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선을 넘지"…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발표
4월 27일부터 5월 6일까지 42개국 247편 작품 상영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우범기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이 30일 전북 전주시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열린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발표 기자회견'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3.03.30. pmkeul@nwsis.com
전북 전주국제영화제는 30일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과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우리는 늘 선을 넘지'라는 슬로건으로 오는 4월 27일부터 5월 6일까지 10일 간 전주 영화의 거리를 중심으로 열리는 영화제에는 42개국의 247편의 작품이 관객을 기다린다.
특히 올해는 '전주돔'이 '전주독립영화의 집' 건립으로 설치가 어려워지면서 영화의 거리를 영화제의 주 무대로 하되,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등 전주 전역을 영화제의 무대로 만들겠다는 것이 영화제의 설명이다.
또 이번 영화제에서는 전주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전주씨네투어' 사업을 신설했다. 전주의 다양한 야외 공간에서 지역 뮤지션과 영화 상영을 즐길 수 있는 '전주영화X산책'과 독립영화 배우들이 함께하는 '전주영화X마중', 영화와 라이브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전주영화X음악'까지 총 세 가지 테마가 준비돼 있다.
이와 함께 올해의 프로그래머는 배우이자 뮤지션, 화가, 설치미술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종합예술인 백현진 씨가 참여한다.
덧붙여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큰 호응을 얻었던 '스타워즈 데이'도 이번 영화제 기간에 다시 열릴 예정이다. 스타워즈 신작 콘텐츠 상영과 함께 진행됐던 전시, 코스튬 퍼레이드는 지난 행사 때 팬들의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전주=뉴시스]이동민 기자 =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다르덴 형제의 '토리와 로키타', 폐막작 김희정 감독의 '어디로 가고 싶으신 가요.(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해 열린 제75회 칸 영화제에서 '75주년 기념상'을 수상한 바 있는 이 작품은 벨기에로 넘어온 아프리카 난민 소년 '토리'와 소녀 '로키타'의 생존기를 그린 영화다.
남매 아닌 남매의 비참하고 필사적인 삶은 직접적인 가해자인 마약상을 비롯한 악의 세력들과, 간접적인 가해자라 할 수 있는 국가권력의 외면에 대한 분노를 자극하는 한편 진한 감동과 여운을 준다.
폐막작은 김애란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김희정 감독의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이다.
이 영화는 중학교 교사인 남편이 물에 빠진 학생을 구하려다 사망하고, 홀로 남은 명지의 시간을 그린다.
반복되는 사회적 재난과 사고 앞에 망자를 잘 애도하는 동시에 산 자를 구하는 길은 무엇일까. 이 영화는 ‘죽음을 기억하는 방법, 그 죽음을 함께 기억해줄 사람들’에게서 희망을 본다.

[전주=뉴시스]이동민 기자 = 윤수일 감독의 '폭설'과 한제이 감독의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우.천.사)'(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먼저 한국경쟁 부문에 선정된 윤수일 감독의 '폭설'은 어른이 돼 가는 두 소녀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다. 고등학생인 두 친구는 강릉과 서울을 오가며 다양한 감정을 나누며 사랑하게 된다. 풋풋한 시절 한소희 배우의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한제이 감독의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우.천.사)'는 청춘 퀴어 드라마라고 부를 수 있다. 1999년 한 고등학교 태권도부를 배경으로 우정과 사랑 그리고 만성화된 폭력과 성폭력을 겪으며 아파하고 성장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박수연, 이유미 등 배우들의 싱그러운 연기도 인상적이다.
전주영 감독의 '미확인'은 1993년 정체를 알 수 없는 UFO가 지구 위 각 도시 상공에 나타났다는 가상의 사실을 전제로 하는 영화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이후로 29년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보이는데, 언젠가부터 외계인들이 지구인을 가장해 등장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풍자와 유머, 그리고 날카로운 시선을 가진 영화다.

[전주=뉴시스]이동민 기자 = 말레나 최 감독의 '조용한 이주', 캐나다의 작품 '밤의 우회로'(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배우 이강생이 주연을 맡아 ‘쓸쓸함’이 극대화된 연기를 보여주는 중국 작품 '부재'와 덴마크의 시골 마을에서 양부모와 조용한 일상을 살지만 정체성의 혼란이라는 내적 갈등을 겪는 한국계 입양인의 심리를 그린 한국계 말레나 최 감독의 자전적 영화 '조용한 이주' 등은 새로운 시각으로 '내면의 이야기'를 만들고자 하는 젊은 감독들의 도전을 만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갑자기 사라진 유명한 피겨 스케이팅 선수를 찾아 나선 한 저널리스트의 이야기를 신비로운 영상으로 담은 캐나다 작품 '밤의 우회로'와 스페인 팜플로나에서 열리는 황소 축제에서 사망한 아저씨 H와 혼돈의 축제 현장을 거친 영상이지만 기묘한 체험으로 이끌어 내는 스페인 작품 'H' 등 과감한 영상과 사운드, 음악을 통해 기존의 틀을 벗어나고자 하는 작품도 만날 수 있다.
특히 1960~70년대 구소련을 배경으로 주인공의 비극적인 삶을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흑백 영상을 통해 보여준 우크라이나 작품 '사셴카'는 지금까지도 전화에 휩싸여 있는 우크라이나의 현실을 투영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어린이, 노인,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질문하거나 보호 종료 청소년, 결혼 이주 여성, 외국인 노동자 등 또렷한 문제의식을 대변하는 인물을 앞세워 그들의 자리를 지켜보게 하는 영화가 많았다.
특히 형식 면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브이로그(V-LOG)포맷의 등장이다. 영화에서 유튜브식 자막과 효과음이 삽입된 단편영화는 새롭게 다가왔다.

[전주=뉴시스]이동민 기자 = 문성혁 감독의 작품 '그녀' 속 배우 황정민의 모습.(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황정민, 손석구, 정해인 등 스타 배우들의 초창기 모습이 담긴 '그때 그 사람들' 섹션을 비롯한 7개의 작은 섹션으로 구성된 특별전은 '한국영화 성장의 기록'이라 할 만하다.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정준호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30일 전북 전주시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열린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발표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03.30. pmkeul@nwsis.com
우범기 조직위원장은 "전주국제영화제는 전 세계 영화인들이 작품을 선보이고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라며 "이번 영화제가 축제임과 동시에 전주의 위상과 문화유산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민성욱 공동집행위원장은 "여태까지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맡은 바 소임을 다하며 최선을 다해 영화제가 성공적으로 개최 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은 "저의 풍부한 인적네트워크와 추진력으로 영화제가 더 발돋움 하고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amdongmin@newsis.com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