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시 농축산물 관세 타격 덜해도 수입 압박 거셀 듯
中에 고율 관세 적용시 주변국 보편관세 매길 듯
美 농축산물 수입 확대 요구에 적자 확대 가능성
美 중심 배타적 공급망 형성에 中수출 감소 우려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 및 통상마찰 최소화 필요"
[노비=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지난 26일(현지시각) 미시간 노비 유세장에서 춤을 추고 있다. 2024.10.30.
[세종=뉴시스]김동현 기자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음 달 5일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에서 재집권에 성공하면 우리나라 농업 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먼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할 경우 2018년부터 중국과 벌인 무역전쟁이 재현될 수 있는데 이 경우 미국산 농축산물의 대중 수출이 줄어들어 우리나라가 수입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이 심화될 경우 미국을 중심으로 한 배타적 공급망이 형성될 수 있고 이 경우엔 우리나라의 대중국 농식품 수출도 급감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들린다.
30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간한 'FTA 체결 20년, 농식품 교역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액은 22억1000만 달러로 전체 수입액 38억4700만 달러 대비 57.4%를 차지했다.
미국산 쇠고기는 2004년엔 1억300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2016년 10억3500만 달러를 넘어선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2022년에는 26억2400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2004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증가율은 17.5%에 달한다.
돼지고기와 밀, 감자 등도 미국으로부터 많이 수입하는 품목이다. 돼지고기는 지난해 5억9900만 달러, 밀은 4억7200만 달러, 감자는 1억7700만 달러 등의 수입액을 기록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14.8%, 2.9%, 9.7%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미국으로 수출한 주요 제품은 라면, 소스제품, 김치, 배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각각 2억1500만 달러, 3500만 달러, 4000만 달러, 3800만 달러 등으로 집계됐다.
농축산물의 경우 수출보다 수입액이 많은 상황이지만 자동차, 일반기계, 반도체, 컴퓨터 등 제조업을 포함한 수출액은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많아 미국은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흑자국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엔 중국산 수입 제품에 60%에 달하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나머지 국가에서 수입되는 제품의 경우 10~20%의 보편관세를 매기겠다는 구상이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한국이 2021년에 이어 2년 연속 미국산 소고기 최대 수입국으로 발표됐다. 미국 농무부와 육류수출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미국산 소고기의 한국 수출은 24억5600만달러로 중국과 일본보다 많은 수치이다. 10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미국산 소고기가 판매되고 있다. 2023.01.10. [email protected]
우리나라 농식품 수출의 경우 관세에 대한 타격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농수축산물 수입은 트럼프 정권이 대미무역흑자 축소를 요구하면서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철강 등에 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대미상품무역수지 흑자 축소를 위해 우리나라의 미국산 상품(농수축산)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는데 이 같은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다.
우리나라가 미국 농산물 수입을 늘릴 수 있는 구매력이 있는데다 현재도 미국 농산물 수출 상위 6위에 오를 정도로 많은 농산물을 들여오고 있다는 점도 미국의 이 같은 정책 추진 예상을 뒷받침한다.
중국과의 무역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도 문제다. 미국과 중국이 예전처럼 관세 전쟁을 펼칠 경우 중국으로 향하는 미국산 농산물 수출이 급감할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도 우리나라는 미국의 농산물 수출 시장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예상이다.
미·중 무역갈등이 미국 중심으로 배타적 공급망 형성으로 확대되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농식품 수출의 21%(25억 달러)를 차지하고 있는 대중국 농식품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미국 정권 변화에 따라 향후 있을 수 있는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국이 농산물 수입을 늘려달라는 요구를 할 경우 우리나라 농가에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진교 GSnj 인스티튜드 원장은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미국은 육류보다 옥수수 낙농품 등 수출이 감소한 농산물 수출에 관심을 둘 수 있다"며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늘리되 동일 품목을 수출하는 다른 국가의수입을 적절히 줄이는 등 전략적 수입 관리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대미 무역수지흑자 감소 대책은 공화당 행정부의 업적 평가로 활용될 수 있는데 2025년과 2026년에만 효과를 발휘하면 되는 한시적 성격이 큰 만큼 미국산 농산물의 수입 확대에 그치지 말고 이 기회를 이용해 미국에 요구할 것을 찾아 얻어내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의견을 말했다.
김상효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돼지고기, 옥수수, 대두, 치즈 등 우리나라에 수입 확대 또는 수입선 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며 "수입선 변경에 따른 국내 파급 영향이 발생할 수 있고 수입선 변경으로 수입 상대국과 통상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런 요소를 사전적으로 분석해 우리나라와 미국, 무역 상대국 간의 이해관게가 성립되는 협상의 지렛대 품목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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