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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서안지구 극우파 부대에 미국 제재 결정에 크게 반발

등록 2024.04.22 07:44:07수정 2024.04.22 10:3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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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서안지구 인권유린 혐의로 넷자 예후다 부대 제재

이 보안군 IDF 소속, 팔 미국인 노인살해 등 악명 높아

[가자지구=AP/뉴시스] 4월17일 이스라엘 남부, 가자지구 국경 인근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가자지구를 향해 박격포를 발사하고 있다. 미국이 서안지구 이 군에 대한 제재를 결정한데 대해 이스라엘 정부는 21일 강력히 항의하고 나섰다. 2024.04.22.

[가자지구=AP/뉴시스] 4월17일 이스라엘 남부, 가자지구 국경 인근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가자지구를 향해 박격포를 발사하고 있다. 미국이 서안지구 이 군에 대한 제재를 결정한데 대해 이스라엘 정부는 21일 강력히 항의하고 나섰다. 2024.04.22.

[서울=뉴시스] 차미례 기자 =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지도부는 미국이 이스라엘 보안군(IDF) 소속인 서안지구의 넷자 예후다보병부대에 대한 제재를 결정한 데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가자 전쟁 이후 악화된 두 나라의 관계가 더욱 긴장되고 있다고 AP통신 등 미국 매체들이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빠르면 22일에 미국 최초로 이스라엘군 내부의 한 부대에 대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20일 미국 매체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이 부대에 대한 제재에 대해 확인해 줄 것을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와 국내 언론들은 제재 대상이 넷자 예후다( 영원한 유대란 뜻) 부대이며,  이 부대는 약 25년 전에 극우파 청년들을 군에 입대시키기 위해서 만든 보병부대라고 보도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의무 병역제인데도 불구하고 극우파 유대교도들 가운데 많은 남성들이 병역을 거부하거나 면제를 받아왔다.

네타냐후 총리등 이스라엘 지도부는 미국의 제재는 불공평한 처사이며, 특히 이스라엘이 지금 전쟁 중인 시기에 그렇게 하는데 대해 결사 반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나타냐후는 " 누구든 IDF 부대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내 모든 힘을 다해서 그 상대와 싸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넷자 예후다 부대는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악행으로 오랫동안 악명이 높았다.  주둔 부대 중  보병의 작은 일부분인데도 2022년에는 78세의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오마르 아사드를 서안지구의 한 검문소에서 추운 날씨에 방치해서 심장마비로 죽게 해 물의를 일으킨 적도 있다.
 
당시에 미국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았다.  특히 팔레스타인 의사들이 사망자의 머리의 타박상들과 손목, 눈 부위의 피멍 등으로 두손이 결박되고 눈이 가려진 채 사망한 것을  확인하면서 그가 폭행과 방치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

조사 결과 이스라엘 군인들은 아사드의 손목을 묶은 케이블을 자른 다음에도 그가 쓰러져 반응이 없자 자고 있다고 판단하고 버려두고 갔다고 했다.  생사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응급 처치도 하지 않은 채 방치해서 죽게 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40년 이상 살아온 미국 국적의 아사드가 사망한 데 대한 미국 정부의 항의에 이스라엘군은 "심각하고 불행한 사건이었다.  군인들의 도덕적 실수와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사망이다"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당시 장교중 한 명은 징계를 받았고 다른 두 명은 지휘권을 박탈 당한채 다른 곳으로 전보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이들에 대한 형사 처벌은 하지 않았고 군 수사관들도 징계 사유를 미국 시민권자의 죽음과 연결시키지는 않았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인들을 살해한 군인들의 범행에 대해 거의 처벌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서 오랫동안 항의를 해왔다. 
 
이스라엘 정부 조사관들은 아사드가  "공격적인 저항 행동"으로 군인들에게 체포되었다고 말했지만 가족들은 78세의 노인이 그런 혹독한 취급을 당할 만큼 폭력적인 행동을 했을 리가 없다며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내의 격렬한 항의로 이스라엘 정부는 넷자 예후다 부대를 2022말 서안지구에서 철수시켜 이스라엘 북부지역으로 재배치했다.  하지만 지난 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이후 전쟁이 시작되자 이 부대는 가자지구 남쪽 국경지대로 다시 파견되었다. 

