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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 지옥' 언제까지②]"간호간병? 돈 없는 사람들 가는 곳 아녜요?"

등록 2023.12.24 08:00:00수정 2023.12.26 15: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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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화 후 8년, 여전히 시범사업 머물러

상주 인력 없고 '사적 심부름' 경계 모호

일부 병원선 경증 환자 위주 운영 편법

"현 모형 확대, 간병 부담 경감엔 제한적"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지난 7월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 도로에서 열린 ‘간병비 해결, 간호사 대 환자수 1:5 직종별 인력기준 마련, 의사인력 확충, 불법의료 근절, 공공의료 확충, 노동개악 저지, 9.2 노정합의 이행’ 2023 보건의료노조 산별 총파업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2023.07.13.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지난 7월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 도로에서 열린 ‘간병비 해결, 간호사 대 환자수 1:5 직종별 인력기준 마련, 의사인력 확충, 불법의료 근절, 공공의료 확충, 노동개악 저지, 9.2 노정합의 이행’ 2023 보건의료노조 산별 총파업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2023.07.1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뇌경색으로 입원한 어머니에게 개인 간병을 쓰고 있는 최씨는 최근 병원으로부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 자리가 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한 달에 400만원이 넘는 간병비를 100만원대 수준으로 낮출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최씨 어머니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이용을 단칼에 거절했다. "돈 없는 사람들이나 가는 곳을 내가 왜 가냐"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간병비 부담 경감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를 내세웠지만 간병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간호간병서비스는 지난 2015년 법제화했다. 병원 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팀을 이뤄 환자에게 간호와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주기적으로 환자를 찾아 욕창 방지, 대소변, 식사 보조 등의 지원을 한다. 또 환자가 침상 등에 설치된 벨을 누르면 그때그때 필요한 간호간병 지원도 해준다.

이렇게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이용하면 사적 간병을 사용할 때보다 비용이 5분의1 수준으로 줄어든다. 연간 이용 환자는 2023년 230만 명이다.

문제는 이 같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일부 환자들 사이에서는 '저급' 서비스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병원 간병인이나 요양시설의 요양보호사도 1명이 여러 명의 환자를 동시에 보는데, 이들은 병실에 24시간 상주를 하는 반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상주 인력이 없다. 이 때문에 업무가 몰리는 시기에는 환자에게 질 좋은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어렵다.

경기 남부 지역에서 어머니를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보냈던 이씨는 "개인 간병을 쓸 때만 해도 항상 부축을 해서 화장실을 걸어 다녔는데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가니 기저귀를 채웠다. 기저귀도 자주 안 갈아주는지 엉덩이 주위로 기저귀 발진이 심하게 났다"며 2주 만에 개인 간병으로 옮겼다고 했다.

또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서는 환자가 사적 심부름을 시킬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사적 심부름의 개념이 모호하고, 와상 환자 등 중증 환자의 경우 사적 심부름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

최씨는 "어머니는 편마비 환자라 혼자서는 앉아 있는 것 조차 못하고, 하루종일 누워서 휴대전화로 손주 사진 보는 재미로만 사는데, 사적 심부름이 불가능하면 우리 어머니의 휴대전화 충전은 누가 해줘야 하나"라고 되물었다.

일부 병원에서는 손이 많이 가는 중증 환자 대신 경증 환자 위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운영하기도 한다. 그 결과 지난 6월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기준 간호간병통합병동을 운영하는 611곳의 서비스 병동 내 중증도·간호 필요도가 상위에 해당하는 환자 비율은 불과 12.9%에 그쳤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시범 사업에 그치고 있는 체제와, 경증 환자 위주로 환자를 받았던 행태들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정작 간호간병이 필요없는 사람을 모아 놓고 신규 간호사를 집어 넣은 후에 월급은 조금 주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이용료는 잔뜩 받는 게 지금 병원들의 운영 방식"이라고 말했다.

윤석준 고려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지금의 인력 구조 등을 봤을 때는 특히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경우 보호자가 없다면 간병이 제대로 운영되기 어려운 구조"라며 "현재의 서비스 모형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건, 물론 안 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지금 국민들이 겪고 있는 간병 부담을 확실히 경감시키기에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25년 이후 종합병원부터 병동 단위가 아닌 의료기관 단위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고, 2026년에는 비수도권 상급 종합병원도 참여 병동 수 제한을 없애기로 했다. 단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의 경우엔 의료 쏠림 현상을 고려해 참여 병동 수를 4개에서 6개로만 확대한다.

이에 대해 김원일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 활동가는 "박근혜 정부에서는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는 2023년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전면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여전히 전면 확대는 기약이 없다"며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하고 있는 건데, 수도권이나 상급종합병원에 있다고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김종명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대표는 "중증 환자의 경우 간병 인력을 더 붙이고 여기에 수가를 연동하는 등 간병 필요도에 따라 수가 정책을 다양화 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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