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홍문표 aT 사장 "기후변화는 국가적 과제…배추·대파 파동 막을 저온기지 구축 속도"
오는 27일 취임 100일…첫 행보 기후변화 TF 발족
"국가 아젠다 1순위로…세계적 재앙, 백신도 없어"
"충격 온 후 알아차리면 늦어…내년엔 더 더울 것"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이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aT센터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취임 100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11.25.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임소현 기자 = "기후변화는 국가 의제(아젠다) 1순위가 돼야 합니다. 지금은 (기후변화를) 걱정만 할 뿐이지 (대응방안) 내용이 없어요. 이렇게 하다가는 기후변화 문제가 세계적인 재앙이 됩니다. 코로나로 전세계가 몸살을 앓았지만 백신이 나오니 해결책을 찾았습니다. 기후변화는 이제 시작이고 백신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지난 21일 서울 aT센터에서 만난 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깃들어 있었다. 오는 27일 취임 100일을 맞는 홍문표 사장의 포부는 "힘없는 공사가 이번에 한 번 깃발을 들었다"는 말에서 그 무게가 느껴졌다.
홍 사장이 지난 8월 취임 직후 내놓은 것은 '기후변화 대응 수급 태스크포스(TF)'다. 홍문표 사장은 이날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농업 관련 유통공사 사장으로서 첫 고민해 만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4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대부분의 의정 활동을 했다. 농어촌, 농어민이 잘 살아야 대한민국이 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가 가진 신념이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이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aT센터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취임 100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11.25. [email protected]
홍 사장은 "선거 이후 여론조사나 각종 데이터가 아주 좋지 않았는데 (여당 참패의) 많은 원인 중 공감을 가진 것이 대파 사건"이라며 "취임 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름대로 진단을 해보니 농산물 물가의 원인과 결론은 기후변화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 기후변화에 대해 어떻게 돌파할지를 고민했는데 정부는 큰 틀에서만 이야기 하니 내용이 없는 것"이라며 "내년 여름에는 이보다 더 한 기후변화가 올텐데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우리(공사)라도 이걸(기후변화 대응 수급TF) 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홍 사장은 기존 저탄소 캠페인 확대 등 범국민적 운동은 기본이고 앞으로는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신품종을 개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온난화에 대비한 저온기지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기후변화를 이길 수 있는 신품종 씨 종자를 개발하자고 해서 농촌진흥청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며 "일본은 10년 단위로 종자 신품종을 개발하는데 기후변화가 오니 자연스럽게 대응이 된다. 그게 탄탄한 나라고 복지다"라고 말했다.
[세종=뉴시스]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이 기후변화 수급 대응 TF 발대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면서 "농촌과 소비자의 가교 역할이 정부가 할 일인데 우리에게는 구체적인 대응방안이 없다"며 "두 번째는 온난화에 따라 생산량이 떨어지고 발육이 안 되는 건데 (해결점은) 저온창고밖에 없다"고 전했다.
홍 사장은 "현재 보유 중인 11개 저온창고 중 확인해보니까 6개가 50년 이상 됐다"며 "지금은 쌀을 1년 보관 후 비워줘야 하는데 과잉생산으로 재고가 쌓이고 있기 때문에 창고기술을 현대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올해 관련 예산 8000억원~1조원을 요청했고 국가 예산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중장기로 해야 한다"며 "배추 파동 등 원인을 살펴보면 고랭지 채소가 기온이 높아 발육이 안되는 것인데 저온기지만 만들어두면 보관하면서 수급조절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사장은 "충격이 온 후에 알아차리면 늦은 것"이라며 "내년에 또 당할 수 없으니 연차적으로 저온기지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세종=뉴시스]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사장이 이천 비축기지를 방문해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a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aT는 내년부터 강원지역 내 강릉비축기지를 신규 건립할 예정이며 이와 함께 정부와 논의해 노후화 비축기지 6개소도 광역화·현대화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다만 우선적으로 시설 개보수 예산을 확보해 대체 비축기지 신설 전까지 개보수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공기조절(CA)저장고를 비축기지 내에 신규 설치해 비축농산물 보관기간을 연장하고, 이를 통해 수급조절 기능을 강화하는데 주력한다. CA저장기술은 온도와 습도뿐 아니라 기체조성(산소, 질소, 에틸렌)을 조절해 저장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기술이다.
또한 홍 사장은 식량의 개념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쌀·밀·보리·콩·옥수수 5곡을 식량, 주식 개념으로 해야 한다"며 "기후변화나 전쟁 등 상황이 발생하면 쌀만 가지고는 안 된다"고 했다.
홍 사장은 "주식 개념을 바꿔가면 국가가 더 크고 강한 나라가 될 수 있다"며 "타작물 정책으로 콩, 밀 등을 재배하면 수입을 더 보장해주는 등 유도해 기반 조성을 정부가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홍 사장은 '통계농업'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통계에 따라 과잉생산은 책임지고 수매해주고 모자라면 농민단체와 협의해서 (수급 불안 품목을) 수입해야 한다"며 "모자란다고 무조건 수입하니까 농민단체가 들고 일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사장은 "통계청,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통계가 다 다른데 고통은 수요자와 농민들이 받기 때문에 종합통계를 정부가 갖고 있어야 한다"며 "공사에 맡기면 공동의 통계를 만드는 거다. 통계농업은 기후변화를 이기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aT는 기후변화의 체계적인 대응방안 마련을 위해 유관기관, 학계, 기업 등 다양한 분야의 업계 관계자와 교류하며 계획을 수립 중이다.
홍 사장은 "국회, 정부 뿐 아니라 국민 모두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뚝심있게 대책을 실행할 수 있는 자원 마련이 시급한 선결과제"라며 "대한민국 먹거리를 살리는 일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이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aT센터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취임 100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11.25.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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