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정액과 혈흔'으로 16년만에 잡은 여고생 강간살인범

등록 2022.04.25 10:28:3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 ‘알쓸범잡2’ 영상 캡처 . 2022.04.25. (사진= tvN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알쓸범잡2’ 영상 캡처 . 2022.04.25. (사진= tvN 제공)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황지향 인턴 기자 = 여고생을 처참히 살해한 범인을 16년 만에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의미 없어 보이던 '기록'이었다.

24일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알쓸범잡2'(알고 보면 쓸 데 있는 범죄 잡학사전2)에서는 5MC 가수 윤종신·전 프로파일러 권일용·물리학 박사 김상욱·작가 장강명·변호사 서혜진과 법의학자 이호 교수가 함께 범죄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이호 교수는 지난 2001년 17살 여학생 A가 전라남도 나주 드들강에서 알몸의 수중시체로 발견되었던 '드들강 살인 사건'에 대해 들려줬다.

이 사건의 부검의였던 이호 교수는 당시 단서가 될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라 시신이 유일한 단서였다며 "시신에서 증거물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성 관련 강력사건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손목에 제압 당한 흔적, 목이 졸리고 가슴을 압박 당한 흔적과 무언가에 머리를 부딪힌 흔적 등이 보였다"며 설명했다.

이후 시신에 남은 정액을 채취해 DNA 결과를 얻게 되었지만 약 200명을 대조한 결과 범인을 특정할 수는 없어 결국 미제사건으로 빠졌다.
[서울=뉴시스] ‘알쓸범잡2’ 영상 캡처 . 2022.04.25. (사진= tvN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알쓸범잡2’ 영상 캡처 . 2022.04.25. (사진= tvN 제공)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이후 10여 년이 흐른 뒤, DNA법이 통과 돼 전과자들을 중심으로 DNA를 수집하는 과정에 다른 범죄로 목포 교도소에 수감 중인 김씨의 DNA가 동일하다는 것을 확인한다.

김씨는 A양과 사건 당일 인터넷 채팅을 한 것이 밝혀지고 이에 대해 "평소에도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통해 여러 여성들을 만나 성관계도 했었다. 그 여학생도 그중 하나일 것. 살인은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해 제 3의 범인을 배제할 수 없어 성관계와 살인이 연달아 일어났는지, 시점이 중요해졌다.

이에 법의학자 이정빈 교수에게도 재수사가 의뢰 됐다. 이정빈 교수는 당시 수사관들이 물속에 있던 시신에서 증거가 씻겨 내려갈 수도 있어 정액 채취하는 과정을 아주 꼼꼼히 기록해둔 것에 주목했다.
[서울=뉴시스] ‘알쓸범잡2’ 영상 캡처 . 2022.04.25. (사진= tvN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알쓸범잡2’ 영상 캡처 . 2022.04.25. (사진= tvN 제공)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거기엔 (질의)입구와 가까운 쪽에서 정액을 채취할 때는 희멀건 정액만 묻어 나왔고 깊숙한 곳에서 채취했을 때는 생리혈과 정액이 섞이지 않은 상태로 묻어 나왔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었다.

이는 단서가 됐다. 김씨의 주장대로 성관계만 했더라면 피해자는 이후 걷거나 앉으면서 중력의 영향을 받아 생리혈과 정액이 섞일 수 밖에 없다. 이에 채취 당시 경계가 명확하게 나온 걸 두고 이정빈 교수는 직접 실험을 실행한다.

혈액과 정액을 6시간 30분 정도 그대로 두니 전혀 섞이지 않았다. 그러다 잠깐 흔들었더니 바로 섞이는 것을 확인했다.
 
[서울=뉴시스] ‘알쓸범잡2’ 영상 캡처 . 2022.04.25. (사진= tvN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알쓸범잡2’ 영상 캡처 . 2022.04.25. (사진= tvN 제공)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실험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성관계 이후 정액이 배출되고 피해자는 움직일 시간이 없었다. 특히 앉거나 서는 등의 생존 반응이 없었다. 즉 성관계 후 사망까지 시간은 매우 짧았을 것이기에 따라서 성관계를 한 사람이 살인범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감정서를 제출하게 된다.

김씨는 끝내 무죄를 주장하지만 새롭게 밝혀진 증거가 모여 살인죄로 인한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아 미제 사건이 해결됐다. 이 사건은 살인죄의 공소시효 폐지 후 첫 유죄 판결이기도 했다.

윤종신은 "법의학이 진짜 결정적 역할을 한 사건"이라며 감탄했다.

이호 교수는 "이게 법의학적으로 푼 것은 맞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미가 있든 의미가 없든 그 당시에는 해석이 안됐지만 수사관들이 정확하게 체액 채취 과정을 다 기록했던 것이 단서가 됐다. 그 밖에 수많은 기록의 힘을 빌려 비로소 해결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러니까 지금 당장은 의미가 없어 보여도 정확한 기록을 남겨두면 언젠가 어떤 형태로든 해석할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교훈이 된 사건"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