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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연pick]가면무도회장 압권 오페라 보는 맛...'라 트라비아타'

등록 2021.12.03 06:00:00수정 2021.12.15 15:5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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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프레스 리허설.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2021.12.0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술잔을 가득 채워요. 즐거움을 마셔요."

귀에 익숙한 노래가 울려퍼진다. 파티장의 테이블 위에 올라선 알프레도의 굵직하고 시원한 목소리가 울려퍼지며,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사람들이 술잔을 머리 위로 높이 들고 흥겨워한다.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라 트라비아타'는 '축배의 노래'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축배의 노래'는 경쾌하고 사랑스럽지만, 이후 펼쳐지는 이야기는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베르디의 걸작으로 꼽히는 '라 트라비아타'는 사교계의 여성 비올레타와 그녀의 연인 알프레도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리며 당시 사회에 대한 비판과 인간의 본질을 담고자 했다.

막이 오르고 무대엔 화려한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사람들이 모두 멈춰있다. 시간이 멈춘 듯한 이 순간, 그 속에 유일한 한 여인이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앞으로 펼쳐질 비극을 예고한다. 이윽고 사람들은 마법이 풀린 듯 다시 축배의 잔을 들며 파티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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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프레스 리허설.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2021.12.02. photo@newsis.com

파티장에서 알프레도는 오래전부터 비올레타를 흠모해왔다며 사랑을 고백한다. 상류층 귀족들을 상대하는 화류계 생활에 지친 비올레타는 자신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걸 느끼고, 그 사랑을 반신반의하며 그를 뿌리치고 밀어낸다. 비올레타는 겉으로 자유와 쾌락을 원한다면서도 그의 사랑에 흔들리고, 사랑의 고통과 기쁨을 동시에 노래한다.

2막은 빨간 종이꽃이 흐드러지게 떨어지는 장관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비올레타와 알프레도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그것도 잠시, 알프레도 아버지 제르몽이 그녀를 찾아와 딸의 혼사를 망칠 수 있다며 아들과 헤어질 것을 요구한다. 이 사랑을 끝낼 수 없다던 비올레타는 결국 그의 곁을 떠난다. 뒤늦게 편지로 그녀가 떠난 사실을 알게 된 알프레도는 배신감을 느끼며 분노하고, 가면무도회에서 그녀에게 모욕을 준다.

마지막 무대는 병들어 죽어가는 비올레타의 가련한 모습이 그려진다. 그녀의 생은 얼마 남지 않았고, 아버지로부터 진실을 듣게 된 알프레도는 비올레타에게 달려간다. 죽음의 그림자가 점점 가까워지는 비올레타의 상황과 반대로 밖에서는 떠들썩한 축제가 한창이다. 비올레타는 마지막 순간 자유로움을 느끼고, 알프레도 곁에서 숨을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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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프레스 리허설.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2021.12.02. photo@newsis.com

작품은 기쁨과 고통이 수반되는 사랑의 본질을 담아낸다. 한줄기 빛과 같은 행복은 물론 희생과 분노, 질투, 절망까지 다채로운 감정을 펼쳐낸다. 하지만 단순한 사랑 이야기는 아니다. 그 속에 화류계 여성에 대한 당시 사회의 차별적 시선과 폭력까지 녹여내며 상류사회의 위선을 비판한다.

연출을 맡은 아흐노 베흐나흐가 2014년 무대에 올린 '라 트라비아타'를 7년 만에 다시 선보인다. 절제된 화려함과 감각적 무대로 유명한 그는 죽음을 뛰어넘는 사랑이라는 소재와 함께 각 캐릭터가 지닌 내면의 가치관과 욕망에 초점을 맞추며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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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프레스 리허설.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2021.12.02. photo@newsis.com

웅장하면서도 구슬픈, 다채로운 음악도 매혹적이다. 미국 샌안토니오 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재직 중인 지휘자 세바스티안 랑 레싱이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위너오페라합창단을 이끌며 열정적인 연주를 선물한다.

원작의 시대적 배경에서 벗어나 1950년대 풍의 우아함과 세련미를 보여준다. 오트 쿠튀르적 의상과 파리 외곽의 별장, 가면무도회장 등 간결하면서 우아한 무대 세트, 조명 등이 노래와 이야기에 더 몰두하게 한다. 특히 갈등이 극에 달하는 가면무도회장이 압권이다. 화려한 샹들리에와 불빛이 비치는 천막 뒤 무희들의 춤사위는 종합무대예술의 오페라 향연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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