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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7세 MVP, 38세 주장…KT 박경수의 봄날은 이제부터

등록 2021.12.07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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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박경수, 데뷔 첫 KS 출전에서 MVP 수상까지…2022시즌 주장 선임도

"팬들에 '우승팀' 자부심드릴 수 있어 가장 좋아"

"우리 팀 다 같이 잘했는데 나만 주목 받아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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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한 KT 박경수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뉴시스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12.06.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주희 기자 =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서 차기 시즌 주장 확정까지. 한 달도 채 안 되는 기간에 벌어진 일들이다.

2022시즌 KT 위즈 캡틴을 맡게 된 박경수(37)는 "행복하게 주장직을 수행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박경수는 6일 서울 중구 뉴시스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감독님이 처음 주장을 맡으라고 말씀하셨을 때 고민을 상당히 많이 했다. 그런데 이후 사장님까지 부탁하시길래 더 고민하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해보겠다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내년이면 박경수는 38살이 된다. 젊은 캡틴이 주를 이루는 기류를 떠올리면 조금은 의외의 선택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여전히 구심점 역할을 하며 팀을 이끌 수 있는 주축 선수다.

박경수는 팀이 하위권을 전전하던 2016~2018시즌 3년 연속 주장 완장을 찬 경험이 있다. 축 처진 팀 분위기와 함께 주장의 어깨도 더욱 무거웠다.

그때와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올해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차지한 KT는 10개 구단 중 '가장 야구를 잘하는 팀'이다.

과거 주장 시절을 떠올린 박경수는 "그때보단 행복하게 주장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그러면서 "올해 우리가 우승하면서 내년에는 '지켜야 하는' 입장이 됐다. 나보다 어린 선수가 주장을 맡으면 부담을 가질 수도 있겠더라. 내가 부담을 안는 게 나을 것 같았다"고 책임감을 내보였다.

이제는 팀이 강해진 만큼 임무도 조금 달라진다. 박경수는 "자만과 여유는 차이가 있다. 그런 부분을 저나 고참들이 잘 캐치해서 분위기를 잘 잡아줘야 할 것 같다"고 짚었다.

올해까지 주장을 맡았던 황재균에 대한 마음도 전했다. "재균이와 상의를 못했다. 미안하단 말을 하고 싶다"고 '전임'의 마음도 살뜰히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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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한 KT 박경수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뉴시스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12.06. scchoo@newsis.com

다 가진 2021년이다.

데뷔 19년 차에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섰다. 중요한 순간마다 흐름을 바꿔놓는 호수비를 펼치며 MVP를 차지했다. 3차전에선 수비를 하다 종아리 부상을 입었지만 팀은 4차전에서 우승을 확정했고, 목발을 짚은 그와 함께 세리머니를 즐겼다.

"TV로 한국시리즈를 보면서 '나도 저기서 한 번만 뛰어보고 싶다'는 상상을 늘 해왔는데 실제로 그 경기를 뛰게 됐다. 거기다 MVP라는 큰 상까지 받아 너무 영광스럽다"며 벅찬 기억을 떠올렸다.

개인의 기쁨에 그치지 않는다. "팬들이 '우리도 우승팀 팬'이라고 하시더라. 그 말을 듣는 데 정말 뭉클했다. 팬들에게 조금이나마 자부심을 드릴 수 있어 가장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한국시리즈 MVP에 대해선 감동과 미안함이 뒤섞여있다. "'한국시리즈 MVP가 되면 무슨 느낌일까.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일까'하고 궁금해했다. 나에게 그런 기회가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박경수는 "정말 그런 마음이더라"며 쑥스러워했다.

한편으론 20대나 30대 초반만 돼도 더 기분 좋게 MVP를 받았을 것 같은 마음도 든다. 박경수는 "다 같이 잘했는데 이렇게 다른 선수들보다 주목을 받게 됐다. 마치 나 혼자 다 한 것처럼 비춰지는 것 자체가 후배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큰 형'다운 마음 씀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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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18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 한국시리즈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4차전 경기, 3차전에서 수비중 부상을 당한 KT 박경수가 덕아웃에겨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1.11.18. 20hwan@newsis.com


여기까지 이르기까지 우여곡절이 있던 만큼 더 멀리 볼 수도 있다.

박경수는 성남고를 졸업하고 2003년 LG 트윈스 1차 지명을 받고 프로에 뛰어들었다. 입단 계약금만 4억3000만원을 받은 대형 유망주였다.

그러나 좀처럼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했다. LG에 몸담았던 2014년까지 단 한 번도 두 자릿수 홈런을 터뜨린 시즌이 없다. 가을야구도 매년 TV로만 지켜봤다.

2014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신생팀 KT로 이적하면서 박경수의 야구 인생도 달라졌다. KT 이적 첫 시즌인 2015년 22홈런을 날린 것을 시작으로 잠재력도 터져나왔다. 지난해는 첫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선수 생활의 황혼기에서 더욱 화려하게 빛난다. 이제는 '제2의 박경수'를 꿈꾸며 견디는 후배들도 있다.

박경수는 "나도 내가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야구인생에서 FA를 두 번이나 할 줄도 몰랐다. 그런 욕심이나 결과를 의식하기보다 내 위치에서 묵묵히 하다보니 큰 행운이 찾아왔다"고 담담히 말했다.

지금 꿈을 꾸는 이들이 있다면 그저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juh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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