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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 조준 타격' 중입자 치료 눈앞…"보험 적용 필요"

등록 2023.04.26 16: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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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앞선 日, 중입자 치료로 진료횟수 확 줄여

전립선암 12~16회·초기 폐암 1번·조기 간암 2번

양성자 치료처럼 건강보험 적용 접근성 높여야

[서울=뉴시스]세브란스병원이 공개한 중입자치료센터 내 중입자가속기의 모습. (사진= 세브란스병원 제공) 2023.04.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세브란스병원이 공개한 중입자치료센터 내 중입자가속기의 모습. (사진= 세브란스병원 제공) 2023.04.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국내에서 탄소 이온을 가속시켜 암세포를 정밀 타격해 종양을 제거하는 '중입자 치료'가 눈 앞에 다가왔다. 기존 항암제나 엑스선으로 치료되기 힘든 암 환자에게 대안으로 떠올랐는데, 수천만 원에 달하는 치료비가 걸림돌로 꼽힌다. 우리보다 30년 앞선 일본처럼 건강보험을 적용해 치료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26일 연세암병원 등에 따르면 중입자 치료가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빠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암 치료용 중입자 치료기는 지난달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로 허가 받았다. 보건복지부의 고시를 거쳐 수가(진료비)가 정해지면 중입자 치료기 시범가동을 거쳐 치료가 시작될 전망이다.

중입자 치료는 암 조직에만 강력한 방사선 에너지를 쏟아붓고 빠르게 사라지는 '브래그 피크' 현상을 활용해 기존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을 크게 줄였다. 방사선 치료는 종양을 줄이거나 없애기 위해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많은 양의 방사선을 암 부위에 쏘는 과정에서 주변 조직이나 장기에 손상을 줄 수 있다. 중입자 치료는 한 번에 쏘는 양을 늘려 치료 횟수를 줄일 수 있어 일상으로 복귀하는 시점을 앞당길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실제 우리보다 앞서 중입자 치료를 시작한 미국과 일본은 이미 질병별 표준 진료 프로토콜(진단·치료 절차)을 바탕으로 진료횟수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우홍균 서울대병원 암진료부원장(방사선종양학과 교수)은 "1993년 중입자 치료를 시작해 가장 많은 경험을 축적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환자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지만, 전립선암은 12~16번 치료하고 있고, 초기 폐암의 경우 한 번에 치료를 마칠 수 있다"면서 "조기 간암도 2번에 걸쳐 치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립선암만 놓고 봐도 최대 30회의 방사선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치료횟수를 크게 단축된 셈이다.

중입자 치료로 가장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되는 암은 췌장암이다. 췌장암의 경우 중입자 치료로 2년 생존율을 20%에서 50%까지 높인 사례도 있다. 뼈나 근육에 생기는 육종, 재발이 잦은 암 치료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문제는 치료비가 고가여서 환자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중입자 치료는 암종이나 환자의 상태에 따른 치료횟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비급여여서 수천만 원에 달한다. 수백만 원대인 방사선 치료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중입자 치료기기(약 1500억 원)에 설치비, 건물 건축비 등을 합산하면 중입자치료센터 구축에만 총 3000억 원가량이 투입된 데다 중입자 치료는 기존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로도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행하기 때문에 치료비가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내 환자들이 중입자 치료를 받기 위해 일본 등으로 원정을 가면 보통 1억~2억원가량이 들어가고 면역항암제를 장기간 투여하면 수억 원이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경제적이지만, 비급여이다 보니 일반 환자들은 치료를 받을 엄두조차 내기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양성자 치료처럼 중입자 치료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복지부는 지난 2015년 9월부터 양성자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기 시작했고, 18세 미만 어린이 뇌종양·두경부암에서 소아암 전체, 성인 뇌종양·췌장암·식도암 등으로 확대했다. 양성자 치료비는 1500만~2000만원에서 100만~500만원 선으로 대폭 줄었다.

일본의 경우 중입자 치료에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암은 일본의 사망 원인 1위로, 전체 사망원인의 3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중입자 치료 진료비가 질병에 따라 1000만원 후반대에서 3000만 원 정도에 달하지만, 일본 국민은 100만 원을 채 내지 않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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