劉, 박지원 공개비난…'박·정·천 배제' 현실화되나
【대구=뉴시스】우종록 기자 =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3일 오후 대구시 동구 동대구로 바른정당 대구시당 2층에서 열린 대구·경북 2018년 신년교례회에 참석해 신년사를 하고 있다. 2018.01.03. [email protected]
安, 실제 박·정·천 배제시 '호남 걷어차기' 비판 부담
【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3일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의 일부 발언을 공개 비난해 주목된다. 일각에선 양당 통합에 가장 강하게 반대해온 '박·정·천(박지원·천정배·정동영)'에 대한 배제 요구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에서 "(바른정당은) 빚덩어리가 결코 아니다. 명백한 허위사실이고 바른정당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발언"이라며 박 전 대표의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앞서 박 전 대표는 지난 2일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에서 "유 대표는 대통령 선거에서 10%도 못 받아가지고 선거비용 보전을 못 했다. 빚덩어리"라며 "(통합을 하면) 이걸 국민의당이 껴안아야 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유 대표는 해당 발언에 대해 "공개사과가 없으면 다음 조치를 취하겠다"며 "이런 거짓말, 허위사실로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야말로 한국 정치에서 반드시 청산돼야 할 구악"이라고 강력 비난했다.
비록 일부 발언이 문제가 되긴 했지만 박 전 대표가 천정배 전 대표, 정동영 의원과 함께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 반대파 대표격 인물이라는 점에서 유 대표의 이번 공개비난과 사과 요구는 심상찮게 받아들여진다. 특히 DJ(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인 박 전 대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 국면에서 극복해야 할 가장 큰 정체성 차이로 지목돼온 '대북·안보관' 관련 논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국민의당 광주시당이 2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오월열사에 참배하며 새해 첫 일정을 시작하고 있는 가운데 박지원 전 대표가 분향을 하고 있다. 2018.01.02. [email protected]
이와 관련, 당내 대표적인 통합파인 김관영 사무총장은 이날 "(바른정당은) 대선 과정에서 진 빚이 없고 적어도 재정 문제로 오해 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오신환 바른정당 원내대표가 해명했고 성명서까지 냈기 때문에 이를 읽어보라고까지 말씀을 드렸다. 그럼에도 이후에도 이런 것을 말씀하시는 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일"이라고 작심 발언했다. 이름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박 전 대표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됐다.
아울러 안철수 대표의 경우 전당원투표 이후 당내 중립-범반대파 의원들에 대한 접촉 의사를 밝히면서도 '박·정·천'을 상대로 한 설득·접촉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바른정당으로부터 '박·정·천' 배제 요구가 공개적으로 분출될 경우 안 대표를 위시한 통합파가 소극적인 대응을 통해 은근슬쩍 배제를 유도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당내 한 통합파 인사는 이와 관련해 "우리가 먼저 그분들(박·정·천)께 나가라고 말은 못 하지만 굳이 나간다면 붙잡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안 대표가 통합을 밀어붙일 경우, 의도적으로 박·정·천 배제에 나서지 않더라도 이들이 막판에 통합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게 사실이다. 박 전 대표는 이와 관련 뉴시스와 통화에서 "나를 꽃가마 태워 데리고 간다고 해도 안 간다. 나를 안 데리고 간다면 고맙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나에게 비서실장으로 오라고 하면 갔겠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총리를 하라고 하면 내가 했겠나"라고 했다. 천 전 대표와 정 의원 역시 통합신당 합류 가능성은 강력히 일축하고 있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7차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2018.01.03. [email protected]
그러나 실제 이들에 대한 배제가 현실화되면 안 대표에게도 적지 않은 정치적 타격이 있을 것은 자명하다. 국민의당 창당 자체가 호남을 기반으로 이뤄진데다 스스로 통합이 'DJ 정신 계승'이라고 주장해온 만큼 박·정·천 배제는 호남을 기반으로 당을 꾸렸던 안 대표가 스스로 호남 기반을 걷어차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바른정당과 통합을 이뤄내더라도 통합 이후 양 측 지분·헤게모니 싸움에서 유리한 키를 쥐기 위해선 호남이라는 확고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결국 안 대표가 박·정·천 배제를 감수하면서도 '호남 걷어차기'라는 비난을 최소화할 정치적 묘수를 내놓을 수 있는지가 관건인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신당을 창당해 양 당이 이에 합류하는 신설합당 방식으로 통합이 이뤄지면 이에 합류하지 않는 의원들은 자연스레 기존 정당 소멸로 무소속으로 남게 되는 만큼, 박·정·천 배제 문제도 굳이 공개적으로 다루지 않더라도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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