 공공 소비와 채용이 늘어난다. 그렇게 되면 고용에 따른 소비가 늘어나 소득세를 내고 관련 산업이 발전하면 기업은 법인세를 낸다. 결국 세금 회수로 세수가 확대되고 보험료도 더 걷게 되고, 이 돈을 또 투자하게 되면 다시 선순환을 통해 세금으로 회수되고 투자를 반복할 수 있다. 이렇게 투자와 회수를 반복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액수로 진척이 될 수 있다. 장기간 적당한 속도로 끌고 갈 수만 있다면 사회와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정치적인 결단이 필요한 사안 같은데, 정부나 정치권, 사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노인 돌봄은 여야의 문제가 아니다. 누구든 나이가 들면 돌봄의 문제가 온다. 이미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굉장히 큰 문제이고 인구 절반의 문제다. 노인 돌봄에 대한 개념을 잡고 사회적 논의를 통해 큰 방향으로 발걸음을 빨리 떼야 한다."
▲1952년생 ▲서울대 의대 교수 ▲대통령자문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 위원장 ▲대통령실 사회정책수석비서관 ▲제19대 국회의원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재단법인 돌봄과미래 이사장 ▲저서 '복지의 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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