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발병전후 뇌에 미세변화"…조기발견 길 열리나
조현병 초기, 회색질 부피·두께 감소
전단계, 회색질 복잡할수록 증상 덜해
[서울=뉴시스]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분당서울대병원 문선영 교수. (사진= 서울대병원 제공) 2023.10.28. [email protected].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분당서울대병원 문선영 교수팀은 조기 조현병 환자들에게 자기공명장치(MRI) 질감 분석을 처음으로 적용해 뇌 조직을 분석한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과거 정신분열병으로도 불렸던 ‘조현병’은 망상, 환청, 와해된 언어·행동과 같은 증상과 사회적 기능 장애를 동반하는 대표적인 중증 정신질환이다. 발병과 함께 회백질 감소 등 다양한 뇌조직의 변화가 발견된다. 시간이 갈수록 인지 기능이 떨어질 수 있어 조기 발견과 발병 직후 4~5년간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조현병 전 단계에서 초기에 일어나는 뇌 변화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연구팀은 ▲초발정신증군(조현병 초기 단계) 101명 ▲정신증 고위험군(조현병 전단계) 85명 ▲대조군(147명)의 MRI 영상을 바탕으로 조현병과 관련된 뇌 영역에 대한 질감 분석을 실시해 영역별 회색질 부피·두께와 질감 특성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질감 분석은 뇌조직의 부피 변화나 신호 강도에 기반한 분석으로는 감지하기 어려운 미세한 변화까지 포착할 수 있다. 분석 결과, 초발정신증후군은 대조군에 비해 전두엽을 비롯한 뇌 부위에서 회색질 부피와 두께의 유의한 감소를 보였다.
반면 정신증 고위험군에서는 회색질 부피와 두께 변화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전두엽 부위에서 회색질의 복잡성 및 상호의존 정도을 반영하는 ‘IMC1 질감지표’가 대조군 및 초발정신증군에 비해 뚜렷하게 증가했다. IMC1 지표는 뇌 조직의 국소 영역의 복잡성이 크고, 영역 간 상호 의존 정도가 적을수록 그 값이 증가한다.
특히 정신증 고위험군에서 전두엽 IMC1 지표는 양성 증상의 심각도와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전두엽 회색질 국소 영역의 복잡성이 증가할수록 양성 증상의 정도가 덜했던 것이다. 정신증 고위험군 단계에서 뇌가 환경·상황에 따라 스스로 신경 구조와 회로를 바꿀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정신증 고위험군에서 회색질의 부피와 두께의 변화가 없더라도, 높은 민감도를 가진 ‘질감분석’을 통해 조현병 증상에 관련된 미세한 회색질 변화를 포착해 조기 치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조기 정신증 환자의 뇌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변화를 보다 민감하게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를 제시한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정신증 고위험군을 비롯한 조기 정신증에서 일어나는 초기의 뇌 구조적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면 초기 진단 및 치료에 더욱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질감 분석은 특히 정신증 고위험군이 정신병으로 전환을 조기에 방지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몰레큘러 사이키아트리(Molecular Psychiatry)’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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