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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금융사고시 CEO가 '총괄' 책임진다(종합)

등록 2023.06.22 12:11:12수정 2023.06.22 14:3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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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금융협회장 간담회서 내부통제 개선안 발표

김주현 "내부통제 관리 충실히 한 임원은 책임 면제"

이복현 "경영진, 책임감 갖고 이행하면 소비자 피해 줄 것"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금융위원장-금융협회장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06.22.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금융위원장-금융협회장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06.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형섭 최홍 기자 = 라입·옵티머스 등 펀드 불완전판매와 수백억원대 횡령사고 등으로 드러난 금융사의 미흡한 내부통제와 관련해 앞으로는 금융사 임원별로 내부통제의 책임영역이 사전에 확정돼 사고발생시 책임을 묻게 된다.

최고경영자(CEO)에 대해서는 내부통제 총괄의 의무를 부여해 장기간 반복적 문제가 발생하는 '시스템 실패'시에 총괄적 책임을 지도록 명확해졌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금융권 협회장 간담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제도 개선방안은 펀드 불완전판매와 대규모 횡령 등 잇따른 대형 금융사고로 도마에 오른 금융사 내부통제 개선과 금융권의 책임경영 확산을 위해 마련됐다. 지난해 8월부터 약 10개월에 걸쳐 학계, 법조계 등의 전문가 논의와 금융사 의견수렴 등의 과정을 거쳐 확정됐다.

임원별 내부통제 책임 배분한 '책무구조도' 도입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행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서도 금융사에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부여하고 있지만 형식적·절차적 의무로 인식되고 있는 탓에 임원들 자신에게 내부통제 책임이 있음을 모르거나 직무를 위임한 직원에게 내부통제 책임까지 위임된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현행 법령은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만 부과하고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해서는 규율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영진 감시책임이 있는 이사회의 내부통제 역할도 미미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내부통제 제도의 문제점은 금융회사가 외형을 갖추는 데만 집중을 하고 있고 실제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능의 작동을 기대하기는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금융사가 임원별로 내부통제 책임을 사전에 명확히 확정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대표이사가 각 임원별로 내부통제 책임을 배분한 '책무구조도(responsibilities map)'를 작성해야 한다.

책무구조도란 금융사 임원이 직책별로 어떠한 책임을 지는지를 배분한 문서다. 금융사 주요 업무에 대한 최종책임자를 특정함으로써 내부통제 책임을 하급자에게 떠넘길 수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회사 스스로 각 경영진별 내부통제 책임 영역을 사전에 획정토록 한 것"이라며 "경영진이 실제 업무 수행 권한을 하급자에 위임하는 경우에도 책임은 위임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위임된 업무에 대한 내부통제 관리 책임은 여전히 경영진, 즉 고위 임원이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책무구조도 대상은 이사, 감사, 업무집행책임자 등 지배구조법상 '임원'으로 대형 시중은행 기준 20~30명 수준이 될 전망이다. 다만 사외이사의 경우 사내 정보 접근성이나 업무시간 등의 제약을 고려해 이사회 의장이 아닌 사외이사는 책무구조도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책무구조도는 대표이사가 마련해야 한다. 대표이사는 책무구조도의 중복, 공백, 누락 등 작성 미흡이나 실제 권한 행사자와 책무구조도상 임원의 불일치 등 거짓작성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금융위원장-금융협회장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06.22.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금융위원장-금융협회장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06.22. [email protected]

대표이사가 작성한 책무구조도는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되는데 금융당국에도 제출해야 한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책무구조도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승인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시 금융당국은 시정요구를 할 수 있다.

책무구조도에 기재된 임원은 자신의 책임영역 내에서 내부통제 책임을 져야 한다. 내부통제 기준의 적정성, 임직원의 기준 준수여부 및 기준의 작동여부 등을 상시점검 하는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금융회사가 임원별 내부통제 책무를 사전에 명확히 구분하고 각 임원이 금융사고 방지 등 내부통제 의무를 적극적으로 이행토록 한 것이다. 이는 획일적인 규율과 금융사고에 대한 사후적 제재가 아닌 금융사가 각자의 특성과 경영여건 변화에 맞는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운영해 금융사고를 사전적으로 예방토록 하는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특히 대표이사는 내부통제 총괄 책임자로서 전사적 내부통제체계를 구축하고 각 임원의 통제활동을 감독하는 총괄 관리의무가 부여된다.

