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전주 '얼굴없는 천사' 성금 훔친 도둑들…"컴퓨터 가게 열려고"(종합)

등록 2019.12.30 23:18:02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경찰, 충남 계룡·대전 유성서 30대 용의자 2명 각각 검거

언론보도 통해 얼굴없는 천사 방문시기 확인

피의자들, 2~3일 전부터 현장 잠복 후 범행…'계획 범죄'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전주 얼굴없는 천사의 성금을 훔쳐 달아난 용의자들이 붙잡힌 30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완산경찰서에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2019.12.30.  pmkeul@newsis.com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전주 얼굴없는 천사의 성금을 훔쳐 달아난 용의자들이 붙잡힌 30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완산경찰서에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2019.12.30. [email protected]

[전주=뉴시스] 윤난슬 기자 = 전북 전주시 노송동의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수천만원의 성금을 훔쳐 달아난 30대 피의자들은 '컴퓨터 수리점'을 열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이맘때면 얼굴 없는 천사가 방문한다는 것을 언론보도를 통해 확인하고 2~3일 전부터 범행 현장 인근에 잠복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전주 완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40분께 A(35)씨와 B(34)씨를 특수절도 혐의로 충남 논산과 대전 유성에서 각각 체포했다.
 
겨울용 점퍼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이들은 이날 오후 7시께 전북 전주 완산경찰서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는 '왜 성금을 훔쳐갔느냐', '계획된 범행이었느냐', '얼굴 없는 천사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으나 이들은 침묵으로 일관하며 경찰서 안으로 향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께 노송동 주민센터 뒤편 '희망을 주는 나무 아래'에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성금 6000여만원 상당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 3분께 얼굴 없는 천사로 추정되는 한 남성으로부터 "주민센터 인근에 성금이 담긴 종이박스를 놓아 뒀으니 확인해보라"는 전화가 주민센터로 걸려왔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곧바로 지하 주차장 입구 등 센터 주변을 샅샅이 찾았으나 성금이 담긴 박스는 찾지 못했다.
 
몇분 뒤 이 남성으로부터 "성금을 찾았느냐"는 전화가 두차례나 걸려와 다시 주변을 살폈지만. 성금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누군가 박스를 가져간 것 같다"라는 전화를 받고서 주민센터 직원들은 이날 오전 10시 40분께 "성금이 사라진 것 같다"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목격자 진술과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지난 26일부터 주민센터 주변에 세워져 있던 SUV 차량 1대를 수상히 여기고 추적에 나섰다.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2000년부터 이어진 전주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금이 도난당한 30일 전북 전주시 노송주민센터 일원에 기부금이 놓여 있던 희망을 주는 나무 주변이 썰렁하기 그지없다. 2019.12.30.  pmkeul@newsis.com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2000년부터 이어진 전주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금이 도난당한 30일 전북 전주시 노송주민센터 일원에 기부금이 놓여 있던 희망을 주는 나무 주변이 썰렁하기 그지없다. 2019.12.30. [email protected]

이후 충남경찰청과 공조해 충남 논산과 대전 유성에서 이들을 붙잡았다. 또 용의자들이 갖고 있던 기부금 6000만원을 회수했다.

A씨 등은 "컴퓨터 수리점을 한 곳 더 열기 위해 기부금을 훔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회에서 알게 된 이들은 이미 언론보도 등을 통해 얼굴 없는 천사가 이 시기에 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 "컴퓨터 가게를 운영하는 피의자가 컴퓨터 수리점을 한 곳 더 열기 위해 다른 피의자에게 범행을 제안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범행에 대한 구체적 경위는 조사 중이어서 자세한 것은 말해 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얼굴 없는 천사'는 지난 2000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성탄절 전후로 노송동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 수천만원이 담긴 종이박스를 몰래 놓고 사라져 붙여진 이름이다.

2000년 4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58만4000원을 놓고 간 것을 시작으로 그의 소리 없는 기부는 해매다 연말을 기점으로 이뤄졌다.

그는 매년 A4용지 박스에 5만원권 뭉치와 동전 등을 채운 돼지저금통, 메모글을 남겼으며 이 성금은 그동안 전북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노송동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용됐다.
 
이날 경찰이 회수한 성금이 주민센터에 전달되면 천사가 올해까지 20년간 놓고 간 돈의 총액은 모두 6억7000여만원에 달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