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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한밀 "배우든 음악이든 좋은 작품에 함께 하는게 꿈"

등록 2021.03.29 13:2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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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크리스토' 당글라스 역 호평

"뮤지컬 '쓰릴미' 음악감독 맡아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뮤지컬 '쓰릴 미' 이한밀 음악감독이 지난 24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3.29.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뮤지컬 '쓰릴 미' 이한밀 음악감독이 지난 24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3.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배우로서 작업할 때는 숲 속 나무 하나하나를 뜯어보는 것처럼, 돋보기 대듯 임해요. 맡은 역에 충실하죠. 반면 스태프로 일할 때는 나무보다 숲을 봅니다. 전체적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 밸런스를 고민하죠."
 
이한밀(36)은 어제는 뮤지컬 배우, 오늘은 음악감독이다. 지난 2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 대극장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에서 '당글라스'를 연기했다.

지난 16일 예스24스테이지에서 개막한 뮤지컬 '쓰릴미'(오는 6월6일까지)에선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대극장 뮤지컬배우를 오가는 뮤지컬 음악감독은 국내에서 그가 유일하다. 뮤지컬 '아랑가'와 연극 '보도지침'·'네버 더 시너'의 작곡가이기도 하다.

최근 대학로에서 만난 이 감독은 "음악감독으로서 배우들과 대화할 때 '그 상황에 대해 너무 잘 안다' '공감한다'고 말하면 , 배우들이 저를 믿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쓰릴미'에 출연 중인 배우들과는 이미 음악감독 또는 같은 배우로서 호흡을 맞췄다. 김현진과는 뮤지컬 '아랑가'에서 작곡가 겸 음악감독으로 작업했고, 노윤과는 뮤지컬 '썸씽로튼'에서 같은 배우로 만났다. 성악을 공부한 이 감독은 배우들의 보컬 코치도 겸하고 있다.

2003년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쓰릴미'는 1924년 시카고에서 일어난 유괴 살인사건이 바탕이다. 부유한 가정에서 잘 자란 '나'와 아버지의 사랑을 목말라하지만 타고난 외모와 언변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19세 청년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충격적인 소재를 극화했다. 극단적이고 복잡한 인간의 내면을 밀도 높게 표현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뮤지컬 '쓰릴 미' 이한밀 음악감독이 지난 24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3.29.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뮤지컬 '쓰릴 미' 이한밀 음악감독이 지난 24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3.29. [email protected]

국내에서는 2007년 첫선을 보인 이후 흥행에 성공, 대학로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매력적인 두 남자 배우, 스릴러 등의 흥행 공식으로 대학로에 수많은 후발주자를 탄생시켰다. 팬들은 '남성 2인 뮤지컬계 시조새'로 부른다.

이 감독은 지난 2019년 '쓰릴 미'의 새 버전부터 이대웅 연출과 합류했다. 당시 신예 피아니스트들인 김동빈·이동연은 이번에 더욱 단단해졌다. 배우들이 단 한대의 피아노와 노래 호흡을 맞추기 때문에, 피아니스트의 역량이 중요하다.

이 감독은 "피아니스트가 흡사 지휘자 같은 역도 겸해야 해요. 작품의 전체적인 의미, 템포, 드라마적인 흐름을 꿰어서 진두지휘해야 하는데 두 친구 모두 이전 공연보다 밀도가 높아졌다"고 칭찬했다.

'쓰릴미'는 음악과 드라마의 관계가 유기적이고 쫀쫀하다. 미국 극작가 겸 작곡가 스티븐 돌기노프과 극작과 작곡을 모두 맡은 덕이다. 성악을 공부했고 연극학과에서 연기를 전공한 이 감독도 "너무 대본이 잘 쓰였고, 밀도가 촘촘하다"고 읽었다.

이 감독이 음악과 텍스트를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건 독특한 이력 덕분이다. 어릴 때 교회에서 성가대를 하면서 자연스레 음악을 접한 그는 어머니 덕에 어릴 때 피아노·바이올린도 배웠다.

음악을 전공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건, 비교적 늦은 중학교 3학년 여름. 불과 반년을 준비해 명문 서울예고 성악과에 들어갔다. 본래 대중음악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았지만, 입학식 때 선배들이 축하 공연으로 오케스트라 반주에 60~70인이 합창하는 것을 듣고 클래식에 빠졌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뮤지컬 '쓰릴 미' 이한밀 음악감독이 지난 24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3.29.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뮤지컬 '쓰릴 미' 이한밀 음악감독이 지난 24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3.29. [email protected]

재수를 해서 성악과 들어갔는데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조승우 공연 영상을 보고, 뮤지컬에 마음이 빼앗겼다. 극단 학전의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비롯 '노트르담 드 파리', '미스 사이공' 오디션에 도전했는데 몽땅 떨어졌다.

이후 들어간 군악대에서 뮤지컬배우 유승엽을 만나 뮤지컬 이야기를 꽃 피웠고, 복무하면서 모은 월급으로 휴가 때 뮤지컬을 봤다. 이 감독의 심장을 다시 두근거리게 만들었던 뮤지컬은 또 '지킬앤하이드'였다. 2009년 LG아트센터에서 홍광호가 주연한 '지킬앤하이드'를 보고, "머리를 세게 한 대 맞은 느낌"이 들었다.

이후 뮤지컬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고, 전역 후 '배수진을 치는 마음'으로 성악과를 중퇴했다. 이후 중앙대 연극학과에 들어갔다. 학교 제작 공연에서 음악을 작곡하면서, 본격적으로 끼가 발산됐다.