[서안지구=AP/뉴시스] 올해 2월 22일 요르단강 서안지구 마알레 아두밈 유대인 정착촌 인근 고속도로 주변에서 총격이 발생해 이스라엘 보안군과 구조대가 사살된 팔레스타인 무장 괴한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 2024.04.22.

[서안지구=AP/뉴시스] 올해 2월 22일 요르단강 서안지구 마알레 아두밈 유대인 정착촌 인근 고속도로 주변에서 총격이 발생해 이스라엘 보안군과 구조대가 사살된 팔레스타인 무장 괴한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  2024.04.22.

이스라엘군은 일요일인 21일 성명을 발표, "넷자 예후다 부대의 군인들은 현재 가자지구에서 전쟁 수행에 가담해 싸우고 있다"고  밝혔다.  군은 "이 부대는 IDF의 윤리 규정에 따라 용감하게 전문적으로 전투에 임하고 있으며 국제법을 준수하고 있다.  만약 이를 제재한다면 그 결과에 대해서는 다시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앤터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제재가 결정되기 전 날인 19일 이스라엘군 일부 부대가 이른바 레히법을 위반한 혐의로 비난 받고 있으며 이에 대한 조사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백악관은 블링컨의 발언에 대한 언급을 거절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전 국방장관이며 현 이스라엘 전쟁 내각의 일원인  베니 간츠는  21일 저녁  블링컨과의 통화에서 미국의 결정은 "실수"라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사법 시스템은 강력하고 독립적이며 지금 그런 제재는 전쟁 중인 이스라엘의 국제적 평판을 해칠 뿐이라고 말했다고 그는 성명을 통해 밝혔다.

역시 전쟁 내각의 일원인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도 비슷한 메시지를 이스라엘 주재 미 대사 잭 류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블링컨과 전화해서 제재 결정을 막을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제재나 처벌은 이스라엘군 전체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짓이며 "같은 편이나 우방으로서는 할 짓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측 관리들은 이번 제재가 빠르면 22일(현지시간)  확정 발표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이스라엘군 부대 다섯 곳이 조사 대상이었지만 한 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혐의를 벗어났다고 말했다.

미국이 적용을 검토한 레히 법은 패트릭 레히 전 상원의원의 이름을 딴 법으로 인권범죄를 저지른 외국 군대에게 가는 군사원조를 금지하고 있는 법을 말한다.

넷자 예후다 부대의 예비군 나다브 니심 미란다는 아사드 살해사건은 불행한 사고이자 일부 병사의 일탈행위였을 뿐이라며 이 부대를 제재하면 앞으로 종교인의 입대를 막는 거나 같다고 채널 12 TV 에게 말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법률구조 단체 예슈 딘은 넷자 예후다 부대가 2010년부터 저지른 팔레스타인에 대한 폭력과 살인은 모든 부대원 중 5명 당 1명이 유죄판결을 받았을 정도로 흔한 일이라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AP통신에게 말했다. 

미국의 조사는 가자지구의 이스라엘군 진입 이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최근 가자 전쟁 이후에 부쩍 피해자와 사망자가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미국은 이미 서안지구 이스라엘 정착촌민들의 폭행과 살인에 대해서는 여러 건의 제재를 가한 적이 있다. 
 
서안지구 사령관을 맡았던 이스라엘군 전역 장군 가디 샴니는 문제의 부대가 서안지구에 고정 배치된 것이 잘못이라고 말한다.  다른 부대들은 교대로 순환근무를 하면서 이 곳에 왔다가 귀국한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서안지구 정착민들과 팔레스타인 주민과의 충돌과 살인사건이 최근 몇 년 동안 급증했고 부대원들 조차도 이런 상황의 지속에 대해 피로감을 느낀다고 그는 말했다.

특히 민간인 살인등 범행에 대해 행위자나 사령관을 처벌하는 대신 부대 전체에 제재를 가하는 방식은 전형적인 회피수단이며 그런 식으로는 서안지구 군대의 조직적인 폭력을 막을 수 없다고 그는 말했다.
 
이스라엘의 점령군 전투병 출신 시민 단체 "침묵을 깨자"의 오리 지바티 사무총장은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권력 남용과 살인 등은 조직적이고 뿌리 깊은 것이어서 아사드 살해 같은 큰 잘못에 대해서도 처벌이 없는 것이 점점 더 잔학 행동의 정도와 횟수를 늘어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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