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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WTO 제소 절차 재개 '강수'…한일 관계 다시 격랑 속으로

등록 2020.06.02 17: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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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수출관리 제도 개선 요구에 日 해결 의지 없어

징용 판결 보복 조치 일환이라 철회 가능성 낮아

日전범기업 자산 현금화 앞두고 갈등 격화 우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이호현(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국장 등이 10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제8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 영상회의에 참석한 가운데 한일 수석대표들이 참석한 영상이 보이고 있다. 아래는 일본 수석대표인 이다 요이치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 당초 이번 회의는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이에 따른 양국의 입국제한 조치로 인해 영상회의로 변경됐다. 2020.03.1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이호현(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국장 등이 10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제8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 영상회의에 참석한 가운데 한일 수석대표들이 참석한 영상이 보이고 있다. 아래는 일본 수석대표인 이다 요이치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 당초 이번 회의는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이에 따른 양국의 입국제한 조치로 인해 영상회의로 변경됐다. 2020.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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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정부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해결 절차 재개를 선언하며 한일 관계에 또다시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일본이 대한국 수출 규제 원상회복 조치 요구에 대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한일 관계가 다시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정부는 지금 상황이 당초 WTO 분쟁 해결 절차 정지의 요건이었던 정상적인 대화의 진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며 "지난해 11월 22일에 잠정 정지했던 일본의 3개 품목 수출제한조치에 대한 WTO 분쟁 해결 절차를 재개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WTO에 패널 설치를 요청해 향후 절차를 진행키로 했다. 정부는 일본 측이 대(對) 한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 시에 제기한 한일 정책대화 중단, 재래식 무기에 대한 캐치올 통제 미흡, 수출관리 조직과 인력의 불충분 등 세 가지 사유가 해소됐지만 일본이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논의가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일본은 즉각 반발했다. NHK에 따르면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이 한국의 발표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수출관리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한일) 당국 간 대화가 계속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측이 일방적으로 발표를 진행한 점은 유감이다"고 말했다.

앞서 가지야마 히로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관리 조치에 대해 "종합적으로 평가해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수출 관리 재검토는 제도의 정리와 운용 실태에 근거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그간 국장급 대화는 물론 각급간 대화에서 수출 규제 철회를 거듭 촉구했다"며 "일본 측은 한국 측이 수출관리 제도를 개선하고, 조직과 인력을 확충한 것을 평가하면서도 실제로 제대로 작동하는지는 시간을 가지고 관찰하고, 평가해야 한다고 이야기해 왔다"고 전했다.

일본이 수출 규제와 관련해 전향적인 답변을 내놓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7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는 실질적으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일본 전범기업 자산 현금화 조치를 앞두고 있는데다 강제징용 해법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수출 규제 철회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WTO가 결론을 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국제사회에서 수출 규제 문제를 논의한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고, 일본에는 압박이 될 수 있다"며 "다만 전범기업 자산 현금화 조치가 연내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국에 대한 직접 압박 카드로서 수출 규제를 장기간 내려놓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WTO 제소 절차를 재개하면서 일본의 3개 품목 수출제한 조치의 불법성과 부당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겠다는 포석이다. 지난해 일본과 양자 협의 절차가 진행됐으며, 정부는 향후 WTO 분쟁해결기구에 패널 설치를 요청할 방침이다. 패널이 구성되면 사안 검토와 결론, 상소 등 10개월에서 13개월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나승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이 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그동안 잠정 정지했던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 절차를 재개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0.06.02.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나승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이 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그동안 잠정 정지했던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 절차를 재개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0.06.02. [email protected]

일본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지소미아 종료 카드 역시 아직 살아 있다. 다만 미국이 지소미아 종료에 강한 불만을 제기한 데다 코로나19 책임론, 홍콩 국가보안법 등을 놓고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해 11월22일 발표했을 때 지소미아의 효력을 언제든지 종료시킬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우리가 협정의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한 상황"이라며 "수출 규제 조치 철회는 이뤄져야 되는 것이고 계속 촉구하고 있는 사항이다. 논의 동향에 따라서 신중히 검토해야 될 사항"이라고 밝혔다.

일본이 한·일 갈등의 핵심인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이 도출되기 전까지 수출 당국간 협의를 이어가되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가운데 일본 전범기업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 시점이 향후 한일 관계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의 판결이 "주권과 안전을 해친다"는 이유로 관련 서류를 일본 기업에 전달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올해 상반기로 예상됐던 자산 매각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법원의 결정과 명령을 공시하는 것으로 송달을 마쳤다고 간주하는 공시 송달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는 "모든 이슈가 코로나19에 묻혀 있는데 일본 기업의 자산 현금화 결정이 내려지면 한일 관계가 느닷없이 위기로 치달을 개연성이 높다"며 "정부가 리더십을 가지고 피해자들은 물론 여러 가지 스펙트럼에서 소통하면서 강제 징용 문제를 어떻게 할지 교통 정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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