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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 지옥' 언제까지①]노인 돌봄 정책 15년…여전한 굴레

등록 2023.12.23 08:00:00수정 2023.12.26 15: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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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외국에 부모 버린 사건 이후 관심 증대

간병비 급여화 제자리…사적 부담 10조원 달해

초고령화, 무자녀, 1인 가구…간병 수요 더 늘어

"여전히 해결 못한 간병 문제, 이대로 가면 재앙"

[서울=뉴시스] 지난 2008년 외국 공항에 부모를 버리고 온 사건이 알려지면서 노인 돌봄과 간병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지만 여전히 간병비 급여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2022.06.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2008년 외국 공항에 부모를 버리고 온 사건이 알려지면서 노인 돌봄과 간병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지만 여전히 간병비 급여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2022.06.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어머니를 재활 병원에 모신 이모(35)씨는 매주 금요일마다 한숨부터 나온다. 주급 형태로 간병인에게 간병비를 보내줘야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처음 12만원으로 시작한 하루 간병비는 어머니가 체중이 많이 나간다는 이유로 1만원, 해가 바뀌었다고 1만원씩 올라 현재는 하루 14만원이다. 2주에 1번 유급휴가비까지 지급하면 한 달에 간병비로만 약 450만원이 든다. 지금은 가족이 모아둔 돈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돈이 바닥나면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우리나라에서 노인 돌봄과 간병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지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환자와 가족의 부담은 여전하다.

지난 2008년 가족 해외여행을 갔다가 자녀가 부모만 공항에 버려 두고 귀국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우리 사회에 노인 부양에 대한 관심이 증대됐다. 2021년에는 대구에서 아버지와 단 둘이 생활하던 아들이 아버지의 뇌졸중 진료비와 간병을 부담하다 음식물을 제공하지 않아 아버지가 숨진 사례도 있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와 함께 간병비를 국민 부담이 큰 '3대 비급여'로 설정하고 개선 방안을 추진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까지 정책 기조가 이어져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 문제는 급여화와 폐지 등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간병비 급여화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라는 한정적 대안만 만들어 놓고 건강보험 등을 통한 급여화 자체는 진전되지 못했다. 간병비 급여화를 위해선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고, 또 불필요한 '사회적 입원'을 종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는 사이 국민 간병비 부담은 나날이 커지고 있는데, 보건복지부가 지난 21일 소개한 서울대 사적 간병비 추정치를 보면 2008년 3조6000억원에서 2018년 8조원, 2022년에는 10조원에 달한다.

시민단체인 간병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연대(간병시민연대)가 지난 지난해 4월 간병 경험이 있는 113명을 대상으로 가장 시급한 문제를 묻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절반에 달하는 44.2%가 '간병 비용'을 첫 손에 꼽았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고령화 및 핵가족화, 1인가구화 등 달라지는 가족·문화로 간병 부담은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24년에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고 2025년에는 전체 인구 중 노인 인구가 20% 이상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간병 문제는 단순히 노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김용익 재단법인 돌봄과미래 이사장에 따르면 2020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15.7%이고 이들의 돌봄을 담당해야 할 45~64세 인구는 32.4%로,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48.1%가 돌봄 당사자에 해당한다.

여기에 수발이 필요한 일상생활동작(ADL) 장애 노인이나 신체장애자가 187만 명,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자 274만 명, 진료 및 간호가 필요한 정신질환 등 125명 등 총 586만 명도 잠재적 간병 수요자다.

과거에는 가족이 간병 부담을 나눴지만, 최근에는 자녀가 많아야 1~2명이어서 부담을 나눌 가족 구성원 수가 줄어들고 있다. 행정안전부 자료를 보면 평균 세대원 수는 2013년 2.5명에서 지속 감소해 2022년엔 2.17명으로 줄었는데 특히 같은 기간 4인 세대 이상 비율은 27.5%에서 17.8%로 급감했다.

자녀가 없는 '딩크족'이나 결혼을 하지 않은 1인 가구 등의 경우 구조적으로 가족 간병을 할 수 없어 전적으로 의료기관에 의존해야 한다.

윤석준 고려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역대 어느 정부나 보장성 강화를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해왔는데, 긴 시간 여전히 해결 못하고 있는 마지막 남은 퍼즐 중 하나가 간병 문제"라며 "노인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돌봄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대로 간다면 재앙"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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