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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교사, '연필사건' 후 학부모 전화 시달려…"불안감" 호소

등록 2023.08.04 11: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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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서이초 극단선택 합동조사 결과 발표

"연필사건 확인…학부모 폭언, 경찰 수사 필요"

"학교 기록 대조 결과 유명 정치인 가족 없어"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 한국교총에서 열린 교육부-교총 교권 확립을 위한 현장 교원 간담회에서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2023.07.21.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 한국교총에서 열린 교육부-교총 교권 확립을 위한 현장 교원 간담회에서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2023.07.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교내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서이초 교사가 이른바 '연필사건' 후 여러 차례 학부모 전화에 시달렸으며, 주변에 불안감을 호소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날까지 12일 간 실시한 '서이초 합동조사 결과'를 4일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했다.

이번 합동조사는 지난달 18일 서이초 1학년 담임이었던 2년차 새내기 교사가 교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되자 경찰 조사와 별도로 교육당국 차원에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추진됐다.

고인이 생전 '연필사건'으로 학부모의 악성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에 대해 교육부는 동료 교원 진술로 확보한 정황을 제시했다. 이른바 연필사건은 지난달 12일 오전, 한 학생이 자신의 가방이 연필로 찔리는 것을 막으려다가 연필이 이마에 그어져 상처가 생긴 사건이다.

동교 교원은 합동조사단에 "연필사건 발생 당일 학부모가 고인에게 여러 번 휴대폰으로 전화했다"고 진술했다. 또 "고인은 자신이 알려주지 않은 휴대폰 번호를 해당 학부모가 알고 있다는 사실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만 교육부는 "학부모가 고인의 휴대폰 번호를 알게 된 경위, 담임 자격 시비 폭언이 있었는지 여부 등은 경찰 수사를 통해 확인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학급 생활지도 및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실제 학기 초부터 문제행동 학생으로 인해 생활지도에 어려움이 있었고, 학기 말 업무량이 많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고인에게 좁고 환기도 안 되는 교실을 배정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무작위로 배정됐다"고 밝혔다. 다만 수업 공간이 부족해 고인이 선호하지 않는 교실을 사용한 사실은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합동조사단은 고인 사망 이틀 뒤인 지난달 20일 서이초가 발표한 입장문 내용이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확인했다.

고인의 학급에서 담임교사가 교체된 적은 없으며,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업무와 1학년 담임 배정은 고인의 1순위 희망에 따른 것으로 조사됐다. 고인은 나이스 업무 중 '시스템 관리, 인증서 관련, 나이스 관련 연수' 등을 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인이 담임을 맡은 학급에 신고 접수된 학교폭력 사안은 없었으나, 지난달 12일 연필사건은 발생한 사실이 확인됐다.

합동조사단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의혹이 제기된 유명 정치인들의 이름을 학교가 관리하고 있는 기록(학부모 이름 등)과 대조한 결과, 해당 학급에는 실제 정치인 가족이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이번 조사에서 밝히지 못한 부분은 경찰에서 철저히 수사해줄 것을 당부했다.

장 차관은 "이번 합동조사는 학교 구성원의 심리적 어려움을 고려해 참여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진행됐다"며 "합동조사가 방학기간에 이뤄지고 고인의 업무용 컴퓨터, 학급일지 등이 경찰에 이미 제출돼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한국교총 2030청년위원회 교사들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실질적인 교권 보호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07.27.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한국교총 2030청년위원회 교사들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실질적인 교권 보호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07.27. [email protected]


서이초 교사 70% 민원·항의 경험…"민원처리반 필요"

고인이 생전 학부모 전화에 불안감을 느꼈다는 진술이 나온 가운데, 서이초 교사 10명 중 7명이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학부모의 민원·항의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와 시교육청이 지난달 27~28일 서이초 교원 6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41명(63%) 중 70%가 '월 1회 이상 학부모 민원·항의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6명(14.6%)은 학부모 민원·항의를 월 7회 이상 경험했다고 밝혔다.

'교권침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9%에 달했다. 지나친 간섭과 막말 등 학부모 응대, 담임 외 업무 병행, 과밀학급으로 인한 어려움이 있다는 응답과 함께 정서불안, 품행장애, 대인관계 불안 등 부적응 학생을 지도하기 위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불만도 접수됐다.

서이초 구성원들은 교육당국에 학교 업무경감, 교권보호, 부적응 학생 지도를 위한 지원 정책을 요청했다.

특히 교권을 보호하기 위해 민원처리반을 도입하고, 악성민원을 교육활동 침해로 신고하며,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막기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장 차관은 "교단에 선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내기 교사의 죽음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다시는 이러한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학교 공동체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 무너진 교권을 바로 세워 가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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