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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블랙리스트 작품 검열"

등록 2017.10.30 13: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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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30일 서울 종로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서 열린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관련 입수 자료 분석 브리핑에서 김준현 진상조사소위회 위원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7.10.30.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30일 서울 종로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서 열린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관련 입수 자료 분석 브리핑에서 김준현 진상조사소위회 위원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7.10.3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정권 초기에 국립예술단체의 작품의 내용 검열 형태로 작동된 사실이 드러났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진상위)는 30일 오전 광화문 KT WEST 빌딩 내 진상조사위 소회의실에서 기자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이원재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대변인은 "작품의 지원 배제 정도가 아니라 국립극단을 포함한 작품의 내용까지도 검열됐다"고 확인했다.

이날 진상조사위가 공개한 '국립극단 기획공연 개구리 관련 현안 보고' 문건이 대표 사례다.

앞서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과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부녀를 풍자한 박근형 연출의 연극 '개구리'가 국립극단에서 선보였다. 이후 박 연출은 현 정부의 각종 연극 지원에서 탈락했다는 의혹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문화체육관광부 간부들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개구리'로 청와대가 2014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는 계기가 됐다는 진술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이날 공개된 '2013년 9월 문화체육관광부 공연전통예술과에서 작성한 문건'에는 비슷한 시기인 9월 3일~·5일 국립극단에서 공연된 '개구리'의 '정치편향적인 내용을 수정하도록 조치했음을 보고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향후 조치 계획'이라는 소제목에 포함된 내용인 '현재 공연 중인 작품에 대한 추가 조치 요구(수정 등)는 창작의 자유 침해 논란, 연극계 및 관객(예약자 등)의 반발 등 불필요한 논란 초래 가능'의 문장에서 '추가 조치'라는 단어는, 공연에 앞서 대본 내용에 대한 검열 조치가 이뤄졌다는 걸 시사한다고 진상위는 전했다.

구체적으로 내용 검토를 한 사례로는 ''그분'(노무현 전 대통령상징)과 '카멜레온'(박정희 대통령상징)의 대화를 통해 '그분'을 미화하고 '카멜레온'을 비하적으로 묘사했다' 등이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30일 서울 종로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서 열린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관련 입수 자료 분석 브리핑에서 김준현 진상조사소위회 위원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7.10.30.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30일 서울 종로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서 열린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관련 입수 자료 분석 브리핑에서 김준현 진상조사소위회 위원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7.10.30. [email protected]

문건 내 '조치상황'에는 '연출가로 하여금 결말을 수정토록 하고 (어머니가 지상으로 오는 결말), 과도한 정치적 풍자를 대폭 완화토록 지도하는 등 문제의 소지를 최소화하도록 조치'라고 적시돼 있다.

이 대변인은 "'개구리' 이후 극립극단 후속 작품들은 물론 전체 국립예술단체 주관 공연에서 '정치적 편향 내용'을 배제하도로 조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상조사위 조사위원인 연극 연출가 겸 극작가인 이양구는 "'개구리'가 연습될 때부터 대본수정 조치가 있었다는 건 유명한 사실"이라면서 "박근형 연출은 당시 대본 수정 요구를 작품 내용에 대한 협의로 알고 있었다. 위에서 관여한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블랙리스트 실행과정에서 박명진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과 박계배 전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이사장이 관여했다는 정황도 확인됐다. 두 사람은 블랙리스트를 주체적으로 실행해왔다는 의혹에 대해 부인해왔다.

이날 진상조사위가 공개한 2015년 10월2일 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장관님 면담 참고자료'을 살펴보면, 박명진 전 위원장이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을 만나 현장 예술계의 동향을 보고하고 예술인들 지원 관련 방안에 대해 협의한 내용이 확인된다. 박계배 전 대표는 '현장 동향'의 주요한 보고자라고 진상조사위는 전했다.

진상조사위 소위원장인 김준현 변호사는 "예술위와 복지재단의 피해자들로부터 사례를 받아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전체 기관에 대한 추가 조사도 필요하다"고 봤다.

이와 함께 한국문학번역원이 주관하는 '해외교류사업'에서 문체부의 지시로 특정 작가를 배제한 정황도 이날 처음 공개됐다.

진상조사위 조사에 따르면 대표적인 인물은 블랙리스트 단체 명단에 오른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출신인 이시영 시인이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30일 서울 종로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서 열린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관련 입수 자료 분석 브리핑에서 김준현 진상조사소위회 위원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7.10.30.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30일 서울 종로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서 열린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관련 입수 자료 분석 브리핑에서 김준현 진상조사소위회 위원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7.10.30. [email protected]

이 작가는 작년 미국 하와이대가 초청한 한국 작가 명단에 포함됐으나, 문체부가 '정확한 이유를 적시하지 않은 채 '이시영은 안 된다'고 불허한 사실이 확인됐다. 진상조사위는 "이 과정에서 '이번 정부가 작가들을 까다롭게 보고 있다'는 내용의 담당자 이메일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 작가는 앞서 올해 초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도 블랙리스트 피해자라고 폭로한 바 있다.

이와 함께 2015년 인기 소설가 김연수와 김애란이 미국 듀크대 초청행사에 초청을 받고도 한국문학번역원의 비협조로 현지에 가지 못했다는 설로 사실로 확인됐다.

문학계에서는 이와 관련 김연수와 김애란이 세월호 참사 규탄성명에 이름을 올리거나 이와 관련된 글을 쓴 것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또한 지난해 G20 정상회담 개최 및 정부 국민순방을 기념해 개최된 '중국 항주 한국문학행사'에 번역원이 시인 신경림과 정끝별, 작가 박범신이 참가하는 안을 제출했으나 문체부가 역시 이를 불허한 사실도 확인됐다. 

진상조사위는 "문학번역원의 '해외교류사업' 건과 관련한 작가 배제는 작가 개인에 대한 검열을 넘어 한국문학의 세계적 가능성을 잠식켰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국가 위상을 훼손시킨 사례"라고 봤다.

진상조사위는 향후 몇 차례 브리핑을 추가로 열고 조사 과정을 설명하고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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