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 감독 합류 열흘…3연패지만 달라진 IBK기업은행
'버럭 호철'로 불리던 김호철 감독, 선수들과 마니또 게임까지
끈끈해진 IBK기업은행에 상대도 경계
김호철 IBK 기업은행 감독.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 감독은 2021~2022시즌이 한창이던 지난 8일 IBK기업은행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당시 이탈리아에 머물고 있던 김 감독은 한국에 돌아와 자가격리를 마친 뒤 16일에야 팀에 합류했다.
새롭게 손발을 맞춘 지 이제 열흘 남짓, 감독과 선수들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눈에 띄는 건 사라진 '버럭 호철'이다. 그간 남자부만 지휘해왔던 김 감독은 별명에서도 드러나듯 엄한 지도자였다. 작전타임 때 선수들에게 불호령을 내리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처음으로 여자부를 맡게 된 김 감독은 "내가 변하지 않으면 선수들도 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가능하면 선수들에게 맞춰서,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며 변화를 선언했다.
IBK기업은행 감독으로 3경기를 이끈 김 감독은 '약속'을 지키고 있다.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선수들과 마니또 게임(제비 뽑기 등으로 지정된 사람의 수호천사를 맡는 게임)을 하며 보냈을 정도다.
"마니또 게임을 하느라 혼났다. 마니또 찾기를 하면서 유쾌하고 재미있게 보냈다"는 김 감독은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의 가족들도 김 감독의 변화에 놀란 듯 하다. 김 감독의 IBK기업은행행을 격려했다는 배구선수 출신인 딸 김미나씨도 "너무 성질을 죽이고 있는 것 아니냐"고 연락해올 정도란다.
김 감독은 "이탈리아에서 지내고 있는 딸이 '아빠의 기질이 한 번씩 필요하지 않겠냐'고 하더라"며 껄껄 웃었다. 그러면서 "지금 조심하고 있다. 일단 선수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훈련 때나 지시할 때 내 목소리도 낮춰야 한다. 톤이 약간만 올라가도 선수들이 긴장하는 것 같다"며 '톤 조절'에 대한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힘든 시간을 보내온 선수들의 마음을 다독이고 있다. 김 감독은 "처음 왔을 때 선수들이 긴장한 것 같았는데 이제 약간은 편안해진 것 같다"며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을 도와주고 싶었다. 그런 부분에서 선수들이 많이 밝아진 것 같다"며 팀의 변화를 짚었다.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과 선수단.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개막 7연패로 출발하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던 IBK기업은행은 최근 끈질기게 상대를 물고 늘어지고 있다. 김 감독 부임 후 3연패 중이지만 내용 면에서는 1, 2라운드 때와 큰 차이를 보인다는 평가다.
지난 23일 8연승 중이던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패했지만 풀세트까지 가며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26일 현대건설전에서는 0-3으로 졌지만 매세트 접전을 벌이면서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켰다.
여자부 선두를 달리고 있는 현대건설의 강성형 감독은 김호철 감독 부임 후 IBK기업은행에 대해 "선수들의 마음 가짐이나 코트 안에서의 자세가 달라진 것 같다. 그게 가장 무섭다"고 경계를 드러냈다.
직접 맞붙어본 IBK기업은행은 표류하던 때와는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강 감독은 "토스가 달라졌다. 플레이 자체도 빠르고, 리시브 라인도 좋아진 것 같다"면서 "김 감독님 스타일 대로 공격을 하면서 수비의 적극성도 좋아졌다"고 상대를 치켜세웠다.
현대건설 양효진도 "수비할 때도 그렇고, 초반보다 감을 점점 잡는 느낌"이라고 경계했다.
IBK기업은행은 개막 전만 하더라도 '다크호스'로 꼽히던 팀이다. 그만큼 전력면에서 다른 팀에 쉽게 지지 않는다. 분위기를 끌어 올리고 있는 IBK기업은행이 가지고 있던 힘을 발휘하면 여자부 흥행에도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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