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접습니다"…글로벌 제약사들, 잇단 '한국탈출', 왜?
쿄와기린, 전문약 사업 양도…대폭 축소
"아시아의 의약품 환경 더 어려워질 것"
[서울=뉴시스]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을 떠나고 있다. 잦은 약가 인하 압력과 제네릭(복제약) 등장에 따른 시장성 하락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을 떠나고 있다. 잦은 약가 인하 압력과 제네릭(복제약) 등장에 따른 시장성 하락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1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일본계 글로벌 제약사 한국쿄와기린은 최근 전문의약품 사업 부문을 DKSH코리아(글로벌 시장 확장 서비스 회사)에 양도했다.
DKSH가 인수한 내용은 한국쿄와기린 전문의약품의 영업·마케팅·학술·유통·허가권 이전이다.
인수 대상에는 1991년 한국지사 설립 후 성장의 주요 배경이었던 네스프(빈혈치료제), 레그파라(이차성 부갑상선 기능 항진증 치료제)를 포함해 올케디아(이차성 부갑상선 항진증), 그라신(호중구감소증), 뉴라스타(호중구감소증), 로미플레이트(혈소판감소증)가 포함됐다.
쿄와기린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전역에서 전문의약품의 수입·유통·판매를 DKSH에 넘겼다.
이에 따라 한국지사 대다수 직원이 희망퇴직 등을 통해 퇴사했고, 10여명이 남아 희귀질환 사업을 계속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쿄와기린 법인을 유지하되, 한국에서는 희귀질환 치료제 '크리스비타' '포텔리지오'만 판매할 예정이다.
현재 같은 아시아 지역의 비즈니스가 지속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게 조직 개편의 이유다.
한국쿄와기린 측은 "가격 인하 압력이 증가하고 제네릭에 의한 침식에 따라 아시아에서 기존 의약품을 둘러싼 환경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사업 환경의 변화에 따라 현재 같은 아시아태평양 사업은 지속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점 분야 및 미래 파이프라인 제품의 경우 한국, 대만, 호주에서 직접 제품을 판매하기로 결정했다"며 "해당 국가 의료시스템은 희귀질환 의약품을 제공하는 데 적합하며 지속 가능한 사업을 구축할 수 있다. 접근성이 덜 예측 가능한 다른 아시아 시장에선 파트너십을 통해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쿄와기린은 "'비전 2030 이니셔티브'에 맞춰 지속 가능성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아시아태평양 사업을 재구성하고 있다"며 "이 비전은 뼈·미네랄, 혈액종양, 희귀질환에 초점을 맞춘 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차세대 항체 및 유전자세포 치료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제약사가 기존 사업을 철수하거나 세계적으로 구조 조정하는 경향은 몇 년 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스위스 제약사 한국산도스는 비즈니스 모델을 변경하면서 작년 6월 한국 시장을 철수했다. 중추신경계(CNS) 계열 치료제 등을 삼일제약에 독점 유통 계약하며 위임했다.
지난해 한국MSD도 특허 만료를 앞뒀던 블록버스터 당뇨약 '자누비아' 국내 판권을 종근당에 매각하면서 관련 사업부인 GM사업부를 폐지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이 낮아지는 특허 만료 의약품 사업을 정리하면서 보험급여 혜택을 많이 받는 희귀질환, 항암제 등에 집중하는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이와 더불어 정부 규제가 강한 아시아권 시장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사업을 축소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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