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의약계 23%↑, 자연계 16%↓'…대학 입학정원 양극화 가속
민주당 서동용 의원, 2013~2023년 일반대 입학정원 분석
총 3.5만명 줄었지만, '의약' 늘고 '자연·인문·사회' 줄어
엇갈린 공학계열…'컴퓨터·로봇' 증가, '에너지·전자' 감소
"인기 학과만 늘리면 순수·기초학문 축소…국가경쟁력 약화"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의대생들이 지난 8월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심혈관조영실에서 보건복지부 필수의료 의대생 실습지원 사업 관련 심혈관조형실 시술 실습 참관을 하고 있다. 2023.08.0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의대 1000명 증원설'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학생 감소에도 의약계열 입학정원은 지난 10년 동안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감소세가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순수·기초학문 입학정원과 대조를 이룬다.
18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동용 의원이 2013년과 올해 전국 4년제 대학의 계열별 입학정원을 분석한 결과, 10년 동안 4년제 대학 입학정원이 총 3만5363명(10.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학령인구 감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지만 계열 별로 사정은 달랐다.
자연·인문·사회계열은 입학정원이 최소 16.1%에서 최대 22.3%까지 줄어든 반면, 의약계열은 23.8% 증가해 대조를 이뤘다.
의약계열의 입학정원은 2013년 2만1703명에서 올해 2만6874명으로 5171명(23.8%) 늘었다.
의대 정원은 2006년부터 3058명으로 동결돼 있지만, 지난해부터 약대가 학부 선발로 전환되면서 의약계열 입학정원 증가를 견인했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의료공학, 간호학, 재활학, 보건학 등 학과들도 최근 입학정원이 크게 늘었다.
조만간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약계열 정원은 이보다 늘 가능성도 있다. 2006년부터 3058명으로 동결된 의대 정원을 최대 1000명 더 늘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반면 과학자를 양성하는 순수 학문인 자연계열은 10년 간 입학정원이 7029명(16.1%) 줄었다. 한국교육개발원 기준에 따라 중계열 단위로 살펴보면 자연계열 중 생활과학 분야의 감소폭이 -24.4%로 가장 컸으며, 생물·화학·환경 분야 -19.5%, 수학·물리·천문·지리 분야 -12.7% 등도 입학정원이 줄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지난 5월10일 서울 중구 세브란스빌딩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 퇴출 및 통폐합의 방향과 과제 대학교육 정책포럼에서 남두우 인하대학교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2023.05.10. [email protected]
문과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사회계열은 10년 간 입학정원이 22.3%(1만9944명)나 줄었으며, 인문계열도 20.1%(9042명) 감소를 기록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신설로 입학정원 감소가 불가피했던 법률(-42.3%) 분야 외에도 언어·문학 -40.7%, 경영·경제 -26.%, 사회과학 -13.1% 등에서 입학정원 대량 축소가 나타났다.
공학계열은 입학정원이 10년 간 3.0% 증가해 선방한 듯 보이지만, 분야별로 뜯어보면 사정이 극명하게 갈렸다.
전체적인 입학정원은 늘었지만 토목·도시(-24.5%), 정밀·에너지(-19.1%), 전기·전자(-12.3%) 등은 입학정원이 쪼그라들었다.
반면 최근 산업수요에 부합하는 교통·운송(18.1%), 컴퓨터·통신(10.1%), 화학공학(13.6%) 등은 입학정원이 크게 늘어 대조를 이뤘다. 특히 로봇시스템, 스마트모빌리티 등 최근 각광받는 디지털·인공지능 관련 학과들이 포함된 '기타' 분야는 입학정원이 무려 89.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서 의원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인문·사회·자연계열 중심의 순수·기초학문 축소 현상이 더욱 빠르게 전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 의원은 "취업 중심의 인기 학과는 정부 정책에 따른 학과 증설에 매몰되면 오히려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인재양성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체계적인 고등교육 인재양성 정책 없이 경쟁력 중심의 구조조정을 강요한다면 장기적인 국가 경쟁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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