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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커지는 GP총격 의혹, 軍은 왜 오해 자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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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5-1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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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성진 기자 = 지난 3일 강원도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내 최전방 감시초소(GP)에서 발생한 북한군의 총격 사건과 관련해 군 안팎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합동참모본부는 사건 당일 오후 브리핑을 자처하면서 현장 지휘관의 판단에 따라 적절하게 조치했다고 발표했지만 석연찮은 점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합참 관계자는 총격 사건 당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시 안개가 짙게 껴 시계가 1㎞ 내외로 좋지 않은 점, 남북 GP 사이에 상당히 거리가 이격된 점, 유효사거리 범위 밖에서 총격이 이뤄진 점, 북한군이 근무교대 후 장비 점검을 하고 있던 점, 북한군 GP 인근 영농지에서 일상적인 활동이 식별된 점 등을 근거로 북한군의 의도성이 낮다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이번 브리핑은 어딘가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지난 2014년 삐라(전단) 총격전 당시만 두고 봐도 그렇다. 당시 군은 북한군의 총탄 종류나 낙탄 지역, 경고방송 및 대응사격 시각, 우리 군의 대응절차 등을 신속하게 공개하며 능력을 과시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경고사격과 경고방송 시각은 언제냐", "GP 외벽에서 피탄된 북한군 총탄이 무엇이냐", "우리 군은 어떤 무기로 대응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두 "분석 중"이라며 답변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군은 과거에도 공개했던 기본적인 사실은 모두 함구한 채 먼저 나서서 북한군의 의도성이 낮다는 취지로 설명을 이어갔다. 이 때문에 당시 브리핑에서는 "꿈을 꿨는데 꿈 이야기는 안 하고 해몽부터 하고 있다"는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 몇몇 기자들은 브리핑 뒤 당국자들에게 "기본적인 사실을 공개하지 않으면 지난해 목선 사태처럼 의혹만 부풀어진다"고 언질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군 당국은 아무런 추가 발표를 하지 않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GP 총격 이튿날 언론에서는 북한군이 14.5㎜ 고사총탄을 사용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군 당국이 이를 숨긴 이유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이어 군의 첫 대응사격까지 약 20분이 소요됐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됐고, 북한군 고사총 사격이 유효사거리 범위 안에서 이뤄졌다는 의혹과 함께 우리 군의 K-6 기관총 원격사격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의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오히려 군 당국의 이번 대응은 과거와 비교해 상당히 신속하고 정확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 군은 이번 GP 총격 후 경고 사격까지 불과 20분 만에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안개 때문에 시계가 1㎞만 확보되는 상황에서 (타격)원점을 확인하고 외벽 피탄 흔적까지 확인한 뒤 20분 만에 대응한 것은 결코 느리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삐라 총격전 대응에서 105분이 걸린 것에 비하면 상당한 진전이기도 하다.

군 정보당국 역시 총격 당시 이미 우발적 상황이라고 인식할 만한 북한군 내부 동향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대북정보는 미측과도 공유됐으며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우리 군의 '우발적 상황' 판단에 동의를 표하고 이를 본토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이 사건 초기부터 신속하게 대북 정보를 입수해 '우발적인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조치한 모습 역시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군은 '알 수 없는 이유'로 기본적인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여전히 의혹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일선에서는 "군이 충분히 대응을 잘하고도 북한 편을 든다는 오해를 사고 있다", "스스로 신뢰를 깎아 먹는다"는 목소리까지 흘러나왔다. GP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예비역 간부는 "일선 장병들의 노력이 몇몇 사람들의 결정 때문에 허사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럴 때 가장 힘이 빠진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물론 군 당국의 판단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민감한 대북정보를 함부로 밝히지 않음으로써 정보자산과 대응태세 등을 적에게 드러내지 않으려는 노력이 있었을 것이고, 그 뒤에는 9·19 군사합의 정신에 따라 과거와 달리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한다는 모종의 메시지가 필요했을 수도 있다. 불필요한 정보 공개가 모처럼 만들어진 평화 지대에 공연한 '불신'만 조장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70년 동안 대결과 화해를 반복했던 역사 속에 있었던 수많은 GP 사고를 떠올려보면 굳이 군 당국이 이렇게까지 감추면서 스스로 불신을 조장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은 여전히 남는다. 우리 군이 적절하게 조치했다면서 정작 무엇을 했는지 말하지 않는 것은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우리 군도 때로는 총기 정비를 하다 실수로 중기관총을 발사해 북측 GP에 메가폰을 잡고 오발이라면서 상황을 알리기도 했다. 군사합의 이전에 이런 일이 아주 가끔 있었지만 우려하던 전면전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특히나 이번 총격 사건처럼 북한군이 저질렀고 심지어 북한군의 의도성이 낮다고 판단됐다면 그저 있는 사실을 밝히고 북측에는 책임있는 사과나 설명을 요구하면 그만이었을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남북 정상이 어렵게 맺은 9·19 군사합의가 하루아침에 쓸모없는 종이 쪼가리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던 단순한 사실 몇 가지를 완전히 감춤으로써 군 당국이 스스로 의혹만 불러일으킨 부분은 '실책'으로 보인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현장 기자들은 종종 "군은 명예와 사기를 먹고 산다"는 말을 듣는다. 또 "과도한 비판이 때로는 현장 지휘관의 자율을 훼손할 수 있다", "잘한 점은 잘했다고 칭찬해달라"는 당부 섞인 말을 듣기도 한다. 그만큼 군에서는 명예와 사기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군의 명예와 사기를 높여줄 사실은 안갯속에 있고, 군은 이날까지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이번 GP 총격 사건만 놓고 국방부와 합참에서 24시간 고생하는 수많은 이들의 노력을 깎아내리려는 것은 아니다. 북한군이 총격을 가한 것이 잘못이지 우리가 애초에 잘못한 것은 없지 않은가. 다만 군인이 본분을 다했음에도 그 노력이 폄하되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때로는 작은 오해가 모든 것을 뒤덮어버릴 때가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현장 지휘관과 장병들의 명예와 사기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지 되새겼으면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ksj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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