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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혼란 틈타 창릉지정, 전쟁 시작됐다"…일산 '격앙'

등록 2020.03.04 17:5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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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릉 지구지정 고시에 일산 '부글' vs 덕양 '환호'

국토부, 고양 창릉 공공주택지구 지정 6일 고시

일산 "가뜩이나 교통인프라 부족…3기 신도시 폐지"

덕양 "창릉 신도시로 덕양 위상 달라질 것…환영"

【고양=뉴시스】 고범준 기자 = 정부가 고양시 창릉동과 부천시 대장동을 3기 신도시로 추가 선정했다. 국토교통부는 '수도권 주택 30만호 공급안-제3차 신규택지 추진 계획'을 발표, 3기 신도시는 고양시 창릉동(813만㎡·3만8000가구), 부천시 대장동(343만㎡·2만가구)으로 결정됐다.  사진은 7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창릉동 일대 모습. 2019.05.07.  bjko@newsis.com

【고양=뉴시스】 고범준 기자 = 경기도 고양시 창릉동 일대 모습. 2019.05.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정부가 수도권에 추진하는 3기 신도시인 경기 고양 창릉지구의 공공주택지구 지정 절차가 완료된 가운데 고양시 내 일산과 덕양지역 주민들의 온도차는 확연했다. 일산지역 주민들은 전쟁이 시작됐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 반면 덕양지역 주민들은 집값 상승 기대감에 환호했다.

4일 국토교통부는 수도권 30만 채 공급계획으로 추진되는 신규 택지인 고양 창릉지구에 대한 주민 공청회와 전략환경영향평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마치고 오는 6일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고시한다고 밝혔다.

정부 발표 이후 인터넷 카페와 지역 부동산 오픈 카톡방에서 나타난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특히 오픈 카톡방의 경우 최근 정부의 단속 예고에 집값과 관련한 직접적 언급을 자제해 왔지만 이날은 달랐다.

일산동구와 서구 주민들은 3기 신도시 폐지를 주장했다. 기존 1기 신도시의 수요이탈과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신도시가 들어설 경우 집값 하락 등 경쟁력 저하를 우려한 목소리가 팽배했다.

일산서구에 아파트를 보유한 한 주민은 "3기 신도시는 일산의 절대적 악재로 싹을 잘라야 한다"며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면 안 된다. 3기 신도시 대신 용적률을 높여 재건축, 리모델링으로 신축 가구 수를 늘리면 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일산 1기 신도시를 재건해야 한다"며 "운정, 능곡, 원당, 장항, 덕은 등 앞으로 공급 물량이 계속 되는데 3기 신도시는 말이 안 된다. 일산을 위한 전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은 고양 창릉 지구지정 발표가 '총선용'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갑작스러운 선거구 개편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혼란한 틈을 타 정책을 발표했다"며 "2003년부터 추진된 2기 신도시도 아직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3기 신도시를 추진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고양시에 선거구 개정과 관련한 민원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원흥, 삼송, 향동 주민들은 자축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일산에 비해 서울이 가까운데다 GTX와 같은 교통호재도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원흥지구에 아파트를 매매한 한 주민이 "며칠 전에 거의 최고가로 계약했는데 이런 소식이 너무 반갑다"고 말하자 "축하한다"는 답글이 쏟아졌다.

덕양구 거주자는 "창릉 신도시가 들어오면 덕양의 위상이 달라질 것이다. 계획대로 진행돼야 한다"라며 "이번 지구지정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투자자들의 유입을 기대한다. 몇 주 내로 창릉 호재가 반영될 거로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원흥 도래울마을에서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한 중개인은 "코로나19로 이전보다는 아니지만 거래는 꾸준히 되고 있다"며 "이번 지정소식이 전해지면서 매수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 집을 내놓은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는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 더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하는 경우도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도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 지역 주민들은 아직 집값이 낮게 형성돼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주변 삼송이나 향동의 상황도 같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전문가는 지역 이기주의가 '내 재산 지키기' 명분으로 집단화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아파트를 비롯한 집이 전 재산이나 다름없다보니 대부분이 자기 재산 지키기에 혈안이 돼 있다"며 "창릉지구가 생기면 덕양구는 교통호재가 생기기 때문에 이를 차질 없이 진행시키려 하는 반면 일산구는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위험 때문에 반대를 주장하는 것이다.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고양창릉 지구는 30사단 이전 예정지와 그린벨트 등을 활용해 교통이 편리한 자족도시로 조성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모두 3만8000가구가 공급될 예정으로 서울 집값 급등을 막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공급방안이다. 서울과 멀지 않은 곳에 대규모 신도시를 지어 서울 수요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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