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경기대응,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에 '무게 중심'
한국은행은 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25%로 동결했다. 지난해 6월부터 11개월째 동결 기조다.
한은이 새 정부 첫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묶어둔 것은 현재 경제 상황상 통화정책 변경에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수출 회복에도 불구하고 내수와 고용이 여전히 부진하기 때문에 추가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가계부채 증가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고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됐다는 점은 금리 인하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릴 경우 가계부채 증가세를 가속화시킬 수 있고 한미간 금리가 역전되면서 급격한 자본 유출이 나타나 금융시장에 충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섣불리 금리를 올리기에도 부담이 크다. 금리 인상으로 가계 부실이 심화될 수 있고 내수와 고용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새 정부에서 한은의 통화정책은 당분간 기준금리를 묶어두면서 금융 안정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재정 정책은 이전 정부보다 강한 확장 기조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전날 기획재정부 업무보고를 마친 뒤 '일자리 추경' 편성을 공식화했다.
정부는 6월 임시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규모는 약 10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은 기재부에 "고용 없는 성장 구조와 굳어진 경제 체질을 바꾸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며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이번 추경 예산부터 신속하고 충분하게 편성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달라"고 말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경기 부양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완화적인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함께 사용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가계의 대출 수요를 자극하는 경기 부양책을 계속 사용하는데는 부담이 있다고 판단하고 재정정책에 무게 중심을 싣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16.3%)보다 훨씬 낮다. 하지만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최근 급격히 상승해 90%를 넘어섰다. OECD 평균(70.4%)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가계보다는 정부 부문의 건전성이 양호하기 때문에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재정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게 현 정부의 인식이다.
또 최근 연 10조원 이상의 초과세수가 발생하고 있는 점도 통화정책보다는 재정정책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초과세수를 활용하면 나랏빚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과거와 경제 여건이 변하면서 재정정책에 비해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떨어지고 있는 점도 고려 요인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이 보다 유효하다는 것이 이제까지의 고전적 관점이었다면, 지금처럼 저금리·저물가 상황에서는 통화와 재정이 보완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데 특히 재정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