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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내 멀쩡한 교실 공기청정기 수만대 폐기…전국적으로는?

등록 2022.04.07 09:30:23수정 2022.04.07 09:5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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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지나면 폐기처분하도록 돼 있으나 5~6년 더 써도 끄떡 없어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등교일수 적어 상당수가 반도 사용 안 해"

임대 기간 끝나지 않았는데 입찰 이뤄져 수개월 중복 임대료 발생

교육청 "입찰 시기 통일 안 되면 교육청과 학교 업무량 많아지고 번거로워"

업체 "교장이나 교육청 모두 나랏돈이라고 마구 퍼 써. 전국이 같을 것"

[안동=뉴시스] 거의 새 제품과 다름 없는 교실 공기청정기들이 한 업체의 창고에 쌓여 있다. (사진=업체 제공) 2022.04.06 *재판매 및 DB 금지

[안동=뉴시스] 거의 새 제품과 다름 없는 교실 공기청정기들이 한 업체의 창고에 쌓여 있다. (사진=업체 제공) 2022.04.06 *재판매 및 DB 금지

[안동=뉴시스] 류상현 기자 =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교실 공기청정기가 그냥 폐기되고 있습니다"

경북 지역 학교에 지난 2019년부터 3년간 공기청정기를 임대한 한 업체는 7일 "계약기간이 끝나 현재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300여대의 공기청정기를 보관하고 있다. 모두 폐기할 수 밖에 없다"며 "다른 업체들도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업체 대표는 "수량이 워낙 많아 중고로 시장에 팔 수도 없다"고 밝혔다.

경북교육청을 비롯 전국의 대부분의 시·도 교육청은 2019년부터 1교실에 1대의 공기청정기를 임대해 쓰도록 하고 있다.

월 임대료는 보통 4만~5만원 수준이고 일부 지역은 3만원 내외다.

아이들에게 깨끗한 교실 공기를 제공하고자 시작된 이 사업으로 2019년 경북에만도 3만여대의 공기청정기가 공급됐다.

그러나 3년간의 계약기간이 끝난 현재 이들 제품은 모두 폐기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이 업체는 "현재 학교에서 철거되는 제품들의 성능은 처음과 거의 같다. 앞으로 5~6년 더 사용해도 끄떡 없다"며 "특히 지난 2년간에는 코로나19 사태로 등교일수가 적어 상당수가 반도 사용하지 않았고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것들도 수두록하다"고 말했다.

또 "학교마다 비닐도 벗겨지지 않은 공기청정기 리모콘이 수 없이 쏟아져 나온다"며 "전국적으로 계산하면 천문학적인 규모의 비용이 낭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기청정기 임대과정에서의 예산 낭비는 이 뿐만이 아니다.

경북에서는 아직까지 3년간의 임대 기간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최근 임대를 위한 입찰이 모두 끝 나 납품이 이뤄지면서 중복 임대료가 발생하고 있으나 경북교육청은 중복 현황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경북교육청 홈페이지에 공시된 나라장터 개찰 현황에 따르면 2019년 이뤄진 공기청정기 임대 입찰 48건 가운데 43건이 3월 이후다. 거의 대부분의 학교에서 1개월~수개월의 임대료 중복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안동=뉴시스] 비닐도 벗겨지지 않은 채 한 업체의 창고에 보관되고 있는 공기청정기 리모콘. (사진=업체 제공) 2022.04.06 *재판매 및 DB 금지

[안동=뉴시스] 비닐도 벗겨지지 않은 채 한 업체의 창고에 보관되고 있는 공기청정기 리모콘. (사진=업체 제공) 2022.04.06 *재판매 및 DB 금지

이같은 중복 임대료 지불이 생긴 원인은 경북교육청이 올해 3월부터 신학기에 '일제히' 새 제품이 교실에 공급되도록 2월말까지 입찰을 완료하도록 지역 교육지원청에 방침을 정해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경북교육청은 "입찰 시기가 통일되지 않으면 교육청과 학교 업무량이 많아지고 번거롭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뉴시스>에 제보한 업체는 "올해 입찰에서 낙찰된 업체들에게 기존 제품의 계약기간이 끝나는대로 새 제품을 납품하도록 하는 조건으로 입찰을 진행했으면 예산 중복은 간단히 해결됐을 문제"라며 "교육청이 현장에서의 예산 낭비가 얼마나 심각한 지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예산을 절감한 사례로 영천과 울진의 두 학교를 소개했다.

지난 2월 이뤄진 영천교육지원청의 공기청정기 월 임대료 낙찰가격은 기준가 5만원의 87.2%인 4만3600원이다.

그러나 영천의 한 학교는 기존 제품을 그대로 쓰기로 하고 월 1만9790원에 임대계약을 했다. 다른 학교보다 한 대당 매달 2만3810원을 절약하게 된 것이다.

울진교육지원청은 지난 3월 도내에서 가장 높은 95.5%인 4만7750원에 낙찰됐다.

그러나 한 초등학교는 기존 제품을 그대로 쓰기로 하고 월 2만5300원에 계약해 1대당 월 2만2450원을 절약하게 됐다.

이 업체는 "예산 절약을 하고자 하는 이런 학교는 극소수"라며 "다른 일부 학교도 기존 제품을 쓰는 조건으로 임대료를 낮추고자 했으나 교육지원청이 막은 경우도 있었다. 월 임대료가 엄청나게 올랐으나 이를 교육청에 항의하는 교장도 보지 못했다. 교장이나 교육청 공무원이나 모두 나랏돈이라고 마구 퍼 쓰고 있다. 이런 현상은 경북만이 아니라 전국에서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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