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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훈 "이런 날 올 줄 몰랐지"…정병국 "베니스서 한국미술 제대로 알릴 기회"

등록 2024.04.19 08:13:40수정 2024.04.19 21:2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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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수도원서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30주년 특별전

중세건물 수도원 작은방~야외정원까지 K아트 점령

한국관 참여 작가 36명 작업 엄선 82점 공개


[베니스=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기자= 곽훈 작가가 베니스 몰타수도원에 옹기로 만든 '겁/소리-마르코 폴로가 가져오지 못한 것'을 30년 만에 재현하고 감회에 젖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베니스=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기자= 곽훈 작가가 베니스 몰타수도원에 옹기로 만든 '겁/소리-마르코 폴로가 가져오지 못한 것'을 30년 만에 재현하고 감회에 젖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베니스=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사겠다는 데도 있었는데 팔기도 싫고, 어디 가서 깨진다고 쌓아 놓고 있었는데 30년 만에 다시 보자고 하니 너무 반가웠지요."

한국 실험미술 1세대이자 서양화가인 곽훈(82)화백이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감회에 젖었다.

18일 오후 몰타수도원에서 만난 그는 초록 정원에 30년 전 자신을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린 '겁/소리 마르코 폴로가 가져오지 못한 것'을 초록의 잔디밭에 설치해 놓고 설렘을 보였다. 한국예술위원회가 기획한 한국관 30주년 특별전에 초대됐다.
1995년 한국관 개관 기념 행사, 곽훈 겁소리 - 마르코 폴로가 가져오지 못한 것 퍼포먼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재판매 및 DB 금지

1995년 한국관 개관 기념 행사, 곽훈 겁소리 - 마르코 폴로가 가져오지 못한 것 퍼포먼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재판매 및 DB 금지



곽훈의 '겁/소리'는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첫 개관 때 선보여 당시 화제를 불러 모았다. 수십 개의 옹기를 마치 하나의 큰 퉁소처럼 연결하고 앞에서 대금 연주가 김영동이 대금을 불었다. 옹기 옆에는 비구니 15명이 머리에 대나무를 맞대고 줄지어 앉아 장관을 연출했다. 소리가 공명하는 설치 작품이자 종교인이 협업한 장엄한 퍼포먼스였다.

곽 화백은 "길이가 60m였어. 반사이즈로 구워서 놔도 건물 하나에 가득 찰 정도지. 지금 봐도 미쳤다"면서 30년 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로 참가하기까지 에피소드를 전했다.

"그때는 내가 다 설치했지. 작품 이름까지 내가 직접 써서 붙였으니까. 지금은 완전히 딴 세상 된 거야. 옹기만 해도 컨테이너 3개가 필요했어요. 비구니들은 사찰에 연결해서 지원자를 모집해 뽑았지요."

설치 작품을 빛낸 비구니들과 출발 전 갈등도 있었다. 스님들이 원하는 조건은 딱 하나. 베니스를 거쳐 프랑스 파리도 들러야 한다는 것. "그렇게 수락하고 진행하는데 어느 날 스님들이 안 간다고 따지러 왔어요. 비엔날레 화물로 취급돼서 간다는 말이 있다고, 작가들이 그렇게 말을 했다는 겁니다."

당시에는 지원금이 없었다. 곽 화백은 "그때는 한국이 지금의 한국이 아니다"라면서 "지금으로 치면 한 2억 원을 썼다"고 했다. "선화랑에 빚을 얻어 썼죠. 베니스비엔날레 가기전 미국 뉴욕에서 프리뷰를 했어요. 그때는 비구니 대신에 뉴욕 젊은 아티스트들이 퍼포먼스를 했지요."

그렇게 뉴욕에서 한번 하고 서울에 와서 전시하고 작품을 배에 실어 베니스로 보냈다. 한국관 첫 작가로 전시장이 아닌 야외에서 길게 펼친 곽훈의 작품은 그야말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때 관람하던 사람 중에는 이태리 대통령도 있었어요. 인자 한 할아버지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대통령이라는 걸 알았어요. 1시간을 보던 그 분이 한번 더 하자고 했는데, 비구니들이 안 한다고 해서 말았지요."

