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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프로야구의 '봄날' 준비...방심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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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4-17 14:2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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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주희 기자 = 낯선 봄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바꿔놓은 일상은 눈부신 봄 햇살에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학교에 가고, 여행을 떠나는 대신 사람들은 집에 머문다.

야구장도 예외가 아니다.

개막이 미뤄진 야구장은 썰렁하다. 시즌 초반의 활기가 넘치던 예년의 그라운드와 달리 올해는 청백전만 쓸쓸하게 진행되고 있다. 선수들은 "시즌 개막을 이렇게 기다려 본 건 처음"이라고 입을 모은다. 팬들도 일상의 즐거움이 되어주던 야구의 빈자리를 느꼈을 테다.

지루한 봄, "플레이볼"이 다가오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1일부터 무관중 연습경기를 실시하기로 했다.

27일까지 팀 당 4경기씩 총 20경기를 우선 편성했다. 무관중 경기로 치러지는 연습경기라 해도 의미 있는 발걸음이다. 각 구단의 방역 체계가 코로나19의 야구장 침투를 막아냈고 이제 시즌 개막을 위한 발걸음을 뗐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구단들은 지난달 초 해외 스프링캠프를 마무리하고 입국한 뒤 한달 넘게 단체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확진자가 1만 명을 넘어선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야구장에서는 그동안 단 한 명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았다. KBO와 각 구단, 선수들까지 예방에 더 힘을 쓴 덕이다.

KBO는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을 각 구단에 전달했고, 구단들도 긴장감을 높였다.

선수단 뿐만 아니라 관계자들까지, 매일 야구장 출입 시 발열 체크를 했다. 발열 등 의심 증세를 보인 선수나 관계자가 나오면 훈련은 곧바로 중단했다.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 등 일부 구단의 선수들은 훈련 중에도 마스크를 착용했다.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움직인 KBO리그는 이제 연습경기까지 눈앞에 뒀다. 연습경기가 문제없이 진행되고, 코로나19 사태가 생활 방역 단계로 접어들면 5월초 개막 가능성도 커진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안전한 개막을 위해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코로나19는 아직 종식되지 않았다. 신규 확진자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위험은 여전히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자체 청백전과 달리 팀 간 연습경기에서는 원정경기를 실시, 이동 거리가 생긴다. KBO는 이를 고려해 당일치기 원정경기로 연습경기 일정을 짰지만 선수들이 함께 이동을 하게되는 것부터 부담이 될 수 있다.

관계자와 취재진 등 청백전 때와는 또 다른 대규모의 인원이 모이게 되는 만큼 더 철저한 방역도 필요하다.

한 달 넘게 긴장을 유지해온 만큼 피로함을 느낄 수도 있을 시기다. 그러나 기지개를 켜고 있는 시점에서 만에 하나 확진자가 나오게 된다면 더 큰 낭패로 이어질 수 있다. 당장의 5월초 개막을 넘어 시즌 완주를 이뤄내기 위해선 만반의 준비가 동반돼야 한다.

야구 종주국 미국도 KBO리그 개막에 관심을 갖고 있다. 청백전 소식을 전하고 "지금 이 시국에 야구를 하는 나라가 있다"며 부러워하더니, 미국 스포츠 중계채널 ESPN은 최근 KBO에 중계권 문의를 해오기도 했다.

한국은 이미 방역의 모범 사례가 된 데 이어 전국적인 선거까지 치뤄내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제는 스포츠의 차례다. 이러한 분위기를 이어 KBO리그 개막을 성공으로 연결하기 위해선 빈틈없는 준비는 필수다.

지난 12일 2020시즌을 시작한 대만프로야구(CPBL)는 좋은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대만은 경기장에서 비말감염을 막기 위해 침 뱉기, 씹는 담배, 해바라기 씨 섭취 등을 금지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야구팬들이 선수단 숙소에서 선수들을 기다리는 것도 금지된다.

취재진 출입에도 인원수 제한을 두는 등 '거리 두기'에 신경을 쓰고 있다.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해 무관중으로 경기를 진행하는 대신 로봇 마네킹 응원단을 동원했다.

KBO도 개막을 고려, 더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 그래서 17일 발표한 코로나19 대응 통합 매뉴얼 2탄은 더 반갑다. KBO는 44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의 매뉴얼을 각 구단에 배포했다. 야구장에 바이러스가 발을 붙일 수 없게 하려는 의지다. 그러나 이는 끝이 아니다. 확실한 실천이 동반될 때 그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대만이 로봇 마네킹으로 즐거움을 선사한 것처럼 야구에 목말랐던 팬들을 위해 안전과 재미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아이디어도 요구된다.

야구장에 앉아 목청껏 소리를 지르며 선수들을 응원할 수 있는 '진정한 봄날'이 언제 올지는 아직 확신할 순 없지만,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juh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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