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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생산 정상까지 수개월…'스틸플레이션' 가능성

등록 2022.09.13 11: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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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까지 전 고로 정상 가동 예정, 압연설비는 아직 가동 불가

복구시점 예측 못해…산업계 전반 공급난 예상

철강재 가격 상승으로 후방산업 '스틸플레이션' 우려 커져

[서울=뉴시스] 지난 10일 정상가동을 시작한 포항제철소 3고로가 붉은 쇳물을 다시 힘차게 쏟아내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10일 정상가동을 시작한 포항제철소 3고로가 붉은 쇳물을 다시 힘차게 쏟아내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옥승욱 기자 = 포스코가 태풍으로 침수 피해를 입은 포항제철소 복구에 전력을 다하는 가운데 제철소의 심장 격인 고로를 재가동하며 피해 최소화에 나섰다. 하지만 침수 피해가 큰 압연설비 복구는 여전히 더딘 모습이어서 업계에선 포항제철소가 정상 가동되려면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판단한다.

포항제철소에서 생산하는 철강 제품은 국내 산업계 전반으로 공급되는 만큼 철강 후방 산업 전반에 광범위한 피해가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와 가전, 조선 등 철강 제품을 많이 쓰는 업종들은 철강 공급난을 겪을 가능성이 있어 철강재 가격이 다시 한번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포스코가 철강 가격 상승에 나설 수 있어 '스틸플레이션(스틸+인플레이션)'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항제철소는 지난 10일 3고로, 12일에는 4고로와 2고로를 순차적으로 정상 가동했다. 이에 따라 노후화로 폐쇄한 1고로를 제외하고 태풍 피해로 가동을 임시 중단했던 포항제철소 전 고로가 다시 쇳물을 쏟아내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12일 고로에서 생산된 쇳물을 제강공정에서 처리하기 위한 제강 및 연주설비 복구에도 집중했다. 제강공장의 경우, 전로 총 7기 중 4기와 연주 총 8기 중 4기를 이날 재가동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압연설비 복구 시점이 얼마나 단축될 수 있느냐에 쏠린다. 포스코는 이번 태풍 영향으로 여의도 면적 3배에 달하는 포항제철소 전체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고로는 말 그대로 '높게 솟은 화로'여서 직접적인 침수 피해는 피해갈 수 있었지만 지상에 있는 압연 설비들은 빗물은 물론 공장으로 유입된 바닷물에 그대로 노출됐다.

특히 압연설비 피해 금액은 아직 정확히 추산할 수 없을 정도다. 추석 연휴에 3만5000여명이 복구작업을 펼쳤지만 아직도 토사물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 관계자는 "압연라인의 배수 작업이 80% 정도 마무리됐다"며 "우선 가동이 필요한 1열연공장과 3후판공장은 배수가 완료돼 전원 투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압연라인 지하시설물 복구를 빨리 끝내야 정확한 피해 규모 추산 및 압연라인 복구·가동 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압연설비를 통해 열연강판과 냉연강판 등 철강 제품을 생산한다. 이에 따라 압연설비 가동이 불가능하면 쇳물과 연주설비를 통해 반제품인 슬래브와 빌릿 정도만 생산할 수 있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를 복구하기 전까지 반제품들을 광양제철소와 외부 압연업체에 보내 공급난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역시 포항제철소 생산량을 모두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서울=뉴시스] 포스코 포항체절소가 10일 3고로 가동을 재개한데 이어 12일에는 4고로와 2고로를 순차적으로 정상 가동했다. 사진은 2연주공장에서 철강 반제품인 슬라브를 생산하고 있는 모습. (사진=포스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포스코 포항체절소가 10일 3고로 가동을 재개한데 이어 12일에는 4고로와 2고로를 순차적으로 정상 가동했다. 사진은 2연주공장에서 철강 반제품인 슬라브를 생산하고 있는 모습. (사진=포스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포항제철소는 1685만t의 쇳물을 생산했다. 쇳물 생산량은 국내 생산량 전체의 35% 정도다. 후판 생산량은 338만t, 냉연강판과 선재는 각각 291만t, 274만t을 포항제철소에서 만든다. 냉연강판과 강관 소재로 쓰이는 열연강판 생산량도 220만t에 달한다.

이에 따라 포항제철소의 철강 제품 생산 차질은 산업계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에서 자동차 강판을 생산해 현대차·기아와 한국지엠, 르노차, 쌍용차 등에 공급한다. 또 여기서 생산한 후판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들 선박 건조에 쓰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포항제철소에서 만드는 냉연강판을 사용해 가전 제품을 만든다.

결국 포항제철소에서 만드는 철강 소재 공급이 부족해지면 다시 한번 철강 제품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자동차, 가전, 건설 등 전 산업군에서 철강재가 쓰이는 만큼 이로 인한 후속 물가 상승도 가능하다. 일각에선 올 4분기부터 포항제철소 발 '스틸플레이션'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들린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포항제철소 압연설비 정상화까지 최소 수개월 이상을 보기도 한다"며 "수요업체들이 확보해 놓은 재고가 떨어지는 시점부터 철강재 가격이 요동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그룹 최정우 회장은 지난 12일에도 포항제철소 현장을 찾아 이번 제철소 침수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냉천 범람 지역을 둘러봤다. 최 회장은 이어 여전히 배수와 진흙 제거 작업이 한창인 압연라인도 집중 점검했다. 최 회장은 스테인리스제강공장, 전기강판공장, 선재공장, 3고로 등을 차례로 돌아보며 직원들을 격려하고, 복구활동에 함께 참여했다.

최 회장은 “복구활동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며, 서두름 없이 규정된 절차에 철저히 입각해 복구 작업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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