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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주는 또다른 교훈

등록 2018.12.24 15: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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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겸 본부장

김태겸 본부장


【강릉=뉴시스】 김태겸 기자 = 지난 18일 발생한 고교 3학년 10명이 사상한 강릉 아라레이크 펜션 사고는 가스설비 부실 시공·점검과 업주의 관리소홀 등 총체적 부실이 빚어낸 인재(人災)라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은 이번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가스보일러 배기가스 누출과 관련해 부실 시공 등 원인규명을 위해 막바지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또 펜션사고 이후 관련자에 대한 참고인 소환조사도 거의 마무리됐다.

 펜션에서 사고를 당해 입원 치료 중인  7명 학생 중 1명에 이어 2명이 24일 오후 퇴원한다.  중환자실에 남은 학생 1명도 빠른 호전을 보여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이 같은 끔찍한 사고는 보일러 배기통 3㎝ 작은 틈에서 시작됐다.  이들이 묵었던 아라레이크 펜션은 ‘공중위생법관리’와 ‘소방시설법’ 적용을 받는 일반 숙박업소와는 달리 계단, 창문, 벽은 물론 가스누설 경보기 설치 의무가 없는 ‘농어촌민박’이다. 숙박 시설로는 처음으로 중요한 문제점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노정된 것이다.   

농어촌민박(펜션) 사업은 1995년 정부가 법률적으로 농어촌지역과 준농어촌지역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단독주택을 이용해 농어촌 소득을 늘릴 목적으로 시행됐다. 그러다 보니 허가부터 관리까지 부실하기 짝이 없다. 민박사업은 일반 숙박업과 달리 공중위생관리법의 적용 제외 대상이다.

 영업 전 인허가 과정에서 지자체가 우선 점검한다. 이후 지자체와 함께 농림축산식품부가 연 2회 안전, 소방, 위생 등 ‘합동점검’을 실시한다. 합동점검은 ‘전수조사’가 아닌 ‘샘플 채취방식’이다. 이번에 사고가 난 펜션은 1년에 한 번 시설점검을 한다고 하지만, 이 그마저도 전문가가 아닌 일반 사업자에게 위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주는 보일러를 인터넷으로 저렴하게 구매해 무자격자에게 설치를 맡겼다. 기자가 취재한 결과, 보일러 설치 업체는 강릉시에 가스시공업체로 등록되지 않았다. 또 ‘한국열관리시공협회’와 ‘전국보일러설비협회’에도 가입되지 않았다.
 
인허가권자인 강릉시는 불법적 시공과 부실을 찾아내지 못했다. 시설물의 점검 및 관리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고 발생 첫날.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김한근 강릉시장을 사고대책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해당 지자체의 감사 기능과 경찰, 소방의 통제기능을 가진 도지사가 아닌 해당 지자체장이 맡았다. 석연찮다. 김 시장은 사고대책 회의에서 ‘농어촌 민박’에 대한 관리책임을 정부차원으로 돌렸고, 농림축산식품부는 펜션 인허가권자는 강릉시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또 김 시장은 경찰의 수사결과 보다 앞서 경위를 설명하거나 병원장의 브리핑을 반복해 취재에 혼선을 주기도 했다. 강릉시는 관리감독만 제대로 했다면 이번 사건을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도 있었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란 말이 있다. 비록 이번 참사를 통해 드러나긴 했지만 앞으로 다시는 이 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취재기자의 진솔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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