그가 4학년이던 때 중앙대 교수로 임용된 이지나 연출과 인연으로, 2014년 초연한 창작뮤지컬 '더데빌'의 음악조감독으로 합류하면서, 뮤지컬 상업 프로덕션에 처음 발을 내딛었다.

중앙대 연극학과 동기인 김가람 작가와 함께 만든 뮤지컬 '아랑가'가 2015년 CJ의 신진 창작자 사업인 '크레이티브 마인즈'에 뽑히면서, 창작자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 뮤지컬은 이듬해 초연, 재연을 거듭하는 레퍼토리가 됐다.

또 2015년엔 뮤지컬배우로도 데뷔했다. 주호민의 동명 웹툰이 바탕인 뮤지컬 '무한동력'에서 괴짜 하숙집 주인 '한원식' 역을 맡아 배우 신고식을 치렀다.

[서울=뉴시스] 이한밀 감독이 당글라스 역을 맡아 출연한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2021.03.29. (사진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한밀 감독이 당글라스 역을 맡아 출연한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2021.03.29. (사진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email protected]

이 감독은 "2012년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를 보고 감격에 겨워, SNS에 이런 뮤지컬을 만들고 싶기도 하고, 이런 뮤지컬에 출연하고 싶다고 썼어요. 그런데 정말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되는 꿈을 이뤘으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다"고 했다.

이후에 작곡가·음악감독, 배우 생활을 병행하는 이 감독의 이중생활은 이어졌다. 연극 '메멘토모리' 음악감독, 뮤지컬 '마르틴 루터' 음악감독,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작곡·음악감독 등 주로 알찬 대학로 소극장 작품의 음악을 맡았다.
 
반면 뮤지컬배우로서는 대극장의 개성 강한 조연·앙상블을 맡았다. 뮤지컬 '킹키부츠'의 앙상블, 뮤지컬 '나폴레옹'의 '파올리', 연극 '아마데우스'의 프란츠 오르시니-로젠베르크, 뮤지컬 '광화문연가'의 '그대들',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의 루이 16세 등이다.

특히 작년 뮤지컬 '썸씽로튼' 라이선스 초연에서 엄격한 청교도 역할 '제레마이어'를 맡아 눈도장을 받았고, 이번 '몬테크리스토'에선 야심가 당글라스 역으로 호평 받았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뮤지컬 '쓰릴 미' 이한밀 음악감독이 지난 24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3.29.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뮤지컬 '쓰릴 미' 이한밀 음악감독이 지난 24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3.29. [email protected]

특히 '몬테크리스토'를 통해 배우로서 LG아트센터 무대를 밟아본 건 감격스런 일이었다. 이 무대에서 공연한 홍광호의 '지킬앤하이드'를 보고 배우의 꿈을 키웠는데, 직접 오르게 됐기 때문이다. "한 회, 한 회가 모두 소중했다"고 미소지었다.

이 감독은 튀기보다, 앙상블을 중요하게 여긴다. 중앙대 연극학과 1학년 시절, 박동우 무대 디자이너가 "연극은 공동작업"이라는 가르침을 전했는데 그것이 '공연 인생의 길라잡이'가 됐다. 그래서 작품에 임할 때 자신의 역이 무엇인지 철저하게 인지하고, 다른 영역은 침범하지 않는다.

아직까지 자신이 쓴 작품에 직접 출연한 적은 없다. 해외에서도 이런 사례는 드물다. 배우 겸 극작가인 린-마누엘 미란다가 뮤지컬 '해밀턴'에서 극본과 작곡을 맡고 주역인 해밀턴도 연기한 정도다. 이 감독은 "어떤 프로듀서 분이 제가 창작한 뮤지컬에 한 역을 제안해주시면 감사하게 고민할 거 같다"고 웃었다.

이 감독은 '아랑가'의 김가람 작가 등 결성한 젊은 창작집단 'B.로소'의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이 집단은 최근 이름을 'B.로소 플레이그라운드'로 변경했다. '놀이터'라는 뜻처럼, 좀 더 다양한 작업을 해보고 싶어서다.

작가, 작곡가, 디자이너, 배우 등 이 감독의 대학 동기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졌다. 현재 6명이 속해 있다. 영화 '정말 먼 곳'의 주연을 맡은 배우 강길우, 그리고 카카오TV '며느라기' 등에 나온 진소연도 멤버다.

이 감독은 "해가 지날수록 공연계에 남는 사람이 드문데, 혼자서 버티는 것보다 연대해서 버티는 것이 오래가지 않겠냐는 생각에 팀을 만들었다"면서 "각자 생업을 하고, 프로젝트를 할 때 뭉치는데 각자 많이 바빠졌어요. 나중에 뭉쳤을 때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했다.

이 감독은 자신보다 열두살이 많지만 '몬테크리스토' 당글라스 역에 더블캐스팅됐던 배우 이상준을 롤모델로 뽑았다. 이상준은 뮤지컬 '위키드'에서 마법사 역을 맡는 등 오랜기간 무대에서 존재감을 뽐내온 배우다. "오래도록 왕성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본 받고 싶다"는 얘기다.

이 감독은 '긍정의 힘'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공연을 섭렵하고 있다. 뮤지컬 '콩칠팔 새삼륙' 배우 오디션에 떨어졌지만, 보컬 코치로서 프로덕션에 합류하고, 역시 배우 오디션에 떨어졌었던 '지하철 1호선'에 음악감독 부재 시 밴드를 돕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배우로서, 음악감독으로서 로망은 따로 없어요. 그저 제 꿈은, 좋은 작품들에 어떤 형태로든 함께 하는 거예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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