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 화성-17형 쏜 北, 사실상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파기
한미, 北 화성-17형 ICBM 발사 사실 발표
2018년 4월 김정은 선언한 모라토리엄 파기
지난 1월 정치국 회의로 파기 가능성 제기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북한 노동신문은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에 모습을 나타낸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11축(양쪽 바퀴 22개)의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려 이동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북한이 지난달 말과 이달 초 발사한 미사일이 신형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으로 드러나면서 북한이 모라토리엄을 이미 파기한 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방부는 11일 오전 "북한이 지난 2월27일과 3월5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한미의 정밀 분석 결과 2020년 10월10일 노동당 창건일 열병식 계기 북한이 최초 공개하고 개발 중인 신형 ICBM 체계와 관련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2차례의 시험 발사가 ICBM의 사거리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향후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가장한 동 미사일의 최대사거리 시험 발사를 앞두고 관련 성능을 시험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2018년 발표한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을 사실상 파기했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모라토리엄(Moratorium)은 경제적 채무 이행을 연기 또는 유예하는 것이지만 국제관계에서는 일정한 조치(핵실험 등)를 잠정 중단하는 의미로도 쓰인다.
북한은 2018년 4월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뒤 6월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평양에서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주재했다고 노동신문이 21일 보도했다. 2018.04.21. (출처=노동신문) [email protected]
김 위원장은 당시 "핵시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며 우리 공화국은 핵시험의 전면 중지를 위한 국제적인 지향과 노력에 합세할 것"이라며 "우리 국가에 대한 핵위협이나 핵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북한 핵실험은 2017년 9월3일 6차 핵실험 후 중지됐다. ICBM 발사 역시 2017년 11월29일 화성-15형 발사 후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에도 모라토리엄을 지켜왔다.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수십 차례 발사했지만 핵실험과 ICBM 발사를 하겠다는 약속은 지켰다.
[서울=뉴시스] 북한 화성-12형 발사. 2022.01.31. (사진=노동신문 누리집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월19일 당 중앙위 제8기 제6차 정치국 회의를 열고 "우리가 선결적으로, 주동적으로 취했던 신뢰 구축 조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볼 데 대한 지시를 해당 부문에 포치했다"며 모라토리엄 파기를 시사했다.
이어 북한은 1월30일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을 시험 발사했다.
화성-12형의 사거리는 약 4500~5500㎞다. 이 사거리는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사거리 3000~5500㎞) 중에서도 ICBM에 가장 근접한 수준이다. ICBM이 되려면 사거리가 5500㎞ 이상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북한은 사실상 ICBM에 준하는 미사일을 쏜 셈이다.
북한이 모라토리엄을 파기한 것은 지속적인 미사일 개발을 통해 미사일 주권을 확보 받고 궁극적으로는 핵·미사일 군축 협상을 통해 대북 제재를 해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