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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규정 71년 만에 폐지…기초학문·교수 처우 악화 우려

등록 2023.06.28 18:36:06수정 2023.06.28 21: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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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학령인구 절벽 위기에 대학이 자구책 마련 유도

교수단체 "사립대, 시수 늘려 인건비 절감할 것"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4월20일 오후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정책학회 미래교육정책특별위원회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3.06.2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4월20일 오후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정책학회 미래교육정책특별위원회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3.06.28.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교육부가 대학의 기본 조직을 학과·학부로 규정한 법령을 70여년 만에 폐지한 배경에는 학령인구 절벽이라는 절박감 때문이다.

과거와 같은 수준의 혁신만으로는 대학이 살 길을 찾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총체적인 규제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본 것이다. 대학 총장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대통령부터 반도체 등 첨단 분야 인재 양성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기초학문, 인기 없는 소수 분야가 더 빠르게 몰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정규 교수의 수업시간 규정, 캠퍼스 밖 수업에 대한 규제를 해소한 것을 두고 교·강사들의 처우가 악화하고 질 낮은 수업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28일 교육부가 발표한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은 법령에 있는 115개 조문 중 학사 관련 33개(28.7%) 규정을 손질한 것으로 그 영향이 만만찮다.

대학 총장들의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는 이날 일제히 성명을 내고 환영을 표했다. 대교협은 "학교 밖 수업 제도화나 공동교육과정 확대 등 핵심 과제들이 포함돼 대학 혁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학의 조직을 학과 또는 학부로 정의한 규정은 71년 만에 사라지게 되는데, 이 법령의 전신 격인 '교육법 시행령'이 1952년 만들어질 때부터 존재했던 규정이다.

명분은 학생 선택권의 확대다. 대학이 첨단분야 융합학과나 자유전공, 소위 '무전공 선발' 등 통합선발 제도를 운영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겠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신입생과 신설 학과로의 전과를 막아 왔던 규정도 손본다. 법령이 개정되면 대학이 어떻게 학칙에서 정하는지에 따라 새로 생긴 융합학과로 전과할 수도 있고 신입생도 입학 후 전과할 수 있다.

과거에도 정부 주도의 대학 학사 제도 개편 조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대표적인 게 1994년 김영삼 정부 당시의 학부제다. 당시에도 명분은 지금과 동일한 '학생 선택권의 확대'였다.

김대중 정부에서도 학부제 도입 여부를 각종 대학평가 지표에 도입해 국고를 차등 지원, 도입을 강제했다. 하지만 같은 학부로 묶인 비인기 학과의 모집난, 1학년에 교양수업을 운영하면서 2~4학년으로 줄어든 전공시수로 교육 질이 악화됐다는 지적이 컸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지난 3월1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글로컬대학30 추진방안(시안)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사잔=뉴시스DB). 2023.06.28.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지난 3월1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글로컬대학30 추진방안(시안)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사잔=뉴시스DB). 2023.06.28. [email protected]

노무현 정부 시기인 2005년 당국이 두뇌한국(BK)21 지원금을 삭감하겠다고 경고했음에도 서울대와 연세대를 시작으로 학부제는 폐지 수순을 밟았다.

윤석열 정부는 중앙 주도의 학사 개편을 추진하는 대신, 대학이 실정에 맞게 알아서 자율적으로 자구책을 마련하라는 기조다. 교육부는 이번 개정이 학과, 학부 조직을 폐지하려는 게 아니라고 밝혔다.

문제는 재정난을 겪는 대학들이 관심을 보일 수 밖에 없는 대규모 국고사업이나 재정사업을 눈여겨보면 100% 자율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7월 반도체 인재양성 방안을 필두로 국가 전략산업 인재 양성 규모 확대를 명분 삼아 관련 특수 목적사업을 신설, 확대하고 있다.

당장 글로컬대학30 사업에 예비 지정된 대학들이 제출한 혁신기획서를 보면, 국립대 간 통폐합 또는 무(無)학과, 고강도 학과 정원 감축안을 꺼내 들었다.

순천대는 스마트팜, 애니메이션·문화콘텐츠, 우주항공·첨단소재 3개 분야를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무(無)학과를 도입하고 학년과 학기 개념이 없는 무학년, 무학기 교육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순천향대는 '학생 설계형 대학 교육'을 모델로, 10개 단과대학과 50개 전공을 4개 '유니버시티' 및 40개 소전공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울산대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공동으로 미래 신산업 대학원을 설치하겠다며 학부 정원 15%를 감축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기초학문, 소외분야에 대한 재정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학령인구 절벽이라는 흐름 속에서 생존을 명분으로 내걸면 이런 학과를 없애기 쉽기 때문이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그간 정부의 각종 평가가 취업률, 충원율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기초학문 분야는 큰 위기를 겪고 있다"며 "대안 없이 규제가 완화되면서 위기가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주 9시간을 원칙으로 한다'는 법령상의 교수시간 규정도 삭제하고 대학이 학칙으로 정하게 한다는 점도 교수 사회의 우려를 낳고 있다. 교육부는 학사제도를 바꿨다면 교원 인사제도 역시 바뀌어야 대학이 탄력적으로 혁신안을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박순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 자문위원장은 "교수시간 원칙 폐기가 발표되자마자 교수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이 들끓고 있다"며 "대부분의 사립대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초과수당도 주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정부 시기인 2019년에도 대학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이 시행되기 직전, 교육부가 현황을 조사해 보니 대학들은 1학기에만 강사 7834명을 해고했다. 41.3%는 인문사회 계열로 비인기 기초학문의 타격이 더 컸던 바 있다.

임 연구원은 "사립대학 등에서는 기초학문, 소외 분야 등에 투자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추가적인 재정 지원이나 육성 방안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오는 29일부터 8월8일까지 입법예고하고, 통합입법예고센터를 통해 의견을 받은 뒤 개정 절차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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