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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개발하고 위성 발사체 주장…남북한 닮은꼴 행보

등록 2022.04.04 14:09:52수정 2022.04.04 14: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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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연구기관, "소형 위성 발사용" 주장

서욱, 발사체 후 장거리 미사일 개발 발언

北, 인공위성 발사체 개발로 ICBM 위장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한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의 첫 시험발사가 성공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30일 ADD 종합시험장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 및 각 군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의 성능 검증을 위한 첫 번째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국방부가 공개한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 발사 순간 모습.(사진=국방부 제공) 2022.03.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한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의 첫 시험발사가 성공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30일 ADD 종합시험장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 및 각 군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의 성능 검증을 위한 첫 번째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국방부가 공개한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 발사 순간 모습.(사진=국방부 제공) 2022.03.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이 지난달 30일 발사한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는 소형 위성 발사용일 뿐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이 아니라고 4일 밝혔다. 그럼에도 이번 우주발사체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전용될 수 있다는 분석은 이어지고 있다. 이를 놓고 남북한이 미사일 개발 과정에서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 관계자는 4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한국이 개발 중인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는 소형 위성을 띄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고도 500㎞에 500㎏ 정도 되는 탑재체를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요즘 들어서는 중대형 위성이 하는 역할을 소형과 초소형 위성이 할 수 있는 기술 수준이 됐다. 하나는 아니고 여러 개가 군집을 이뤄서 중대형이 하던 일을 할 수 있게 돼서 그런 역할을 하고자 고체발사체를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체연료 추진체와 액체연료 추진체를 결합해 소형 인공위성을 적은 비용으로 궤도에 올리겠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고체연료 우주발사체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은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탄도탄과 발사체는 기술 발전 방향이 다르다. 탄도탄은 재진입 기술이 중요하다. 최근 들어서는 요격체계가 좋아서 생존성 확보에 노력한다"며 "반면 발사체는 첫 번째가 비용, 경제성이다. 그걸(우주발사체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겹쳐서 생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한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의 첫 시험발사가 성공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30일 ADD 종합시험장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 및 각 군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의 성능 검증을 위한 첫 번째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국방부가 공개한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 C단 분리 모습(오른쪽).(사진=국방부 제공) 2022.03.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한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의 첫 시험발사가 성공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30일 ADD 종합시험장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 및 각 군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의 성능 검증을 위한 첫 번째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국방부가 공개한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 C단 분리 모습(오른쪽).(사진=국방부 제공) 2022.03.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기존 현무 지대지 미사일을 개조해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를 만든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고체추진 기관을 만드는 원리는 동일하지만 우주발사체는 여러 단을 결합해야 하고 쐈을 때 비행 경로가 있고 분리체들이 많다"며 "연소시간 등을 달리 설계해야 한다. 미사일 쏘는 것을 그대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고체연료 우주발사체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전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여전하다. 군 스스로도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를 미사일 개발로 의심할 만한 행동을 했다.

서욱 국방장관은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발사 이틀 뒤인 지난 1일 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 개편식 훈시에서 "우리 군은 앞으로도 적을 압도할 수 있는 장거리·초정밀·고위력 다양한 탄도미사일을 지속 개발해 나갈 것"이라며 장거리 탄도미사일 추가 개발 의지를 드러냈다.

장거리 탄도미사일은 곧 사정거리 5500㎞ 이상인 ICBM을 뜻한다. 이 때문에 서 장관이 언급한 장거리 탄도미사일이 이틀 전 발사한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라는 해석이 나왔다.

[서울=뉴시스]11일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서해위성발사장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갈무리) 2022.03.11.

[서울=뉴시스]11일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서해위성발사장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갈무리) 2022.03.11.

전문가들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에 따른 주변국의 견제와 비판을 피하기 위해 국방당국이 위성 발사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봤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현무-2 계열 개발 경험과 이를 통해 확보된 기술에 기반을 두고 불과 1년여 만에 저궤도 위성 발사체용 고체연료 연진을 개발했다"며 "탑재체 중량이 500㎏ 수준이라는 점에서 일부 제한은 있지만 낼 수 있는 추력이 사실상 ICBM급에 해당한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놀라울 정도의 속도로 2단계 이상 고체연료 엔진 개발 기술을 진전시켰다고 할 수 있다"고 평했다.

신 위원은 "설계 목표상 위성 발사체와 탄도미사일 간 뚜렷한 차이가 있다는 점은 사실이지만 기반 기술 자체는 같다는 점에서 군사적 활용도 역시 그만큼 확대·강화됐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의 성과를 만들기 위해 고체추진체를 위성 발사에 무리하게 끼워넣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미사일을 개발하면서 위성 발사용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북한이 그간 활용해온 수법이다.

[서울=뉴시스]28일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국가우주개발국과 국방과학원은 27일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공정계획에 따라 중요 시험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갈무리) 2022.02.28

[서울=뉴시스]28일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국가우주개발국과 국방과학원은 27일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공정계획에 따라 중요 시험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갈무리) 2022.02.28

북한은 위성을 개발 중이라고 주장하면서 뒤로는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해왔다. 북한은 은하와 광명성 등 인공위성을 발사해왔지만 국방부와 군 당국은 이를 ICBM을 개발하기 위한 위장으로 평가해왔다.

단적인 예로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10일 위성 개발 부처인 국가우주개발국을 최근 현지 지도하며 "5개년 계획 기간 내에 다량의 군사 정찰위성을 태양 동기 극궤도에 다각 배치해 위성에 의한 정찰 정보 수집 능력을 튼튼히 구축할 데 대한 국가우주개발국의 결심을 우리 당 중앙은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북한은 같은 달 24일 화성-15형으로 추정되는 ICBM을 시험 발사해 국제사회의 규탄을 받았다.

한국은 북한처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받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방해도 무방하긴 하지만, 전문가들은 결과적으로 남북한이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남북의 행태는 서로 지독하게 닮았다"며 "다만 차이점은 북한은 온갖 불법을 자행하면서, 심지어 기술스파이나 해킹 등을 주저하지 않으면서 개발해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위원은 "핵만 없다 뿐이지 우리가 앞서 간 것이 사실"이라며 "북한이 우리를 많이 벤치마킹하고 있는 측면도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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