만일 회사 내에서 조직적이거나 장기간·반복적 또는 광범위한 문제가 발생하는 등 내부통제의 '시스템적 실패(systemic failure)'가 일어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대표이사가 지게 된다.

그동안 금융사고와 관련해 대표이사의 책임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불분명해 논란이 많았지만 이번에 시스템 실패라는 명확한 기준이 마련된 것이다.

대표이사에 대해 기존의 내부통제 기준 마련의무에 더해 관리의무가 추가된 것으로 금융당국은 금융사 내부통제의 원활한 작동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동안은 사실상 '거수기'에 그쳤던 이사회의 내부통제 감시 역할도 명확해진다.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 정책 수립과 집행에 관한 사항을 이사회의 심의·의결 대상에 추가했으며 이사회내 소위원회로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토록 했다.

'상당한 주의' 다했다면 금융사고시 책임 감경·면제도 가능

책무구조도에 기재된 임원이 내부통제 관리조치를 실행하지 않거나 불충분하게 했을 경우 현재처럼 제재 조치가 취해진다. 기존과는 다르게 금융사고 발생시 감독자로서의 책임이 아닌 내부통제 관리의무 위반에 따른 자기 책임이 된다.

다만 평소에 '상당한 주의'를 다해 내부통제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임원은 금융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받을 수 있게 된다. 사전에 예측하거나 통제하기 어려운 불의의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담당 임원이 나름의 내부통제 노력을 다했다면 제재 없이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서울=뉴시스]책무구조도의 개념도. (자료=금융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책무구조도의 개념도. (자료=금융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금융위 관계자는 "상당한 주의라는 것이 사실 모호하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는데 금융 관련법에 있어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표현이고 기준"이라며 "어떠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선관주의(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충실히 했느냐는 것은 케이스별로 판단을 해야 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제로 리스크는 불가능하니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후조치를 어떻게 했느냐도 상당한 주의 의무를 기울였는지로 보겠다는 것"이라며 "해외 사례 같은 경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은닉하지 않고 감독당국에 즉시 통보하는 것도 중요한 제재 감경 근거로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지배구조법 개정안 추진…업권별로 단계적 적용 예정

금융위는 이번 내부통제 제도 개선안을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공청회, 업권별 설명회 등을 열어 업계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다는 방침이다.

금융사별로 충분한 준비기간이 필요한 만큼 개정안 통과를 전제로 은행·금융지주는 공포 후 1년 이후, 대형·종합금융투자회사 및 대형보험사는 공포 후 1년 6개월 이후, 중소형 금융회사는 5년 이내의 범위에서 단계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내부통제제도 개편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형식적인 제도변화가 아니라 조직 전체 구성원의 인식과 가치관을 바꿈으로써 실질적인 행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라며 "조직문화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핵심은 결국 최고경영진의 의지와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제도개선은 내부통제 의무 관련 제재를 강화하려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관련의무를 충실히 한 임원은 책임을 면제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이라며 "제도개선의 취지를 감안해 '정직한 영업'에 대한 최고경영진의 의지를 직원들이 공감하고 인식할 수 있도록 협회장들과 최고경영진들의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 원장은 "그동안 발생한 펀드 불완전판매, 대규모 횡령 사태 등을 현장에서 직접 검사하면서 그 원인이 대부분 내부통제 문제임을 확인했다"며 "특히 금융회사 경영진이 내부통제를 자신의 책무로 인식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내부통제의 준수와 작동에 대한 점검 및 개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책무구조도가 도입되고 CEO 및 임원의 관리의무도 명확해지는 만큼 경영진이 책임감을 갖고 충실하게 이행한다면 내부통제 부재에 따른 금융 사건·사고의 발생과 이로 인한 금융소비자들의 피해와 고통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간담회에 함께 한 금융권 협회장들은 향후 입법과정에서 충분한 소통을 통해 제재와 면책 등에 대한 구체적 기준, 소규모 금융회사에 대한 특례 등이 반영될 수 있도록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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