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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 "성폭력 피해, 충격과 고통…피해자다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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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1-25 11:06:26  |  수정 2021-01-25 11:09:36
"2차 가해 두렵지만, 나 자신 잃지 않으려 피해 사실 공개"
"가해자 사죄하고 최선 다해 분노하기보다 회복에 초점"
"그럴듯한 삶 살아가는 남성들조차 여성 존중 처참히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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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차별금지법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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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윤해리 기자 = 정의당 김종철 대표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입은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25일 "가해자는 모든 가해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하며 모든 정치적 책임을 받아들였다"면서 "함께 젠더폭력근절을 외쳐왔던 정치적 동지이자 마음 깊이 신뢰하던 우리 당의 대표로부터 저의 평등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훼손당하는 충격과 고통은 실로 컸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이날 오전 입장문을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문제를 제기하고 공개적인 책임을 묻기로 마음먹은 것은 이것이 저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자, 제가 깊이 사랑하며 몸담고 있는 정의당과 우리 사회를 위하는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설령 가해자가 당대표라 할지라도, 아니 오히려 당대표이기에 더더욱 정의당이 단호한 무관용의 태도로 사건을 처리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피해사실을 공개함으로써 저에게 닥쳐올 부당한 2차 가해가 참으로 두렵다. 그러나 그보다 두려운 것은 저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저의 경우 가해자가 보여준 모습은 조금 달랐다. 가해자는 저에게 피해를 입히는 과정에서 저를 동등한 인간으로 존중하지 않았지만, 제가 존엄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나마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사죄하며 저를 인간으로 존중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 "그렇기에 저는 분노하기보다 회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제가 겪은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 문제로부터 진정 자유로워지고자 한다. 그렇게 정치라는 저의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한다"며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지만 다시금 깊이 알게 된 것들을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다움'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성폭력을 저지르는 가해자들이 어디에나 존재하는 한, 누구라도 성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리고 피해자는 어떤 모습으로나 존재할 수 있다"며 "저는 사건 발생 당시부터 지금까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사람들은 저의 피해를 눈치채지 못했다. 피해자의 정해진 모습은 없다"고 했다.

또 "일상을 회복하는 방법에도 '피해자다움'은 없다. 누군가는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다른 누군가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일상을 회복한다"며 "이 모든 과정에서 그 어떤 피해자다움도 강요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사실이 있다. 바로 '가해자다움'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누구라도 동료 시민을 동등하게 존엄한 존재로 대하는 데 실패하는 순간, 성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럴듯한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남성들조차 왜 번번이 눈앞의 여성을 자신과 동등하게 존엄한 존재로 대하는 것에 이토록 처참히 실패하는가. 성폭력을 저지르는 남성들은 대체 어떻게 해야 여성들이 자신과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마땅한 존재라는 점을 학습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이 질문을 직시해야 한다"며 "반드시 답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피해사실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앞서 용기내어 말해온 여성들의 존재 덕분"이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피해자들은 여전히 자신의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처절히 싸우고 있다. 모든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brigh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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