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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교복장사 30년만에 가장 힘든 시기" "거래업체 10곳 문닫아"

등록 2021.02.24 10:00:03수정 2021.02.24 10: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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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수업으로 문구점, 교복업체도 코로나 후폭풍

신학기 붐비던 문구점엔 적막감만 감돌아

전깃세 아끼려 깊숙한 곳 형광등 끄고 영업

교복 입지 않았는데 체격 커져 교환 요구도

교복업체 재구매율 떨어지면서 영업 타격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23일 경기 수원시 한 문구 도·소매점이 일부 조명을 꺼둔 채 영업을 하고 있다. 2021.2.23. pjd@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23일 경기 수원시 한 문구 도·소매점이 일부 조명을 꺼둔 채 영업을 하고 있다. 2021.2.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신학기 개학을 일주일 앞둔 23일 오후 2시께, 경기 수원시 팔달구 종로문구거리에 위치한 한 학용품 도·소매점.

예년 같으면 한창 개학을 앞두고 각종 학용품을 주문하러 온 문방구 사장들로 분주할 시기이지만 가게 안에는 적막감만 감돌았다.

지난해 1월 말께 개학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찾아온 이후 일상화 된 풍경이다.
원격수업으로 학생들이 학교를 오지 않게 되면서 문구점들이 된서리를 맞았기 때문이다.
 
132.2㎡(40평) 남짓한 문구점 안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어 가게 깊숙한 안 쪽에는 형광등까지 꺼둔 채 주인만 우두커니 자리를 지켰다.

그나마 정적을 깨고 가게 문을 연 손님은 학용품 주문이 아닌 땅콩 등 간단한 먹거리를 사러 온 사람이었다. 이마저도 외상으로 결제했다.

문구점 사장 A(64)씨는 "코로나19가 찾아온 이후 매일 지금과 같은 모습"이라며 "오늘은 하루 종일 들어온 2건 주문을 배달한 게 매출의 전부"라고 울상을 지었다.

이어 "장사가 잘 될 때는 하루에 보통 10건 넘게 학용품 배달을 나간다"며 "하지만 최근 적자가 계속 이어지면서 전기세라도 아끼려고 가게 형광등까지 부분적으로 꺼놓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매달 가게 운영비로 고정 지출되는 비용이 임대료와 전기세 등을 포함해 200만 원 가량 된다.

그런데 코로나19 여파로 학생들의 등교 수업이 중단되자 학용품을 팔지 못 하면서 문구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A씨는 "코로나19가 터지고 1년 동안 그동안 거래하던 소매점 가운데 10곳 넘는 문방구가 문을 닫았다"며 "물건을 주문할 가게가 줄어들면서 우리 매출도 함께 떨어졌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다음 달 등교 개학에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다. 개학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실제 등교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터여서 학교 앞 문방구들도 섣불리 물건을 들여놓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일부 문방구가 개학에 대비해 실내화 정도만 주문하고 있다"며 "직접 눈으로 등교하는 걸 보고 안심한 상황에서 물건을 들여놓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르포]"교복장사 30년만에 가장 힘든 시기" "거래업체 10곳 문닫아"

이러한 사정은 신학기 특수를 누리는 교복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식당·술집과 달리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영향을 덜 받는 편에 속하지만, 교복업체도 온전히 피해를 비켜갈 수는 없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학생들이 교복을 사면서 갈아입을 여벌을 함께 구매하고, 옷감이 닳거나 신체 성장으로  몸집이 커지면서 재구매율이 높았다.

그러나 등교 수업이 중단되면서 학생 등교일수가 줄어들자 이러한 구매는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30년 넘게 수원에서 교복점을 운영 중인 사장은 "평상시 등교 수업이 이뤄질 때는 그만큼 갈아입어야 하는 문제 등으로 셔츠나 바지 여분을 구매해가는 학부모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면서 교복 입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고등학교 2, 3학년의 경우 80∼90% 가량 재구매율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개학 전에 교복을 맞춘 이후 갑작스런 코로나19 확산으로 등교가 미뤄지면서 그 사이에 교복을 한 번도 입지 않은 채 학생들의 체격이 커지자 교복업체 측에 다시 교환을 요구하는 학부모들도 종종 나오고 있다.

이 교복업체 사장은 "만약 재고가 남아있으면 사정을 고려해 교환을 해주겠지만 남은 물량이 없으면 손해를 보고 새 교복을 만들어 줄 수는 없는 여건"이라며 "교복 장사 30년 만에 가장 힘든 시기"라고 말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6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2021년 교육부 업무계획을 설명하며 "개학연기 없이 3월에 시작하겠다. 준비된 방역으로 학생들이 보다 많은 시간 등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부는 교육격차 문제를 겪는 초등학교 1~2학년, 유치원 학생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까지 매일 등교할 수 있도록 학교 밀집도 완화 원칙에서 제외했다. 개학 연기 없이 법정수업일수(유치원 180일, 초·중·고등학교 190일)을 준수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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