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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 짓누른 코로나發 위기…동원 가능한 카드 모두 써

등록 2020.03.23 11:38:10수정 2020.03.24 11:3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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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한 달간 셧다운…LCC "고사 위기 현실화"

대형사 "IMF보다 더 위기", 신생사 "날개 펴기도 전에"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7일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운항이 중단돼 출국 알림판에 안내된 항공편이 없다. 2020.03.17.  woo1223@newsis.com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7일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운항이 중단돼 출국 알림판에 안내된 항공편이 없다. 2020.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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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은결 기자 = 국내 항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생존 위기에 처했다. 저비용항공사(LCC)는 물론 대형항공사도 비행기를 띄울 곳이 사라지고, 약 1년 전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취득한 신생 LCC들은 본격적인 이륙 전부터 악재를 맞았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24일부터 국적사 최초로 국내선과 국제선 운항을 모두 중단한다. 일본의 입국 제한 조치 이후 국제선 운항을 전면 중단한 이후, 김포·청주·군산~제주행 국내선도 한 달간 안 띄우는 게 낫다고 판단해 이같이 결정했다.

이미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플라이강원 등 LCC도 모든 국제선을 운항하지 않고 있다. 현재 LCC가 띄우는 국제선 노선 항공편은 제주항공의 인천~도쿄·오사카, 진에어 인천~세부·조호르바루 노선뿐이다.

코로나19로 상황이 악화하며 LCC들은 경영상 동원이 가능한 카드를 모두 동원했다. 연차 사용 독려부터 분산 근무제, 무급휴가, 경영진 임금 삭감 및 사표 제출 등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이제는 인력 감축 수순만 남은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지난달 임직원 급여 60%가 밀린 이스타항공은 '셧다운' 조치에 이어 희망퇴직까지 검토 중이다.

대형항공사들도 코로나19 사태에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대형항공사들은 지난해 일본 불매 운동에도 미주·유럽 등 장거리 노선이 버티고 있어 비교적 타격이 적었다. 하지만 전 세계 하늘길을 막아버린 코로나19 쇼크는 대형항공사도 예외 없이 패닉에 빠지게 했다.

현재 대한항공은 13개 미주 노선 중 4개 노선, 14개 유럽 노선 중 12개 노선을 비운항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6개 미주 노선 중 3개 노선, 8개 유럽 노선 중 7개 노선의 운항을 멈췄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다음 달 1일부터 16일까지 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도 운항하지 않기로 해, 해당 기간에 전 유럽 노선을 비운항한다.

업계는 최근의 상황을 '전례 없는 위기'로 보고 있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지난 9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IMF 때도 약 18% 정도(의 노선)만 감축했던 것과 비교하면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는 정말 심각하다", "더 심각한 것은 언제든지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인천공항=뉴시스]최진석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5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입국장이 텅 비어 있다. 2020.03.15.myjs@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최진석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5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입국장이 텅 비어 있다. [email protected]


지난해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받은 신생 항공사 세 곳도 막막해졌다. 가뜩이나 과당 경쟁 속에서 출범했는데, 첫 발을 떼자마자 대형 악재가 터져서다. 가장 먼저 항공운항증명(AOC)을 발급받아 취항에 나섰던 플라이강원은 코로나19 여파에 양양발 타이베이, 클락 노선 모두 잠정 비운항 중이다.

코로나19 사태에 전 국제선이 멈췄지만, 정부의 지원에서 소외된 플라이강원에 대한 긴급 금융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강원도 시·군 번영회 연합회는 정부가 과거 경영실적을 반영하는 신용평가를 해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면서, 플라이강원은 이 같은 지원에서 소외돼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호소했다.

아직 국토교통부로터 AOC를 발급받지 않은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도 없지만, 제대로 날개를 펼칠 시기도 미뤄지게 됐다. 에어로케이는 당초 이달 중 국내선 취항을 계획했지만,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이전처럼 서두르지는 않을 계획이다.

에어프레미아는 하반기 취항을 계획하며 객실승무원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지만 최악의 업황 속에서 부담이 없지 않다. 신생 LCC 관계자는 "아무래도 업황이 나쁘다 보니 첫 취항 시기 등 검토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항공업계 전반이 코로나19발 위기에 휘청이는 가운데, 업체들은 정부의 추가 지원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7일 LCC에 최대 3000억원 긴급 자금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하고, 이달 18일에는 항공기 착륙료 20% 감면, 3~5월 항공기 정류료 면제 등 추가 지원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항공사들은 이 같은 대책안이 고사 위기 극복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유동성 지원이 필수라는 주장이다.

최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제주항공, 에어부산 등 국적사는 정부에 건의할 추가 지원 내용을 논의하는 회의를 갖기도 했다. 회의에서는 ▲항공사 채권 발행 시 정부의 지급 보증 요청 ▲국토부의 항공 분야 긴급지원 자금 규모 확대 등 내용이 다뤄졌다.

항공사들은 특히 주요 선진국은 이미 각국 정부가 직접 '항공사 살리기'에 나선 점을 강조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항공업계에 500억달러 규모의 긴급 지원을 할 것으로 전해졌으며, 독일은 자국 항공사 대상 무한대 금융 지원에 나섰다. 프랑스 또한 자국 항공사에 대한 무조건적 지원을 약속하며 에어프랑스에 11억 유로의 대출을 추진 중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특단의 조치 없이는 셧다운 도미노가 현실이 될 수 있다"며 "항공업계의 생존을 위해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지원책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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