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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잡혀가는 국가교육위…벌써부터 "진영 갈등 우려"

등록 2022.09.09 17:00:00수정 2022.09.09 18:3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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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양당 각각 진보·보수 뚜렷 인사 추천

"진영별 투사 내보내…이념논리 충실 우려"

"정당 거수기 역할하는 5년지대계로 전락"

위원 67%가 정치권發…"구성안 개정해야"

31명 직제에 "백년지대계 교육 이끌겠나"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0회 국회(정기회) 개회식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9.0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0회 국회(정기회) 개회식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9.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지각 출범'을 앞둔 국가교육위원회 구성이 채워지고 있는 가운데 인사들의 면면에 정치색이 뚜렷해 당초 취지와 다르게 정쟁의 장으로 변질될 우려가 제기된다.

9일 교육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21명의 국가교육위 위원 중 현재까지 총 11명의 합류가 내정됐다. 국가교육위는 정권의 변화와 관계 없이 일관된 교육정책을 지속하기 위한 10년 단위 국가교육발전계획 등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로, 지난 7월20일 법이 시행됐으나 위원 구성에 난항을 겪어 출범이 늦어지고 있다.

국회가 추천해야 하는 9명은 내정이 완료됐거나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몫인 비상임위원 2명과 국회의장 몫 1명만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지난 7일 국회는 거대 양당의 국가교육위 상임위원 추천안을 본회의에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김태준 전 한국금융연구원장을, 더불어민주당은 정대화 한국장학재단이사장을 각각 내세웠다. 김태준 전 원장은 박근혜 정부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소속이었으며, 정대화 이사장은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실행위원 등을 지낸 진보 교육계 인사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은 3명의 비상임위원도 추천을 마쳤다. 이민지 한국외대 학생회장 겸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의장, 전은영 서울혁신교육학부모네트워크 공동대표, 전남도교육감을 지낸 장석웅 전남대 사범대 교수다. 국회 비교섭단체인 정의당은 공개 검증을 통해 김석준 전 부산시교육감을 추천 후보로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5명은 당연직인 장상윤 교육부 차관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및 기관 추천 3명이다. 홍원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 조명우 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이 일찌감치 합류를 마쳤다.

국회 추천 몫 9명이 대부분 드러난 가운데 교육계에서는 이미 국가교육위의 진보 혹은 보수 색채가 과하게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정권 변화와 관계 없이 백년지대계인 교육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려던 국가교육위의 설립 취지와 위원 인사가 상호 호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각 진영에서 투사들을 내보내는 모양새"라며 "원래는 국가교육위에서 의미 있는 결정을 하면 정권이 바뀌더라도 바꾸지 않고 추진하는 것을 기대했는데 이런 식으로 (위원 구성이) 되면 정치적인 싸움터가 돼 버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진영 논리에 충실하게 운영될 소지가 굉장히 커졌다"며 "뒷배경으로 정당이 자리잡고 위원들은 거수인 역할만 하게 되면 국가교육위는 10년 짜리 교육계획을 만들어도 정권이 바뀌면 수정되는 백년지대계가 아닌 5년지대계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가교육위의 정파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위원 21명 중 14명을 국회(9명)와 대통령(5명)이 추천하도록 한 현행법을 고쳐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송 위원은 "위원회가 교육 논리에 충실한 위원들로 구성될 수 있도록 정치권 추천 비중을 줄여야 한다"며 "국가교육위를 보다 바람직한 형태로 만들기 위해서 법을 개정한다면 가장 먼저 손 봐야 할 게 위원 구성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위원들이 교육 논리에 맞는 판단을 해야 한다"며 "자신들을 추천한 여야의 입장이 반교육적이라면 그에 반기를 들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첨예한 진영 간 갈등과 차이를 봉합해야 하는 위원장 자리에 관심이 모아진다. 교육계 안팎에선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을 주도한 이배용 전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위원장은 상임위원 3명 중 대통령이 임명한다.

정소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은 "최소한 위원장 만큼은 정파성에서 자유롭고 중립적인, 여러 의견을 조율하고 소통과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열린 분이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근데 이 전 총장은 그냥 자기주장이 강한 게 아니라 워낙 명확한 색을 가진 분이라 많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박남기 교수는 "정치색이 뚜렷한 위원장은 어떤 운영을 하더라도 선입견이 강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야당으로부터 10~20명 추천을 받아 그 중에 뽑으면 어떨까 싶다"고 제안했다.
[서울=뉴시스] 국가교육위원회 사무실이 들어설 정부서울청사 전경. (자료= 행정안전부 제공) 2022.09.09.

[서울=뉴시스] 국가교육위원회 사무실이 들어설 정부서울청사 전경. (자료= 행정안전부 제공) 2022.09.09.


위원 구성이 완료돼 출범을 하더라도 제 기능을 하긴 어려울 것이란 우려섞인 예측도 나온다. 행정안전부 입법예고에 따르면 국가교육위 직제안은 총 31명이다. 이 규모로는 10년 단위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 교육계 난제 의견수렴 등 맡겨진 역할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가교육위와 같은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위원회인 방송통신위원회(234명), 국가인권위원회(205명)와 직제상 공무원 정원을 비교해도 국가교육위는 31명으로 규모가 작다.

정 대변인은 "전교조 본부 근무자가 30명 정도 되는데 그 인원으로 나라의 백년지대계를 이끌어간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국가교육위 위상과 취지에 맞게 사회적 합의를 통해 큰 교육계획을 그려나가려는 실행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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