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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만에 상속세 손대는 정부…'세율 완화'는 난망

등록 2021.10.18 15:10:48수정 2021.10.18 16:3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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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상속세 개편 국회 논의 예정

1999년 세법 개정 이후 22년째 유지

유산세→유산 취득세…"부담 줄이자"

납세자 3% 미만 세율 완화는 미지수

세율 완화, 양극화 해소 방향에 역행

22년 만에 상속세 손대는 정부…'세율 완화'는 난망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정부가 상속세 과세 체계 개편에 나선다. 상속인이 취득하는 유산 규모에 세금을 매기는 '유산 취득세'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이다. 피상속인이 남긴 상속 재산 전체에 세금을 매기는 현행 '유산세'보다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계의 요구대로 세율 인하를 포함한 상속세제의 대대적 개편은 어려워 보인다. 상속세가 최상위 극소수만 부담하는 '부자세'라 부의 재분배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서다. 정부도 세율에는 손대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18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말 상속세 개편과 관련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 용역이 끝나는 대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이를 논의할 계획이다. 상속세는 지난 1999년 세법 개정 당시 과세 표준 30억원 이상에 최고 50%의 세율을 매기는 현재 체계로 바뀐 뒤 22년째 그대로다.

유산세에서 유산 취득세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이 유력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14일(현지 시각) 주요 20개국 협의체(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 기자단 대상 간담회에서 "상속세 부과 방식을 유산세에서 유산 취득세로 전환해 상속세 부담을 줄이는 문제를 짚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행 유산세 방식은 여러 상속인이 각기 다른 금액의 유산을 나눠 받더라도 전체 유산 총액을 기준으로 산정한 세금을 내야 한다. 과표 확대와 누진세율 적용, 최대 주주 할증 등을 고려하면 세 부담이 커진다. 반면 유산 취득세 방식은 유산을 상속인에게 먼저 분할한 뒤 세율을 적용하므로 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2개국이 상속세를 물리는데 17곳이 이런 유산 취득세 방식을 운용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도 2019년 2월 낸 재정 개혁 보고서를 통해 "현행 유산세 방식을 유산 취득세로 변경해 상속세 과세 체계를 합리화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 주요 20개국 협의체(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 중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현지 시각) 국제통화기금(IMF) 앞에서 특파원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2021.10.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주요 20개국 협의체(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 중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현지 시각) 국제통화기금(IMF) 앞에서 특파원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2021.10.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기재부는 상속세 공제 및 연부연납 제도 개선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현재 개인 상속인은 총 10억원(일괄 공제 5억원·배우자 공제 5억원)까지, 영농 상속인은 15억원까지, 가업(중견·중소기업) 상속인은 500억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연부연납은 '증여세 할부' 제도인데 최대 5년인 이 기간을 늘리는 방안이 언급된다.

다만 재계의 요구가 강한 상속세율 조정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한국의 최고 세율은 일본(55%)에 이어 OECD 회원국 중 2번째로 높지만, 이 세율은 과표가 30억원을 넘길 경우의 얘기다. 과표가 30억원 미만일 경우에는 10~40%의 세율이 매겨진다. 과표 산정 시 적용하는 각종 공제를 고려하면 부담은 더 적다.

이에 따라 실제 상속세를 부담하는 과세자는 전체 상속인 중 일부에 불과하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19년 피상속인은 34만5290명이지만, 상속세가 매겨진 과세자 수는 8357명으로 2.42%에 그쳤다. 이 비율은 2016년 2.60%, 2017년 3.04%, 2018년 2.25%로 최근 4년 평균 2.58% 수준이다.

홍 부총리가 간담회에서 "상속세는 부의 대물림 방지를 위해 엄격하게 운영돼야 한다는 의견이 같이 제기되는 등 민감한 문제다. 자산 불평등 격차가 너무 벌어진 상황에서 상속세율 자체를 완화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많다"면서 "세율 조정은 사회적 합의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며 난색을 표한 배경이다.

민간 전문가도 상속세율 완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상속세 납세자 수가 적어 세율 조정의 여파가 크지 않을뿐더러 경제 고도화로 인한 양극화 심화 현상을 해소하는 데 역행하는 조치라는 얘기다.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뉴시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 상속세 과세가 과도해 한국 경제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거나 하는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최근 심해진 양극화로 젊은 층의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다'의 준말) 투자가 문제가 되는 이 시점에 상속세율 완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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