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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보경스님 "고양이에게 '지루하게 살지말라'고 배웠습니다"

등록 2022.06.1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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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집 '고양이가 주는 행복, 기쁘게 유쾌하게' 출간

"최선 다해 대충 사는 고양이에게 평정심 배워"

"행복의 적은 불행 아니라 행복 모르는 것"

[서울=뉴시스] 보경 스님. (사진=불광출판사 제공) 2022.06.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보경 스님. (사진=불광출판사 제공) 2022.06.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고양이가 매일 저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어요. '지루하게 살지마.' 이게 냥이와 6년간 살면서 얻은 교훈입니다."

보경 스님은 최근 낸 에세이집 '고양이가 주는 행복, 기쁘게 유쾌하게'(불광출판사)를 이렇게 소개했다. 이번 책은 '어느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2017년 12월 출간)와 '고양이를 읽는 시간'(2020년 5월 출간)을 잇는 연작으로, 고양이 에세이 시리즈 마지막 편이다. 세 권의 책 집필 기간은 6년이다.

스님은 뉴시스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세 권이나 책을 쓰게 될 줄을 몰랐다"며 "냥이와 케미가 워낙 잘 맞아서 유심히 관찰했다. 고양이는 대단히 호기심이 많다"고 말했다. "한정된 공간에 살아도 잠을 한 군데에서 자지 않는다. 호기심이 많은 어린 아이와도 같은 모습이다. 사물을 신비롭게 보는 마음이 있으면 지루해질 틈이 없다"고 했다.

그는 "대다수 동물은 평지로 다니는데, 고양이는 뛰어오를 수 있다"며 "점프하면서 순간적으로 인간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냥이가 안 보여서 찾으려고 하면 저의 머리 위 등 주변에 있었어요. 자기를 찾는 줄 어떻게 알고 '야옹' 소리를 내더라고요. 모든 것에 관심을 갖고 일단 접촉해봅니다. 자기에게 알맞은 타이밍이 왔을 때 꼭 위에 올라가요. 호기심이 강해서 어디로든 올라가보고 싶어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까 지루할 틈이 없죠."
[서울=뉴시스] 고양이 '냥이'. (사진=보경 스님 제공) 2022.06.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고양이 '냥이'. (사진=보경 스님 제공) 2022.06.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인간·고양이 모두 유한한 삶…모든 관계는 그물 같아"

스님과 냥이가 함께 지낸 지는 벌써 6년. 스님은 고양이가 독립적이고 무심한 듯 보이지만, 인간의 보살핌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수많은 동물 중에 인간 사회에 편입돼 사는 동물은 개와 고양이 밖에 없어요. 우리가 개와 고양이를 집에서 기르면서 산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도 한 번 생각해봐야 돼요. 이 동물들만 인간 사회에 편입될 수 있다는 건 기본적으로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이해한다는 것이죠."

보경스님은 송광사 현호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선방에서 10년을 살았고 동국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계종 교육원 교육국장과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상임이사를 지냈다. 서울 종로구 법련사에서 12년간 주지 소임을 했으며 동국대에서 강의했다.

스님은 14년간의 서울 생활을 마치고 전남 순천 송광사로 내려간다. 2017년 겨울 저녁, 송광사 탑전으로 길고양이 한 마리(냥이)가 불쑥 찾아왔다. 굶주린 고양이에게 우유와 토스트를 건네면서 특별한 인연이 시작됐다. 냥이는 스님 거처인 송광사 탑전을 자신의 왕국으로 삼아 안온한 나날을 보낸다.

갑자기 나타난 냥이는 스님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잠자리가 될 상자를 마련하고, 털을 빗겨주거나 사료를 주며 스님은 여러 감정에 휩싸였다. '혹시 이런 것이 냥이의 생각일까'라고 추측해보던 스님은 어느 순간 고양이가 본인 마음을 알고 있다고 느꼈다. 냥이에게 뭔가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이 계속 든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다'는 보편적 진리도 떠올린다.

스님과 냥이가 알콩달콩 지내는 사이에 엄마 이쁜이와 주니어 이쁜이, 주니어 이쁜이가 낳은 새끼 고양이들 등 많은 인연이 오고 갔다. 여러 차례 생명의 탄생과 죽음을 목격하면서 존재의 본질을 생각한다.

스님은 "인간과 고양이는 공통분모가 있다"며 "모두 유한한 시간을 살다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이는 인간에 비해 훨씬 짧은 삶을 산다"며 "고양이는 6개월 만에 새끼를 가질 수 있고, 석 달 정도만 지나면 어디로든 가서 독립해 살아갈 수 있는 정도가 된다"고 했다.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은 선택할 수 있지만, 사람이 홀로 존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의 존재 자체가 생겨날 수 없어요. 이 말의 핵심은 나와 타자, 나와 사물, 집단과 집단 등 모든 관계가 그물과도 같다는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모든 것의 주체를 연기(緣起)로 봅니다. 즉 모든 것은 인연에 따라 생기고 또 인연에 따라 소멸됩니다. 자기 자신이 무언가의 영향을 받고, 나도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결국 모든 것은 원인과 결과 속에서 존재하고 소멸해요."
[서울=뉴시스] 보경 스님. (사진=불광출판사 제공) 2022.06.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보경 스님. (사진=불광출판사 제공) 2022.06.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결과에 집착하지 말고, 삶을 즐겁고 기쁘게 살아내야 한다"

"고양이는 초초해하거나 안달복달하는 법이 없어요. 평정심을 유지한 채 느긋하게 살아요. 인간처럼 미래를 상상하지 않고, 무심한 듯 최선을 다해 대충 살아가요."

'최선을 다한다'는 말은 어떤 일에 정성과 힘을 쏟는다는 의미다. 최선을 다해 대충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뜻인지 묻자 스님은 "살아가는 과정에 충실하고, 결과를 쿨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했다.

"고양이와 달리 인간은 결과에 얽매일 때가 많습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더욱 몰아세우고 괴롭히죠. 하지만 고양이는 평정심을 잃지 않고 어제처럼 오늘을 살아요. 좋은 삶이란 생각에 따라 이리저리 방황하는 일이 없이 매 순간을 충만하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스님은 "인간의 번뇌와 괴로움은 본인이 원하는 일이 자신이 바라는 타이밍에 이뤄지지 않으면 그걸 불행이라고 생각하는 데 있다"고 짚었다. "고양이는 자신의 타이밍이 올 때까지 기다릴 줄 알죠. 주체적으로 지내다가 타이밍이 됐을 때 움직여요. 굉장히 독립적이고 성숙한 동물입니다."

보경스님은 현재 보조사상연구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송광사 탑전에서 독서와 글쓰기에 전념하고 있는 그는 "독자들에게 '삶을 즐겁고 기쁘게 살아내야 한다'는 걸 일깨워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행복의 적은 불행이 아니라 행복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행복은 대단히 정의 내리기 어렵지만, 그래도 우리는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고 본능적으로 생각합니다. 기쁘고 유쾌하게 인생을 살아내야 합니다. 즐겁게 살 줄 모르면서 다른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서울=뉴시스] 보경 스님과 고양이 '냥이'. (사진=불광출판사 제공) 2022.06.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보경 스님과 고양이 '냥이'. (사진=불광출판사 제공) 2022.06.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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