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낳는 거위인가…재계가 바이오에 진출하는 이유
기술 확보 필수 사업 부상
진입장벽 높아 자본력 있는 대기업에 유리
"시작에 불과…투자 활성화 전망"
하이 리스크 산업…대기업 중도 포기도 有
SK바이오사이언스가 10일 코로나19 백신 'GBP510'의 임상시험 3상을 승인받았다. 사진은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 개발을 위해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 :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3월 롯데그룹은 신사업으로 바이오 진출을 검토한다고 밝혔고, 최근 GS그룹 컨소시엄은 보툴리눔 톡신 회사 휴젤을 1조7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CJ제일제당은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를 매각한 지 3년 만에 마이크로바이옴(인체 내 미생물) 신약개발 기업 천랩을 약 983억원에 지분(44%) 인수한다.
이미 진출한 삼성과 LG도 글로벌 초격차를 정조준하기 위해 바이오 투자 확대 계획을 밝혔다.
그 동안 국내 대기업 가운데 바이오 사업에서 두각을 보였던 곳은 SK, 삼성, LG 정도였다. SK와 LG는 일찍이 신약개발에 뛰어들어 종합제약사 모델을 구축했고 삼성은 좀 더 특화된 영역의 위탁생산(CMO),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영위 중이다.
최근 들어 대기업이 제약바이오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건 코로나19와 관련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이후 제약바이오는 국가가 지원금을 대폭 확대하는 주요산업으로 부상했다. 더구나 백신 개발과 위탁생산으로 SK, 삼성이 부상하며 자극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2020년 들어 바이오가 꼭 기술을 확보해야 하는 핵심 산업으로 대두됐다”며 “또 기존에 진출한 SK, 삼성, LG가 성과를 내며 자극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종합제약사 모델을 추구하기 보단 특정 영역 확대 차원의 투자라는 관측도 있다. GS그룹은 휴젤을 통해 중국, 미국, 유럽의 피부미용 시장을 겨냥하고 CJ제일제당은 천랩의 마이크로바이옴 기술로 신약개발의 꿈을 꾸기 보단 건강기능식품, 식품 사업 확대 목적이 크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의 활용 범위가 넓어 꼭 신약개발이 아닌 다양한 범위에 활용할 수 있다”며 “대기업이 종합제약사를 구축하기엔 진입 장벽이 높고 비용 부담이 커서 시장성 좋은 특정 분야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투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바이오, 하이 리스크 산업…대기업 중도 포기도
바이오 진출 후 크게 성장한 기업도 있지만 중도 포기한 사례도 많다. 한화그룹은 2009년 야심차게 바이오에 진출했지만 2014년 드림파마를 매각하며 바이오 사업에서 손 뗐다. 1984년 유풍제약을 인수하며 30년 넘게 제약사업을 영위한 CJ그룹은 2018년 한국콜마에 CJ헬스케어를 매각했다.
제약바이오는 수익과 성과 없이 장기 투자가 필요한 하이 리스크(high-risk) 산업이다. 앞서 진출한 대기업들도 장기 투자에 따른 고초를 겪었다. SK바이오팜은 지난 1993년 SK그룹의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신약 연구를 시작한 후 뇌전증 신약(엑스코프리)이 미국 FDA의 허가를 받은 게 2019년 11월이다. 20여 년 간 뚜렷한 수익원 없이 R&D에 투자한 것이다.
2011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2012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한 삼성은 창립 10년 전부터 바이오 사업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업 시작 후 몇 년 동안은 왜 성과가 없냐는 외부의 공격도 따랐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는 중장기 플랜을 갖고 진입해야 한다는 것을 대기업도 알고 있고, 그런 계획으로 진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본력 있는 대기업에 유리…"투자 활성화 될 것"
진입 장벽이 높기에 오히려 대기업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할 만큼 앞으로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바이오협회 이승규 부회장은 “제약바이오 산업의 M&A 규모와 횟수 모두 커질 것이다”며 “자금력 있는 대기업이 벤처를 인수하고 그 피인수 기업이 또 다시 벤처에 투자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이런 구조가 정착하려면 정부의 세제 혜택 등 지원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장기 투자가 필요한 분야라서 더 대기업이 유리하다. 주요 경영진의 의사결정만 유지된다면 대기업은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며 “국내에 유망한 바이오 기업이 많아, 앞으로 대기업과 바이오 벤처와의 연계가 많아질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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