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중국인이 물었다, "신치(辛奇)가 뭐예요"
그런데 중국 언론과 네티즌이 신치라는 이름에 반감을 표출하고 있고, 불필요한 경쟁심과 반한 감정을 자극해 이번 사건이 지난 2005년에 이어 '제2 한·중 김치갈등'의 발단이 될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김치의 영문 표기는 2001년 ‘Kimchi'로 정해졌지만 중화권에서는 '파오차이(泡菜)', '라바이차이(辣白菜)' 등 다양한 중국 절임 요리의 이름으로 혼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가운데 정부차원에서 김치의 중국식 이름을 통일하고 김치의 상표권을 출원해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불필요한 작업에 공을 들이면서 실질적인 요점을 놓치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중국의 컨설팅 업체에 용역을 발주시키고 중국 내 언어전문가의 협의를 거쳐 지어진 '신치'라는 이름은 '약간 맵고 신선하다'는 뜻을 담고 있으면서 중국어로 발음하기 쉽다는 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신치가 발음하기는 쉽지만 어감은 별로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중국인에게 신치가 김치(Kimchi)라는 사실을 알려줘야 하는 불필요한 과정이 생긴 데 있다. 신치로 이름을 바꾼다는 소식을 접한 중국 다수 네티즌의 첫 반응은 "왜 쓸데없이 이름을 바꾸지", "아무리 신기(新奇, 신기하다와 같은 음)해도 김치(파오차이)는 파오차이가 아니냐" 등이다.
게다가 중국인은 이름을 명명하는 과정, 이름에 대한 권리 주장보다는 그 실질을 중시하고, 특별히 요리 이름과 관련해서는 그 이름에 그 제조법이나 조리법을 밝히는 관례가 있어 '신치' 이름은 중국인에게 약간 불편하게 느끼질 수 있다. 또한 김치가 '소금에 절여 만든 절임 채소(주로 배추)'라는 뜻의 파오차이라고 불리더라도 중국인의 입맛을 잡을 수만 있다면 트랜드한 새 이름은 사실 필요없다.
'중국을 향한 김치 전쟁'의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고, 수년전 한청(漢城)이라는 중국식 명칭이 서서히 서울로 바뀐 것처럼 김치가 언젠가는 신치로 불려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유 없이 반한, 혐한 감정을 확산시키는 중국 네티즌과 세계문화유산 등재 등 민감한 화제만 터지면 딴죽을 거는 중국 일부 언론의 주장을 제쳐놓더라도 우리 정부는 눈치가 빠르고 예리한 분석을 내놓은 중국 정책 결정자에 대처할 준비를 해야 한다.
보도가 전해지자 중국 상무부 국제시장 연구부서의 한 관계자는 곧 "김치 개명 행보는 사회적 요소보다 경제적 요소의 영향이 많다"며 "현재 중국산 김치를 포함해 국제시장에서의 점유율이 점점 커지자 한국이 이름을 바꿔 중국 김치와 차별화를 줘 시장 진입 장벽을 줄이려는 목적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04년 5월 중국이 한국산 김치에 대해 '대장균군 수가 100g당 30마리 이하여야 한다'는 자국의 파오차이 위생기준을 적용하면서 한국의 대중국 김치 수출은 급감했다. 작년 수출액은 1만5000달러로 2010년 37만8000달러의 4% 수준이 됐다. 이마저 한국 음식 전시회 목적으로 중국에 건너간 물량들이다. 올 들어서는 수출 실적이 전무하다.
중국이 김치 수입 위생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독점한 시장을 쉽게 넘겨줄 리 없기 때문에 우리 관계자는 '김치 주권 전쟁'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곱씹어봐야 하고, 고단수의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양국간의 '김치 전쟁'으로 민감해질대로 민감해진 중국 김치시장은 중국에 내어주고, 고추장이나 쌈장 등 덜 주목받는 시장을 주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