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시위 급확산 배경은?…분노 폭발·SNS·美 배후설
【테헤란=AP/뉴시스】2017년 12월 30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거리에서 반정부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2018.1.2.
뉴스블로그 '데일리 인텔리젠서'는 1일(현지시간) 이란에서 경제 문제에 초점을 맞춘 소규모 집회는 일반적이지만 '독재자 처단'이라는 구호가 나올 정도로 정치적인 집회가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건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시위는 온건파로 분류되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에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로하니의 개혁개방 정책에도 불구하고 생활 수준이 나아지지 않자 국민들의 분노가 기어코 폭발했다는 얘기다.
이번 사태는 이란 제2의 도시 마슈하드에서 지난 12월 28일 열린 시위가 도화선이 됐다. 처음에는 로하니의 개혁 정책에 반대하는 강경파들이 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보였지만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상황이 흘러갔다.
주도 세력의 의도와 달리 일반 시민들이 합류하면서 시위는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자리로 탈바꿈했다. 시위대는 물가 폭등과 실업률 상승, 부패, 불합리한 대 시리아·레바논 지출에 불만을 토로했다.
소셜미디어도 시위 확산에 한 몫 했다. 인스타그램, 텔레그램, 왓츠앱 등을 통해 시위 소식이 퍼져나가면서 전국 곳곳으로 시위 물결이 퍼졌다. 이란 정부는 시위 정보 공유를 막기 위해 12월 31일 이들 앱에 대한 접근을 차단했다.
그럼에도 시위는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 시위대는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겨냥했다.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에서 하메네이 비판은 금기시되는 일이다.
여성들의 참여도 눈길을 끈다. 시위에 나온 몇몇 여성들은 히잡(이슬람교 여성들이 쓰는 머리 두건)을 벗고 이슬람교가 여성들에게 강요하는 엄격한 복장 규정을 규탄했다.
외신들은 이번 시위의 특이한 점으로 뚜렷한 지도부가 없다는 사실을 꼽았다. 2009년 부정 선거에 반발해 일어난 '녹색 운동'(Green Movement) 시위의 경우 친 민주파라는 확실한 정치적 주도 세력이 있었다.
시위 규모가 과거보다 훨씬 크지만 지도부 없이 이합집산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전문가들도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뚜렷한 전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리더십과 구체적인 목적, 조직력이 부재한 시위가 으레 그렇듯 얼마못가 시위가 잠잠해질 것이란 주장과 인터넷 차단에 반발해 시민들과 기업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엇갈린다.
외부 개입설도 제기되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번 사태가 개혁의 기회라고 강조하면서도 "이란의 진보와 성장이 우리 적들을 성나게 했다"며 외세 개입 의혹을 시사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12월 31일 송년 연설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그는 백악관 취임 첫날부터 우리 국민들에 맞서는 행동을 하고 있다"며 "끊임없이 이란 문제를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란을 독재국가이자 미국의 최대 안보 위협 중 하나라는 강경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만큼 이번 반정부 시위에 대한 지지를 분명하게 표명했다.
이란과 미국 관계는 2015년 이란 핵협정을 계기로 개선되는듯 했지만 작년 1월 트럼프 취임 이후 다시 냉각됐다. 트럼프는 협정 페기와 동시에 역내 동맹인 사우디 아라비아, 이스라엘과 협력해 이란 압박을 강화 중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과 라이벌 관계인 사우디가 미국, 이스라엘과 손잡고 이란을 불안에 빠뜨리려 한다는 의혹에 관해 "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용감한 이란인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들은 오랫동안 누리지 못한 자유와 정의를 원한다"며 "이스라엘이 배후라는 주장은 가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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