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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종교' 입대·예비군거부, 유·무죄로 갈려…"양심 소명돼야"(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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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2-25 12:33:57  |  수정 2021-02-25 12:58:45
비종교인, 양심 이유로 '병역·예비군' 거부
생애서 증명된 폭력거부 신념…무죄 확정
'양심 입증' 안된 병역거부는 유죄 확정돼
대법, '비종교' 軍훈련거부 판단기준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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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종교가 아닌 양심을 이유로 예비군 훈련을 거부해도 처벌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다만 그 양심이 소명되지 않거나, 폭력을 근본적으로 거부하는 신념이 아니라면 처벌해야 한다고도 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5일 예비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11차례에 걸쳐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예비군법 15조 9항 1호는 정당한 사유가 없이 예비군 훈련을 거부하면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1심과 2심은 A씨에게 예비군 훈련을 거부할 만한 진정한 양심이 있다고 봤다.

먼저 1심은 "폭력적인 아버지와 그로 인해 고통을 겪은 어머니 슬하에서 성장해 어려서부터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됐다"라며 "미군이 기관총을 난사해 민간인을 학살하는 동영상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도 "예비군 훈련 참석으로 인한 불이익은 현역 복무에 비해 적은 반면, 훈련 거부로 인한 불이익은 상당히 높다"면서 "양심이 진실하지 않다면 예비군 훈련을 다녀오는 것이 훨씬 유리할 것임에도 양심과 타협하지 않기 위해 훈련 거부를 선언하고 있다"며 무죄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1·2심 판단을 유지하면서 종교가 아닌 다른 신념을 예비군 훈련 거부 사유로 처음 인정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018년 11월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음 인정했으며, 지난달 대법원은 종교를 이유로 한 양심적 예비군 훈련 거부도 처벌해선 안 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재판부는 전합 판례를 이번 사건에도 적용했다.

구체적으로 "예비군법도 병역법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국방 의무를 구체화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예비군 훈련도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이라는 점에서 정당한 사유에 관한 전합 판결에 따라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또 "종교적 신념이 아닌 윤리·도덕·철학적 신념 등에 의한 경우라도 그것이 진정한 양심에 따른 예비군 훈련 거부에 해당한다면 예비군법 등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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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A씨와 다르게 양심이 진정한 신념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처벌해야 한다는 판단도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와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이날 병역법 위반 혐의로 각각 기소된 B씨와 C씨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B씨 등도 종교가 아닌 신념을 이유로 군 입대를 거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재판부는 B씨와 C씨의 신념은 확고하거나 진실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B씨의 경우 군 내 인권침해와 부조리를 이유로 입대를 거부했지만, 이는 군사훈련으로 인한 폭력을 거부하는 신념보다는 권위주의적 군대문화에 관한 반감에 가깝다고 봤다. 또 비폭력·평화주의적 신념과 관련해 활동한 내역이 소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C씨는 집회에서 경찰관을 폭행해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도 있어 모든 폭력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후 2시 양심적 예비군 훈련 거부가 헌법에 어긋나는지에 관한 판단을 내놓는다.


◎공감언론 뉴시스 cheerleade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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