곽훈은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 이후 유명세를 탔다. "그 이후 전 세계에서 50번이나 전람회를 했어요. 외국에서 30번 한국에서 20번. 상하이미술관, 도쿄미술관, 오렌지카운티 미술관 등…그런데 유명해지니까 작가들이 '곽훈이 똥장군'이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스톱했지요."

이후 옹기 작품들은 모두 작업실에 있었다. "가마에 보관하고 있었지 안 썩으니까. 그런데 이런 날이 올 줄 몰랐지"

"외국미술관에서 산다고 하고 취소하고 그림으로 바꾼 게 깨져서 그런 거거든. 그래서 수위들이 안 할려고 한다고 하더라고요. 설치했다가 깨지면 사표를 내야 하니까. 여기도 8개를 설치하는데 10개 보냈어. 그런데 설치하다가 1개를 깼어요. 괜찮아 이젠 보험을 들었으니까. 옛날에 이 작업하면서 돈 엄청나게 까먹었지. 하하하."
[베니스=뉴시스]박현주미술전문기자=18일 오후 베니스 몰타수도원에서 개막한 한국관 30주년 특별전 개막식에서 곽훈의 '겁/소리' 작품이 재설치된 가운데 국내 최초의 국립국악원 여성 대금연주가인 서승미 경인교대 부총장이 곽훈 작가의 작품을 재해석한 연주를 펼쳤다. 2024.04.18. hyu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베니스=뉴시스]박현주미술전문기자=18일 오후 베니스 몰타수도원에서 개막한 한국관 30주년 특별전 개막식에서 곽훈의 '겁/소리' 작품이 재설치된 가운데 국내 최초의 국립국악원 여성 대금연주가인 서승미 경인교대 부총장이 곽훈 작가의 작품을 재해석한 연주를 펼쳤다. 2024.04.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몰타수도원에 약식으로 재설치 된 곽훈의 '겹/소리'는 이날 저녁 개막식에서 다시 한번 주목 받았다. 당시 대금을 연주했던 김영동 씨 대신 국내 최초의 국립국악원 여성 대금 연주가인 서승미 경인교대 부총장이 작가의 작품을 재해석한 대금연주를 선사했다.

82세의 화백을 50대 시절로 돌아가게 한 이번 전시는 한국관 건립 30주년 특별전시로 마련됐다. 2024 베니스비엔날레 기간에 열린 전시는 지난 30년 간 역대 한국관 전시에 참여한 작가 36명(팀)의 작업을 엄선했다. 1995년 개관 당시 선보인 작품 과 최근의 신작을 포함한 총 82점을 선보인다.

예술위 산하 아르코미술관(관장 임근혜)이 기획한 이번 전시는 2024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 및 한국관 전시와 동시에 개막, 19일부터 9월 8일까지 몰타기사단 수도원에서 열린다.  전시 제목 '모든 섬은 산이다 Every Island is a Mountain'는 ‘예술을 통한 시간과 공간의 연결’을 상징한다. 중세 수도원의 건축 공간에서 전하는 한국미술의 울림을 전한다.

임근혜 관장은 "섬과 섬이 마치 산맥처럼 해저 지형과 해양 생태계로 연결되듯이 고립된 개인의 삶과 예술이 결국 역사와 사회적 맥락에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 주제는 한국관 건립의 산파 역할을 한 '미디어아티스트 전설' 故 백남준의 예술 철학에 생태적 상상력을 더하여 고립된 개인과 분열된 사회를 연결하는 예술의 힘을 보여준다.
[베니스=뉴시스]박현주미술전문기자=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30주년 특별전시가 몰타수도원에서 열렸다. *재판매 및 DB 금지

[베니스=뉴시스]박현주미술전문기자=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30주년 특별전시가 몰타수도원에서 열렸다.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기록원 소장자료를 바탕으로 한국관의 지난 30년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한 ‘아카이브 전시’로 시작한다.

