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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교체 앞두고 의료법 돌출…파업 사태 재연 우려

등록 2021.02.25 12:00:00수정 2021.02.25 12:3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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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고형 이상에 면허 취소' 법안에 의료계 반발

법사위서 논의 시작…의협, 파업카드 꺼내들어

의협, '강력범죄 면허 취소' 대안으로 국회 설득

5월 출범하는 새 의협 지도부 선택에 관심 집중

"배수의진 쳐야" vs "투쟁 매몰 안돼" 의견 다양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최대집(왼쪽)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에 위치한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열린 제2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접종 의정공동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02.21.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최대집(왼쪽)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에 위치한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열린 제2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접종 의정공동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02.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대한의사협회(의협)이 새 지도부 구성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의정 관계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금고형 이상의 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자 의협이 조직적인 반발에 나선 것이다.

현 의협 지도부는 총파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협력 거부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다음달 치러지는 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6명의 후보자들도 의료법 개정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어 의료계 파업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국회 복지위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해 면허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형을 받은 경우 형 집행 종료 후 5년, 집행유예는 기간 만료 후 2년까지 면허 재교부가 금지된다.

이에 의협은 강하게 반발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21일 열린 의정공동위원회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료계의 심각성을 적극 말씀하셔서 이것(의료법 개정안)이 불행한 파업적 사태로 가지 않도록 사전에 막았으면 좋겠다"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코로나19 백신 접종 협력이 모두 무너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16개 시도의사회 회장들도 성명을 내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들은 "교통사고를 포함한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된다면 전국 16개 시도의사회 회장들은 의협을 중심으로 전국의사 총파업 등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에서 의결된다면 코로나19 진단과 치료 지원, 코로나19 백신접종 협력지원 등 국난극복의 최전선에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고 있는 대한의사협회 13만 회원들에게 극심한 반감을 일으켜 코로나19 대응에 큰 장애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경고했다.

현재 여당은 변호사, 회계사 등 다른 전문직들도 같은 면허 취소 기준을 두고 있고, 의사의 경우 살인이나 성범죄 같은 중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면허가 보호돼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협은 면허 취소 사유를 모든 범죄로 확대할 경우 교통사고 등 과실범죄에도 제재가 가해질 수 있어 무고한 피해가 우려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변호사는 정의 구현을, 의사는 국민 건강 보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각각의 임무가 다르고, 같은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국민 여론은 의사도 다른 전문직종과 동일한 면허 취소 기준을 둬야한다는 데 힘을 실어주고 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지난 23일 전국 18세 이상 500명을 조사한 결과 의료법 개정안의 취지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68.5%를 차지했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26.0%,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5.5%였다.
 
의협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의사들이 집단 이기주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제기되자 뒤로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총파업과 백신 접종 거부 등 강경 투쟁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적극적으로 국회를 설득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의협 관계자는 "총파업이나 백신 접종 협력 거부 등은 결정된 것이 아니고 법안이 통과된 이후에나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라며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것이고, 지금은 국회를 설득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협은 현재 살인, 강도, 성폭행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 경우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수정안을 만들어 여야를 설득 중이다. 강력 범죄가 아닌 범죄의 경우 금고형 이상을 받아도 면허가 취소되지 않는 내용이다. 의료법 개정안은 25일부터 국회 법사위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하지만 의료법 개정안이 법사위에서 통과될 경우 의협이 강경 투쟁으로 선회할 가능성은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또 현 의협 지도부의 임기는 4월 말까지이고 5월부터는 새 지도부가 출범하기 때문에 향후 의협의 대응에도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의협 회장에 출마한 6명의 후보자들은 한 목소리로 이번 의료법 개정안이 의사들에 대한 부당한 정치적 압력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여당을 겨냥한 거친 발언들도 쏟아내고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의협 회원들의 강한 불만을 반영한 행보로 해석된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기호1번)은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이 의협을 향해 "의사 면허는 '강력범죄 프리패스권'이 아니다"라고 비판하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미친' 여자가 전 의사를 지금 살인자, 강도, 성범죄자 취급했다"고 비난했다.

임 회장은 이어 "국회의원은 '강력 범죄, 병역 면탈 범죄, 이권과 관련한 입법 범죄, 온갖 잡범의 프리패스권'이 아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와 부산시장 선거는 어느당 출신 시장이 어떤 범죄를 저질러서 그 많은 돈 들여서 하는 것이냐?'라는 말을 돌려 준다"고 언급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강력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후보들도 나오고 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기호 6번)은 "지금 입법이 법사위 8부능선까지 왔다. 어떻게 막을 것이냐. (백신) 접종 거부는 배수의 진이라는 의미다. 국민들의 눈치를 봤으면 의약분업, 4대악 총파업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정부가 이 법을 끝까지 말고 나간다면 우리도 배수의 진을 치겠다고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의협 지도부가 총파업이나 백신 접종 거부 카드까지 꺼내든 것은 잘못된 대응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정치적 색채가 강한 현 지도부가 임기 동안 강경 투쟁 노선을 고집하다 여론의 지지를 잃었다는 지적이다.

유태욱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회장(기호 2번)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을 이끌고 있는 의사 여러분들의 사회적 책무이고 최근 의사면허법과 별개의 사안이다. 국민이 질병으로부터 고통받고 있는 사회적 문제와 연계하면 안된다. 우리는 의사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하고 환자 곁에 있어야 국민이 신뢰하는 의사로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홍준 서울시의사회 회장(기호 4번)은 "(투쟁을) 독단이나 선동으로 해서는 안된다. 지난 20년간의 투쟁을 보면 눈앞에서는 시원했지만 그 뒤에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의사들은 전문가로서 존중을 받아야한다. 그러나 (현 지도부가) 정치적 접근을 함으로써 전문가적인 신뢰감과 일관성을 놓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고 지적했다.

향후 코로나19 대응 등에 대한 정부와의 협력 방안을 놓고도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기호 5번)은 "정부가 백신 확보 등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은 전문가단체를 존중하지 않아서 일어난 일이다. 정부는 의협을 존중하지 않는다. 자기 말을 잘 듣는 의사 한두명을 데리고 그 얘기를 듣고 정책을 해버린다. 이런 못된 버릇을 반드시 고쳐야 한다."며 강력한 발언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필수 의협 부회장(기호 3번)은 "코로나19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달린 중요한 문제인 만큼 전문가단체인 의협과 정부의 소통·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실행 과정에서 관 주도가 아닌 의협의 선제적인 주도가 중요하다. 감염병 전문가로 구성된 TF를 만들어 정책을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실행되게 할 수 있어야 국민으로부터 존중과 사랑을 받을 수 있다."며 의협이 주도하는 의정 관계를 제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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