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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구도 불투명해진 한진家…삼남매 경영성과는

등록 2019.05.09 11: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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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차기 동일인에 내부적 의사 합치 못 이뤄

조원태 회장이 동일인 지위 가져갈 것으로 보였지만

삼남매 간 갈등설 나오며 후계구도 또한 불투명해져

조현아, 조현민 경영 의지 점쳐지며 경영성과도 관심

【서울=뉴시스】왼쪽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2019.05.08.(사진=한진그룹 제공)

【서울=뉴시스】왼쪽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2019.05.08.(사진=한진그룹 제공)



【서울=뉴시스】고은결 기자 = 한진그룹이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 이후 승계 문제를 두고 그룹 내부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장남 조원태 회장이 그룹의 신임회장으로 추대되며 재계에서는 사실상 조 회장이 선친의 뒤를 이어 차기 동일인이 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에 기한 내에 총수 지정을 위한 자료를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며 삼남매 간 불화설에 군불이 지펴졌다. 예상치 못한 갈등설이 불거지자, 일각에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조현아·조현민 자매의 경영 참여 의지가 뚜렷해졌다는 시그널로도 보고 있다. 삼남매 개개인의 경영 능력이 관심사로 부상한 배경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당초 지난달 12일까지 '총수(동일인)' 지정을 위한 자료 제출을 요청했으나, 한진그룹은 아직 차기 동일인 변경 신청서를 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오는 10일로 예정됐던 2019년 대기업집단 지정 일자도 15일로 미뤄졌다. 한진 측은 조양호 전 회장의 급작스런 별세 때문에 내부적인 의사 합치가 이뤄지지 않아 기한 내 제출이 어렵다고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은 지난달 지주사인 한진칼 이사회에서 사내이사인 조원태 회장을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하며, '조원태 체제'가 본격 막을 오른 것으로 해석됐다. 전 회장의 작고 이후 상속세 문제가 부상한 만큼, 당분간은 오너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삼남매의 지분정리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차기 동일인 지정에서 이견이 발생했다는 것은 곧 그룹의 경영권을 두고 '남매의 난'이 일촉즉발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갑질 논란'으로 승계 경쟁에서 멀어지기 전까지는 계열사 경영 전면에 나서왔다.

조양호 전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 부사장은 2014년 '땅콩회항' 논란 전까지는 그룹의 호텔 부문을 총괄해왔다. 대한항공 호텔면세사업본부에서 경영 수업을 시작한 조 전 부사장은 대한항공 호텔기판사업본부, 기내식사업본부를 거쳤으며 칼호텔 대표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이후 대한항공의 호텔사업본부 본부장, 한진관광 대표이사를 거쳐 대한항공 기내서비스, 호텔사업부문 총괄부사장으로 호텔과 관련된 서비스 사업을 책임졌다. 다만 조원태 회장은 이전부터 핵심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모두 맡으며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꼽혀왔다.

장남인 조원태 회장은 대한항공을 비롯해 한진칼, 진에어, 한국공항, 유니컨버스, 한진정보통신 등 계열사에서 모두 대표이사직을 맡은 바 있다. 현재는 대한항공에서만 대표직을 맡고 있다. 지난 2003년 한진정보통신으로 입사한 지 16년 만에 회장 자리에 올랐다.

조 회장은 조현아·조현민 자매가 갑질 횡포 논란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삼남매 중 유일하게 그룹의 등기이사로 재직해왔다. 당장 선친의 부재로 회장직에 오르며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평가 받는다. 특히 주력 계열사이자 직접 경영을 맡고 있는 대한항공을 둘러싼 영업환경이 녹록치 않다.

지난 2017년 대한항공의 대표이사에 오른 후 대한항공이 흑자 전환했지만, 저비용항공사(LCC)의 공세가 거세지고 유류비 상승세 등 부담 요인은 여전한 상황이다. 최근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되기로 결정되며, 아시아나항공이 또 다른 재벌그룹에 편입될 경우 향후 경쟁이 더욱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조 회장은 일단 오는 6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 의장직을 수행하며 국제 항공업계에서도 한진그룹의 수장으로서 본격 데뷔할 예정이다. 그러나 경영권을 두고 갈등을 빚는 상황이 계속 되면, 향후 동일인으로 지정되도 남매 간 갈등 봉합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차녀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물컵 갑질' 논란으로 사퇴하기 전, 대한항공 계열사인 진에어의 경영을 도맡을 것으로 관측돼왔다. 지난 2016년 진에어 부사장이 된 조 전 전무는 진에어의 호실적을 이끌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7년 당시 진에어는 매출 8884억원, 영업이익 970억원이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2017년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에 취임한 이후, 같은해 칼호텔은 좋지 않은 사업환경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

조 전 전무의 갑질 횡포 논란 전에는 삼남매의 역할이 적절히 분배된 그룹 경영이 점쳐지기도 했다. 조원태 회장은 그룹 전체의 경영을 아우르고, 2018년 당시 칼호텔네트워크 대표로 복귀했던 조 전 부사장이 호텔 부문을, 진에어 및 나머지 부문을 조 전 전무가 맡을 것이란 분석이었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이 다시 경영에서 손을 떼고, 조 전 전무도 모든 보직에서 내려오며 이 같은 관측은 물거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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