이어서 작은 방이 밀집한 수도원의 실내와 고즈넉한 중정과 탁 트인 야외 정원에 작품을 선보인다. 수도원의 중정에는 서울 근교에 위치한 열두개의 사찰에서 녹음한 범종의 소리를 담은 배영환의 '걱정-서울 오후 5:30'(2012)이 수도원 성당의 종소리가 함께 어우러져 문화적 경계를 가로지른다.  

베니스의 사설 정원 중 최대 규모로 알려진 3000㎡의 야외 공간에는 화합의 메시지와 생태적 상상을 담은 대형 설치 작품이 전시된다. 뒤엉킨 사물의 응축된 에너지를 포착한 정서영의 대형 사진작품 '증거'(2014), 북한 실향민의 고향에 대한 기억을 드로잉에 담은 강익중의 신작 '아리랑'(2024), 해안가에서 수집한 폐스티로폼으로 탑을 쌓아 생태적 공존을 기원하는 최정화의 (2023-24),  대지와 인간의 호흡을 연결하는 곽훈의 작품은 전 지구적 분쟁과 생태적 위기에 대한 성찰을 담아낸다.
[베니스=뉴시스]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30주년 특별전을 주최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병국 위원장. *재판매 및 DB 금지

[베니스=뉴시스]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30주년 특별전을 주최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병국 위원장.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를 주최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병국 위원장은 “최근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베니스에서 열린 한국관 30주년 특별전은 한국미술에 대해 제대로 알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혜 예술감독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이 차세대를 위한 예술 실천과 미술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탐구하는 글로벌 교류와 연대의 플랫폼으로서 기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시 개막 하루 전인 18일 오후 6시부터 몰타기사단 수도원의 중정에서 ‘현대자동차와 함께 하는 한국미술의 밤(Hyundai Night in celebration of Korean Art)’행사가 열렸다.

역대 예술감독과 참여작가를 비롯한 국내외 미술 관계자 300여 명이 참여한 개막 행사는 2015년부터 한국관 미술전을 후원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진행됐다.

1995년 한국관의 개막 전시에 참여한 곽훈이 선보였던 대금 퍼포먼스, 한국관 건립에 기여한 故백남준을 오마주한 퍼포먼스인 뮤지션 휘, 안무가 이양희, DJ 망이실로의 공연이 백남준의 아카이브 영상을 배경으로 펼쳐졌다. 1984년 첫 위성쇼 '굿모닝 미스터 오웰' 통해 전 세계에 평화와 소통의 메시지를 보낸 백남준의 정신을 담은 녹화영상과 라이브공연은 한국과 이탈리아, 디지털과 현실,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연결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예술위는 전시 개막에 맞춰 동시대 미술에서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이 갖는 의미와 국제교류 성과를 조명하는 아카이브북 '마지막 국가관 The Last Pavilion'을 출간했다.

[베니스=뉴시스]박현주미술전문기자=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30주년 특별전시가 열리는 몰타수도원 입구. *재판매 및 DB 금지

[베니스=뉴시스]박현주미술전문기자=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30주년 특별전시가 열리는 몰타수도원 입구.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관 역대 전시 자료, 1986년부터 현재까지 주요 활동을 담은 연보와 더불어 김석철, 프랑코 만쿠조(한국관 공동 건축가), 김홍희(2003년 커미셔너), 이영철(2022년 예술감독), 호경윤(책임연구원) 등의 글을 수록한 아카이브북은 전자책 (PDF) 형식으로 국문과 영문 별도 출간된다.

전시 작품 및 기자재 운송은 수십년간 쌓아온 특수화물 운송 노하우를 토대로 세계적인 예술작품들을 성공적으로 실어 나른 대한항공이 협찬했다.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30주년 특별전시 참여작가(36명·팀)

강익중 곽훈 김범 김소라 김수자,김윤철,김인겸 김홍석 남화연 노상균 마이클 주 문경원 & 전준호 문성식 박기원 박세진박이소 배영환 서도호 성낙영 성낙희 오형근 윤형근 이완 이용백 이주요 이형구 이형우 전수천 정서영 정연두 정은영 제인 진 카이젠 최정화 코디 최 함진 황인기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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