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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우린 인권도 없나요"…정의연 직원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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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6-10 1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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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지난달 20일 아침이었다. 정의연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1000만원이 넘는 기부금을 받고도 국세청 공시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 무렵은 '단독'이라는 간판이 달린 정의연 의혹 보도가 쏟아지던 때였고, 기부금 의혹 역시 그 중 하나였다.
 
늘 그렇듯, 내용 확인차 정의연 관계자와 통화했다. 그는 취재를 하며 이미 여러 번 통화했던 사이였다.
 
이 관계자는 통화에서 기부금 누락 실수를 인정했다. 조목조목 설명을 듣고 "고생한다"는 짧은 인사를 건넸는데, 그가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물론, 실수가 많았죠. 그런데 이걸 비리인 것처럼 보도하니, 무슨 말씀을 드려도"라며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그러면서 "고생한다고만 말하지 말라, 우리는 인권이 없느냐"고도 말했다.
 
 격앙된 통화가 끝난 후 얼마의 시간이 지나 그는 "감정적으로 말해 미안하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그 문자메시지가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었고, 결국 취재수첩을 꺼냈다. 한 달에 걸친 정의연 취재 메모는 빼곡했다.

의혹 보도가 나오기 시작한 지난달 11일부터 지난 9일까지 정의연 관련 보도 중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따로 적어둔 뉴스가 86건에 달했다. 

지난달 22일엔 하룻밤사이 무려 13건의 정의연 의혹 보도가 나왔다. 이 기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정의연'을 입력했더니 1만5000여건의 기사가 검색됐다.
 
되물었다. '수없이 쏟아진 정의연 의혹 보도는 과연 사실을 기반으로, 공익적 알 권리만을 위해 작동했을까. 그저 이목을 끌기 위해, 부정적 여론에 편승했던 가짜 뉴스나 추측성 보도는 없었던 것일까.'
 
물론 언론의 취재로 정의연 운영의 미흡한 부분이 드러난 건 사실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정의연이라는 조직에 가졌던 국민적 기대에 비해 투명성이나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방만했던 것 같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정의연 내부적으로도 기부금 공시 누락 등 회계처리 오류에 대해 여러 차례 사과했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무산되긴 했지만, 지난달 15일에는 공익법인을 전문으로 하는 외부 회계기관을 추천받아 직접 검증받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언론의 이런 '공' 때문에, 그 과정에서 범한 '과'가 가려져서는 안 될 것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일하며 30년간 이룩한 '공'에 가려져 있던 정의연의 '과'가 이제야 서서히 드러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린 인권이 없냐'고 호소했던 정의연 직원의 목소리가 지금도 귀전에 울린다. 나는 사과받을 자격이 있는가. 스스로를 돌아본다.


◎공감언론 뉴시스 wakeu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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